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생산성 이대로면… "韓, 2040년 역성장"

이미선 2023. 12. 17.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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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생산성 OECD 37國중 33위
성장률 하락 '생산성 저하'가 원인
한은 "역성장 더 빨라진다" 경고
사진 연합뉴스.
우리나라의 향후 30년간 경제성장 전망. 한은 제공.

우리 경제가 낮은 생산성을 끌어올리지 못한다면 2040년대부터 마이너스 성장에 진입할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경고가 나왔다. 경제성장률은 2030년대 0%대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되는데, 생산성마저 낮아지면 역성장 시점이 이보다 더 앞당겨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리나라 노동생산성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 회원국 중 33위에 그친다.

한은 경제연구원은 17일 '한국경제 80년(1970~2050) 및 미래 성장전략' 보고서를 통해 "향후 30년간 우리나라의 경제성장은 노동투입이 마이너스로 돌아서고 자본 투입도 증가세가 크게 낮아지면서 생산성의 역할이 점점 더 중요해질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70년부터 2022년까지 한국 경제는 연평균 6.4% 성장한 가운데, 자본투입이 3.4%포인트(p)로 가장 크게 기여했다. 노동투입과 총요소생산성(TFP) 기여분은 각각 1.4%p, 1.6%p에 달했다. 연간 성장률은 1970년대 8.7%에서 1980년대 9.5%로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10년마다 2.0~2.5%p씩 하락해 2010년대에는 2.7%로 둔화됐다.

조태형 한은 경제연구원 부원장은 "1990년대와 2000년대는 노동과 자본의 기여도 하락이 성장률 하락을 주도했다면, 2010년대 이후엔 생산성의 기여도 축소가 하락의 주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 투입 기여도가 2030년대 후반부터 감소하고 자본투입 기여도 역시 성장 둔화와 함께 투자증가율이 낮아지면서 꾸준히 줄어들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향후 30년의 경제성장은 생산성 기여도에 달렸다"고 덧붙였다. 성장률 둔화를 완화하기 위해선 생산성을 높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얘기다.

장기 경제 성장은 △노동과 자본 투입의 양과 질 △기술 수준 △사회 제도와 국민 의식 등에 의해 결정된다. 보고서는 생산성 기여도가 자본투입 기여도의 90%에 이를 경우 우리나라 성장률이 2020년대와 2030년대, 2040년대에 각각 2.4%, 0.9%, 0.2%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생산성 기여도가 자본투입 기여도의 30%로 저조하면 2020년대 2.1%, 2030년대 0.6%에 이어 2040년대 -0.1%로 마이너스 성장으로 돌아설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국회 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전 산업의 노동생산성 지수는 110.2(2015년=100)로 2021년(107.8) 대비 2.22% 상승했다. 하지만 OECD 국가별 시간당 노동생산성을 비교했을 때 우리나라는 지난해 49.4달러로 37개국 중 33위에 그쳤다. 이는 OECD 평균(64.7달러)의 4분의 3 수준이다. 노동생산성은 노동자 1인이 일정 기간 산출하는 생산량 혹은 부가가치로, 경제 전반의 성장 가능성을 측정하는 핵심 지표다.

한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1위인 아일랜드(155.5달러)의 30% 수준으로, 독일(88.0달러) 미국(87.6달러) 핀란드(80.3달러) 일본(53.2달러) 등에 비해서도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우리나라보다 노동생산성이 떨어지는 나라는 그리스, 칠레, 멕시코, 콜롬비아 등 4개국이었다.

한은은 다만 성장 둔화와 동시에 인구 또한 줄고 있어 1인당 국내총생산(GDP)은 2020년 3만3472달러에서 2050년대에는 4만7000~5만2000달러 수준까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은은 우리 경제의 미래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선 △부단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의 전환과 신성장동력 확보 △광의의 무형자산 및 인적자본의 확충과 지식축적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미래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능력 및 경제회복력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조 부원장은 "주력 산업의 꾸준한 변화 속에 새로운 산업의 기회를 포착하고,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안정적인 공급망 확보를 위해 경제 외에도 외교 안보 및 문화를 아우르는 패키지 협력으로 대응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한국은 이미 상당 수준의 자본을 축적한 만큼 절대적인 투자 규모를 늘리기보다 설비 및 무형자산에 대한 투자 비중을 높여 성장에 대한 자본의 기여를 확실히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전했다. 인구 감소에 대해선 "고학력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 유도, 해외 거주 한국계 주민들의 귀환, 획기적인 이민정책 등과 함께 전 세계 우호국과의 과감한 경제 통합에 대해서도 진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이미선기자 already@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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