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식 안 오면 전출", "단둘이 회식"...'회식 갑질'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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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 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겁박하는 '회식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 중 회식 갑질 관련 내용이 48건으로, 이 중 회식 강요가 30건(62.5%), 회식에서 특정인을 빼는 회식 배제가 18건(37.5%)이라고 1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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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 평가'와 연계해 회식 강요
"회식 나오지 말라" 배제 사례도
"회식 강요·배제 모두 직장 괴롭힘"
“부장이 2차 회식이 끝난 뒤 제게 단둘이 3차 회식을 가자고 제안했습니다. 늦은 시간이었고 둘만 술자리에 가는 것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 다른 직원도 같이 가자고 했지만 부장이 제게 무조건 단둘이 가야 한다고 해서 어쩔 수 없이 갔습니다. 그 자리에서 부장은 제 외모와 몸매를 평가했고, 저는 굉장한 수치심을 느꼈습니다.”(지난 2월 직장갑질119 제보 내용)
“부서 내에서 회식비 명목으로 매달 몇만 원씩 걷고 있습니다. 저는 몇 년 전부터 회식도 불참하고 회식비도 내지 않고 있습니다. 얼마 전 부서장이 이걸 언급하면서 이번에 다시 말이 나오면 타 부서로 전출시킬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지난 5월 직장갑질119 제보 내용)
직장에서 회식을 강요하고 불참 시 인사 불이익을 주겠다고 겁박하는 '회식 갑질'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올해 1월부터 이달 12일까지 신원이 확인된 이메일 상담 1,703건 중 회식 갑질 관련 내용이 48건으로, 이 중 회식 강요가 30건(62.5%), 회식에서 특정인을 빼는 회식 배제가 18건(37.5%)이라고 17일 밝혔다.
회식 강요는 모두 상급자가 수직적 위계 관계를 이용해 참석을 강제한 것으로, 제보자들은 회식 참여 여부가 업무 평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상의 협박까지 받았다고 전했다. 한 제보자는 "술자리 회식이 너무 잦다"며 "직원들과 술자리에서 친목 도모를 해야 하고, 그런 자리에 많이 참여할수록 적극적인 직원으로 평가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되는 직장인들도 있었다. 한 제보자는 "한 달째 투명 인간 취급받으며 업무를 하고 있다. 점심시간에 같이 가자고 하지 않는 것은 기본이고, 저를 빼고 회식까지 했다"고 제보했다. 자신을 공무원이라고 밝힌 제보자는 "저를 괴롭히는 상급자가 어느 날 제게 와서 '앞으로 회식에 나오지 말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회식 참여 강제는 고용노동부의 ‘직장 내 괴롭힘 진단 및 예방 대응 매뉴얼’에 명시된 전형적인 직장 내 괴롭힘 유형 중 하나다. 근로기준법의 직장 내 괴롭힘 조항 위반 땐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회식에 대한 인식은 오히려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직장갑질119가 지난 6월9∼15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에 의뢰해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갑질 감수성 지표 조사(95% 신뢰수준에 표본오차는 ±3.1%포인트)를 벌인 결과, ‘팀워크 향상을 위해 회식과 노래방이 필요하다’는 지표 점수(점수가 높을수록 감수성 높음)는 71.2점으로 지난해(73.6점)보다 오히려 떨어졌다. 또 ‘직장생활을 원만하게 하려면 술이 싫어도 한두 잔 정도는 마셔줘야 한다’는 지표 점수도 올해 73.3점으로 지난해(80.6점)보다 낮아졌다. 회식과 술 문화에 대한 감수성이 도리어 후퇴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전체 직장인 중 50대, 남성, 관리자급은 회식과 노래방, 음주가 조직을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더 강했다.
직장갑질119 이상운 노무사는 "회식을 강요하거나, 회식에서 일방적으로 배제하는 모든 행위는 분명한 직장 내 괴롭힘"이라며 "회식을 통해서만 소통과 단합이 가능하다는 고리타분한 관점, 술과 저녁 회식을 당연시하는 낡은 조직문화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남보라 기자 rarar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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