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두바이서 벌어진 한국 관련 두 가지 쇼
매년 개최되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에서 나오는 뉴스거리 대부분은 보여주기 위한 쇼에 불과하다. 어떤 경우는 의도치 않게 일어나기도 하지만 많은 경우 세계 각국이 지키지 못할 약속을 계획적으로 하는 홍보다. 그래서 COP의 쇼는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람들에게는 재미보다는 골칫거리가 많다. 이번 두바이 제28차 당사국 총회(COP28)에서 한국 관련 두 가지 쇼가 벌어졌다. 하나는 아랍에미리트 주최 측이 한국 태극기를 북한 인공기와 뒤섞는 실수를 저질러 한국이 정정을 요청한 사건이다. 이 의도치 않는 쇼는 참가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한편 의도적이고 우려스러운 쇼도 있었다. 한국이 세계적인 탄소 배출 감축 노력을 전진시키기 위해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간의 격차를 줄이는' 계획을 국제사회에 약속한 것이다. 한국은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탄소 중립 캠페인'을 시작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한국이 자국의 제조 산업 대기업들과 공기업이 주도하는 '탈탄소 연합(Carbon Free Alliance)'을 창설한다는 계획은 워싱턴포스트 보도에 의해 전 세계에 알려졌다.
한국은 존재하지도 않는 가상의 지구 종말을 피하기 위한 기후 선동가들의 유혹에 동참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들이 던지는 추파는 인류 번영을 향한 오랜 열정에 드리워진 녹색의 허울에 불과하다. 한국은 자국의 경제 사정도 고려하지 않고 기후 선동가들의 추파에 넘어갔음을 짐작하게 하는 우려스러운 계획을 국제사회에 발표한 것이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라 불리는 놀라운 경제성장을 이룩했다. 70년 전 전쟁의 잿더미에서 명목상 국내총생산 기준 세계 13위의 경제 대국으로 탈바꿈한 것은 대단한 경제적 저력과 전략적 비전을 입증하고 있다. 이 놀라운 여정의 핵심에는 에너지 자원이 있으며, 화석 연료가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한국은 세계 경제 대국 중에서 가장 탄소 집약적인 에너지 부문을 갖고 있고, 주요 에너지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석유 수입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한국의 산업화, 특히 20세기 후반에는 전례 없는 에너지 소비 증가가 필요했다. 석유는 효율적인 다용도 에너지원으로 부상해 국가의 번창하는 제조업 부문에 핵심동력을 제공했다. 석유화학에서 제철제련에 이르기까지 산업 엔진의 생명줄로 작용해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견인해왔다. 2020년 코로나19 방역 기간에 석유 수요가 감소했지만, 현재는 다시 반등하고 있다. 2021년 하루 257만 배럴에서 2022년에는 260만 배럴로 증가했다. 이 수요는 모두 수입에 의존한다.
지난해 한국의 에너지 집약적 경제는 1차 에너지 수요의 43%를 석유에 의존했다. 석탄과 가스는 40%, 원자력은 약 12%를 차지했다. 반면, 태양광과 풍력 발전의 기여도는 전체 에너지 소비의 3% 미만에 불과했다. 석탄과 가스는 항상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한 한국의 중공업에 특히 중요하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은 간헐적이기 때문에 이를 충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전력의 60% 이상이 석탄과 가스를 연료로 하는 화력발전소에서 생산되고, 원자력은 30%이며 재생 에너지는 10% 미만에 불과하다.
한국은 산업체에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규제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예를 들어, 전기사업법은 산업통상자원부가 "전력공사는 특정 소비자에게 직접 전기를 공급하도록 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 이 부처는 2년마다 장기 전력 수요와 공급에 관한 기본 계획을 수립한다. 가장 최근 계획의 주요 목표는 전력 부문의 안정성을 보장하는 것으로 이는 최대 수요 대비 22%의 예비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석유 공급에도 차질이 없도록 같은 조치를 취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아부다비 국영 아드녹(Adnoc)과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Aramco)는 각각 여수와 울산 저유시설에 비축유를 저장하는 특별 계약을 체결했다. 이러한 조치들은 에너지 안보를 우선시한다는 명확한 신호다. 신재생 에너지의 의존도가 증가하면 에너지 안보가 위협받을 것은 당연하다. 한국 정부는 2030년까지의 신재생 에너지 설치 목표를 축소했으며, 탄소중립에 대한 차가운 입장을 시사하고 있다.
화석 연료와 경제 성장 간의 공생적인 관계는 변화하고 있지만, 여전히 국가가 지속가능한 번영을 향해 가는 여정에서 중심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COP28에서 한국이 국제사회에 약속한 '탈탄소 연합 창설 계획'은 그동안 세계 각국 대표들이 의도적으로 벌인 같은 홍보용 쇼로 끝나야 한다. 만약 한국이 고비용 무효과에 불과한 탄소중립에 굴복하게 되면 반도 북쪽에 있는 나쁜 형제 집단이 겪고 있는 것과 같은 암흑 속으로 표류하게 될 것이다. 탄소 중립에 관한 과학적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기후 위기 허구론: 대한민국은 기후 악당국인가?'를 참고하길 바란다.
※번역 및 원고 정리=박석순 이화여대 환경공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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