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10억이상 45.6만명… 내년 투자처 `예적금·주식` 꼽아
거주외 보유주택 비중 1%p ↓
3년 수익률 기대 주택·주식순
KB금융 '한국 부자 보고서'
경기 불확실성이 확대되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부자들이 올 한해 예·적금 보유를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내년에 투자 금액을 늘릴 경우 매력적인 금융자산 투자처로 예적금과 주식을 꼽았다. 금리가 고점이라고 판단될 때 채권 투자를 늘릴 계획도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해 말 금융자산 10억원 이상의 부자 수는 전년보다 7.5% 늘어난 45만6000명으로 집계됐으며, 이들은 총 2747조원의 금융자산과 2543조원의 부동산자산을 보유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들 중 과반은 총자산이 100억원을 넘어야 부자라고 생각했으며, 평균적으로 매달 총소득 중 700만원 이상을 저축할 수 있는 여력이 있었다.
17일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3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부자들은 금융시장과 부동산시장이 모두 위축된 가운데 올해 예적금 보유율(94.3%)을 전년 대비 9.8%포인트(p) 늘린 것으로 조사됐다. 다음으로 만기환급형 보험(87.5%), 주식(75.5%)이 뒤를 이었다. 한국 부자가 주식을 보유한 비율은 지난해(77.3%)보다 1.8%p 감소했는데, 이는 주식시장 침체 영향으로 풀이된다.
반면 거주용 외 주택 보유율의 경우 전년 대비 1.0%p 하락한 55.3%로 집계됐다. 이를 두고 2022년 하반기 이후 경직된 주택시장 분위기를 간접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KB금융은 설명했다.
부자들의 미래 투자 전략을 살펴보면 이들은 투자 환경 변화를 주시하고 빠르게 판단해 투자 시기를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자들은 1년 이내 단기에 고수익이 예상되는 투자처로 주식(47.8%)과 거주용 주택(46.5%), 금·보석(31.8%) 등을 꼽았다.
향후 3년 정도의 중·장기적으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는 주요 투자처로는 거주용 주택(44.3%), 주식(44.0%), 거주용 외 주택(32.3%), 금·보석(32.0%) 순이었다. 국제 정세 및 경제 상황이 불확실하게 변하면서 거주용 외 주택과 거주용 주택 등 부동산을 투자 최우선순위로 꼽았던 지난해와 달리 부동산보다는 안정적인 주식이나 금·보석에도 높은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황원경 KB금융 경영연구소 부장은 "한국 부자는 크게 장기 투자, 투자 성공 경험이 있는 자산에 집중 투자, 투자여부 판단을 위한 다양한 자료의 분석 등을 토대로 자산을 관리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시기에 개인의 자산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인 만큼 부자들의 자산관리 사례를 활용해 나와 가장 유사한 모델을 찾아 이를 실행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부자들이 현재의 자산을 축적하는 데 가장 기여도가 큰 것은 사업소득(31.0%)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11.3%)보다 3배 정도 높은 응답률 3배 정도 높은 수준이었다. 축적된 자산을 투자해 불리는 과정에선 부동산 투자(24.5%)가 금융투자(13.3%)보다 2배 정도 높았다.
한편 지난해말 기준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모두 45만6000명, 전체 인구의 0.89%로 추정됐다. 2021년 말(42만4000명)보다 부자 수가 7.5%(3만2000명) 늘었고, 인구 비중도 0.07%포인트(p) 커졌다.
하지만 연간 부자 비중 증가폭은 2019년 이후 가장 작았고, 이들이 보유한 총금융자산(2747조원)도 1년 사이 4.7%(136조원) 감소했다. 부자들의 금융자산 규모가 뒷걸음친 것은 2019년 이후 4년만으로, 지난해 금리 상승으로 주식과 채권 가치가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라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부자를 자산 규모별로 나눠보면, 부자의 91.2%(41만6000명)가 10억~100억원 미만의 금융자산을 보유한 '자산가'로 분류됐다. 보유 금융자산이 100억~300억원 미만인 '고자산가'는 6.9%(3만2000명), 300억원 이상의 금융자산을 가진 '초고자산가'는 1.9%(9000명)를 차지했다. 전체 우리나라 인구의 0.02%가 초고자산가인 셈이다.
부자 10명 중 7명(70.6%)이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 거주했고, 부(富)의 집중도 지수를 산출한 결과 강남·서초·종로·용산구에 이어 새로 성수동을 포함한 성동구가 부자가 몰려있는 부촌(부 집중도 1.0 초과)으로 처음 등극했다.
부자들이 보유한 총부동산자산은 2543조원으로, 1년 새 7.7% 증가했다. 부동산 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2021년(18.6%), 2022년(14.7%)보다 증가폭이 축소됐다. 부동산자산 비중은 자산가가 60.3%, 고자산가와 초고자산가가 48.2%로, 자산 규모가 클수록 금융자산과 부동산자산을 비슷한 규모로 보유했다. 한국 부자의 자산은 평균적으로 부동산과 금융자산에 각각 56.2%, 37.9%의 비율로 나뉘어 있었다. 2022년(부동산 56.5%·금융 38.5%)과 비교해 부동산 비중이 소폭 줄었다.
세부적으로는 거주용 부동산(30.0%), 현금 등 유동성 금융자산(13.3%), 빌딩·상가(11.0%), 거주용 외 주택(10.3%), 예·적금(9.9%), 주식·리츠·ETF(6.5%) 순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거주용 부동산(+2.5%p)과 예·적금(+0.4%p)의 비중이 커졌고, 주식·리츠·ETF(-1.4%p), 토지·임야(-0.9%p), 유동성 금융자산(-0.9%p) 등의 비중은 축소됐다.
주택가격 하락에도 거주용 부동산 비중이 확대된 것은 주식시장 침체 등 금융시장 위축이 더 크게 작용했다는 게 연구소의 분석이다.
올해로 발간 13년차를 맞는 한국 부자 보고서는 금융자산 10억원 이상과 부동산자산 10억원 이상을 모두 보유하고 있는 한국 부자 400명을 선정해 설문조사를 실시함으로써 부자들에 관해 보다 현실적인 내용을 담아낸 것이 특징이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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