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실의 서가] 냉전시대, 아시아에 드리웠던 세 전선

아시아 1945-1990
폴 토머스 체임벌린 지음 / 김남섭 옮김 / 이데아 펴냄

미국 컬럼비아대 역사학과 교수인 저자는 1945년부터 1990년까지 중국에서 극동, 동남아시아, 서아시아, 중동에 이르기까지 참혹한 전쟁과 폭력이 발생해 2000만명의 희생자를 낳았다고 밝힌다. 중국 내전(250만명), 한국 전쟁(300만명), 프랑스-인도차이나 전쟁(29만명), 베트남 전쟁(400만명), 캄보디아 제노사이드(167만명), 수하르토의 인도네시아 공산당원 학살(50만명), 방글라데시 해방전쟁(100만명), 아프가니스탄 전쟁(100만명), 이란-이라크 전쟁(68만명), 레바논 전쟁(15만명) 등에서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냉전 시기, 역설적이게도 서구가 '장기 평화'(The Long Peace)의 세월을 누리는 동안 아시아는 왜 이토록 참혹한 시간을 견뎌내야만 했을까. 책이 출간된 2023년 현재에도 아시아의 서쪽 끝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은 또 어디서 기인하는 것일까. 책은 비극적인 아시아 현대사의 궤적을 따라간다. 비극이 왜 일어났고, 오늘날 이 문제가 세계와 어떻게 연결되는지 풀어낸다.

책은 총 3부 19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3부는 '세 전선'으로 바꿔 읽어도 무방하다. 첫 전선(1부, 1945~1954년)은 동아시아에서 대두한 공산주의 공세를 다룬다. 두 번째 전선(2부, 1964~1979년)은 북베트남과 미국의 후원을 받는 남베트남 사이에 전쟁이 발발하면서 형성되었다. 세 번째 전선(3부, 1975~1990년)은 종교·인종·부족간 분쟁이 부채질한 새로운 전쟁이었다. 1975년 발발한 레바논 내전부터 이란 혁명, 이란-이라크 전쟁, 소련-아프가니스탄 전쟁, 중동 전쟁 등이다.

저자는 세 전선의 역사적 분석을 통해 아시아의 투사들이 초강대국의 앞잡이거나 그들의 정치적 이념을 방어하기 위해서만 아니라, 자신의 전략적 이익을 위해 싸웠다는 점을 강조한다. 역사에 관심 있는 독자들에게 여러 생각을 던져주는 의미심장한 저작이다.

박영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