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이태원 특별법 통과, 올해 넘겨선 안된다
지난 4월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야권 4개 정당이 공동 발의한 이태원참사 특별법의 국회 본회의 통과가 본격적인 초읽기에 들어갔다. 지난 6월 패스트트랙(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된 특별법은 지난달 말 국회 본회의에 부의됐다. 이 법안에는 독립적 진상조사를 위한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하도록 명시돼 있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과 시민대책회의는 지난 14일부터 국회 앞에서 ‘이태원 특별법 제정 촉구’를 요구하는 농성에 들어갔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지난 15일 유가족들을 만나 12월 임시국회 회기 동안에 특별법이 처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이 약속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159명의 목숨을 앗아간 참사임에도 1년2개월이 되도록 제대로 된 진상규명도 처벌도, 재발방지 대책도 없는 것에 분노한다.
경찰청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이태원 참사 수사는 진실의 근처에도 가지 못했다. 경찰청·서울시·행정안전부 등 ‘윗선’은 제대로 된 수사도 받지 않았다. 이상민 행안부 장관은 헌법재판소에서 탄핵 소추가 기각된 것으로 면죄부를 받은 양 행동하고 있다. 이태원 특수본의 기록을 보면 수사는 수박 겉핥기에 불과했고 관계자들은 책임회피에 급급했다. 전문가들은 수사만으로 참사의 구조적 원인을 밝히지 못하는 만큼 책임자 처벌을 넘어 재난 대응 시스템의 문제점을 집중적으로 규명하기 위해서도 특별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본다.
유가족들은 더 많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영하 10도를 밑도는 한파를 무릅쓰고 유족들이 단식 농성을 벌이는 진짜 이유는 소중한 가족들이 ‘어떤 이유로 하늘의 별이 됐는지’를 밝혀내고,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자는 데 있다.
국민의힘은 특별법 제정을 ‘재난의 정쟁화’라며 반대하더니 이달 초에 들어서야 피해자 보상과 지원에만 초점을 맞춘 법안을 뒤늦게 내놨다. 정부의 책임이 드러날 것을 우려해 진상규명을 회피하려는 무책임한 태도다. 본회의 표대결로 특별법이 통과된다면, 여당은 또다시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요청할 건지 묻고 싶다. 사회적 참사의 진상 규명을 회피하는 것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하는 국가로서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역대 어느 정부에서도 이런 몰염치는 본 적이 없다. 여당만이라도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길 바란다. 국민의힘은 이태원 특별법의 연내 통과에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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