산 닭을 "포클레인으로 눌러 압사".. 방역 위반엔 '쉬쉬'
◀앵커▶
가축전염병이 빈발하면서 이제 살처분 현장은 방역과 보안을 이유로 언론에조차 쉽게 공개되지 않고 있는데요.
방역당국은 운영지침대로 철저히 모니터링되고 있고, 동물복지 측면에서 안락사 없는 살처분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입장입니다.
과연 사실일까요?
이산화탄소로 안락사시킨다던 닭은 산채로 굴착기에 눌려 압사당하고 있고, 이를 제재할 검역본부나 지자체 소속 감독관은 아예 현장에 있지도 않았습니다.
전남의 한 양계 농장의 처참한 살처분 현장을 단독 보도합니다.
◀리포트▶
수백 마리의 닭들이 꼼짝없이 울타리 안에 갇혀 있습니다.
굴착기 한 대가 닭을 산 채로 사정없이 짓누릅니다.
사체가 쌓이기 시작하고, 아직 살아있는 닭들은 이를 피하기 위해 끊임없이 날개를 푸드덕댑니다.
무리에서 도망친 닭에게는 몽둥이질과 발길질이 이어집니다.
농장주는 야만적인 살처분 방식에 분노를 감추지 못합니다.
[농장주]
“아니 분명 가스로 (살처분)하기로 하고, 다 했잖아요. 근데 이게 지금 무슨 짓거리인지. 이런식으로 살처분을 한다는 것은.. 지금 우리나라가.. 진짜 이렇게 해서는 안돼.”
하지만 옆에 있던 역학조사관은 이 같은 상황을 제지할 권한이 없다며, 농장주에게 직접 항의하라는 말만 되풀이합니다.
[역학조사관]
“자기네들도 얘기를 안 하니까, 누가.. 얘기를 하셔서..”
아비규환처럼 이어지던 닭의 날갯짓과 울음소리는 한참이 지나 결국 잠잠해지고 맙니다.
지난해 12월, 고병원성 AI로 전남 영암군의 한 양계 농장에서 진행된 살처분 현장.
농림부의 지침에는 “동물의 고통이 최소화된 방식으로 살처분이 이뤄져야 한다”고 명시돼 있고,
[전라남도 동물방역과 관계자]
“인도적 처리 당연히, 인도적 처리를 당연히 하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역시 살처분 업체 선정부터 CO2 질식사 등 안락사를 장담했지만, 실상은 전혀 딴판인 것입니다.
[살처분 농장주]
“(살처분 업체) 대표가 갑자기 저한테 와갖고 ‘이제 작업 속도가 빨라졌죠,’ 그러더라고요. 그 의미를 처음엔 몰랐죠. CO2로 하는 것은 조금 보여주기식으로 처리만 한 거고 나머지는 (안락사가) 없었죠.”
문제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살처분 전 과정을 관리감독해야 할 가축방역관은 아예 현장에 없었다는 농장주,
작업 후에는 농장 한구석에서 살아있는 닭이 발견되기도 했다며, 그야말로 엉터리인 방역에 혀를 내두릅니다.
[살처분 농장주]
“수백 명이 와서 우당탕탕 다 했다고 종료했는데 나중에 청소하려고 보니까 축사에 닭이 살아 있고.. 근데 그런 관리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감독 체계가 전혀 부실해요.”
방역관 부재는 중대한 지침 위반사항, 그러나 당시 이에 대한 농장주의 문제 제기는 무시되기 일쑤였습니다.
[영암군청 축산동물과 관계자]
“그 부분은 좀 사실이 아닌 걸로 이제 농가주께서 그렇게 얘기하셨는데.. (농장주가 거짓 증언한 걸로 결론 내리셨다고요?) 예, 뭐..”
취재진이 당시 영상을 토대로 되묻자 궁색한 변명만 내놓을 뿐입니다.
[영암군청 축산동물과 관계자]
“(영상으로 증거가 남아 있던데요?) 그 부분은 이제 저도 영상을 정확히..그 부분에 대해서 작년에, 올해부터 해서 그 부분은 저희가 우선은, 정확히 저도 영상은 이제 못 봤는데..”
농가에 방역관을 투입했음을 증명해달라는 취재진의 요청에, 결국 기본적인 관리명부조차 제대로 작성하지 않았음을 시인합니다.
[영암군청 축산동물과 관계자]
“담당자가 정확히 지금 확인이 조금 어렵더라고요. 이게 긴급한 상황이니까... 정확하게 기록에 남기도록 해놔야 할 것 같습니다.”
최근 방역 강화 등을 이유로 언론 노출이 제한되면서 동물의 비인도적인 처리와 허술한 관리감독은, 수면에 드러나지만 않을 뿐 여전한 겁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전국의 모든 살처분 과정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며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습니다.
[전라남도 동물방역과 관계자]
“언론은 알지 못하지만 가축방역관이 하는 일을 통제하에 철저히 하고 있습니다. 문제가 되면 즉각적으로 처리를 합니다.”
[목서윤]
총체적 난국으로 드러난 AI 방역.
살처분 현장에 대한 정보 공개 제한이 과연 감염병 확산 예방을 위한 것인지, 허술한 방역체계를 감추기 위함은 아닌지 의문마저 제기됩니다.
지구 새로 봄, 전주MBC 목서윤입니다.
영상취재 : 김관중
그래픽 : 안희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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