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천만의 봄' 넘보는 '서울의 봄'…배우 정우성·감독 김성수
김성수 감독 "기적 같고 행복한 일…믿기지 않아"
■ 방송 : JTBC 뉴스룸 / 진행 : 강지영
[앵커]
요즘 극장가에서 이 영화의 열풍이 거셉니다. 12.12 군사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의 배우 정우성 씨 김성수 감독님을 <뉴스룸>에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정우성/배우 : 안녕하세요.]
[김성수/감독 : 안녕하세요.]
[앵커]
네 반갑습니다. 요즘 무대 인사와 홍보를 위해서 정말 바쁜 일정 소화하고 계신데 마음만큼은 굉장히 흐뭇할 것 같아요.
[정우성/배우 : 이렇게 관객분들이 영화를 아껴주고 사랑해주시고 관심 가져주시고 해서 여기까지 온 게 정말 아주 최고의 경험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앵커]
감독님의 미소가 많은 걸 말해주는 것 같은데 인기 실감하시죠?
[김성수/감독 : 좀 기적 같은 일이어서 너무 너무 행복하면서도 이 영화가 나는 너무 좋고 열심히 하는데 이걸 사람들이 봐줄까 이 무거운 얘기를 또 이게 베드엔딩인데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약간 좀 사실 믿겨지지 않습니다.]
[앵커]
이제 정말 천만을 바라보고 있는데 두 분은 '갈 거다'라고 예상하시겠죠?
[정우성/배우 : 사실 지금 매일 어떻게 보면 배우 정우성의 관객 기록을 깨고 있거든요. 이 영화가.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감사하고 물론 이제 천만이 되면 더 감사하겠죠.]
[앵커]
약간의 욕심은 날 수 있는…
[정우성/배우 : 요즘에는 약간 욕심 부려도 되겠다라는 생각하고 있어요.]
[앵커]
그렇군요. 반란군 역할을 맡으신 분들이 무대인사에서 항상 이렇게 사과하신다면서요.
[정우성/배우 : 네. 종영관 무대 인사 들어가면은 그냥 여지없이 사과를 먼저 할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형성이 돼 있더라고요. 영화를 하면서 영화를 분명히 관객분들이 너무 잘 봐주셨는데 사과를 하면서 욕을 먹으면서 기분은 좋아요.]
[앵커]
반면 이제 이태신 장군, 만군을 얻은 것처럼 마음이 정말 좋지 않을까요?
[정우성/배우 :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응원하기보다는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 인간의 마음속에는 여러 가지 자아가 있는데 이 영화를 보면서 이태신이라는 자기 스스로에 대한 어떤 의지를 응원하고 싶은 거겠죠. '아 맞아 저 선택이 어렵고 힘들더라도 응원하고 지켜줘야 되는 거 아닌가' 라는 스스로의 마음의 다짐인 것 같아요. 제가 볼 때는.]
[앵커]
이태신이라는 인물을 연기한 정우성 씨는 관객들이 너무 좋아해줘서 놀랍지만 사실 연기할 땐 '네버엔딩 앵벌이 연기' 정말 연기하면서 너무 지치고 힘들고 내가 언제까지 빌어야 돼 이런 생각하셨을 것 같거든요.
[정우성/배우 : 그게 이제 무기력함의 끝을 느낄 수 있는 감정으로 치닫게 되는 거죠. 그러니까 이태신 장군이 이제 끊임없이 부대 좀 출동시켜달라라고 이제 사정을 하고 이 상황에 대한 어떤 위중함을 설명을 하고 그러는데 이제 그 동의를 얻어내는데 너무 힘든 거죠. 그러다 보니까 이게 지금 내가 어디로 가고 있지라는 그러니까 연기의 방향성도 굉장히 헷갈려지더라고요. 그러니까 연기를 끝낸 다음에도 이렇게 그 공허함에 빠져서 내가 지금 연기를 잘한 건가 이렇게 그런 감정 속에 계속해서 빠져 들어가는 경험을 했죠.]
[앵커]
이렇게 힘들어 하실 때 감독님께서 어떤 얘기를 좀 해 주셨습니까?
[정우성/배우 : 좋아하시면서… 또 웃고 즐기시고.]
[앵커]
그거야 이렇게 말씀하셨습니까?
[김성수/감독 : 길을 잃고 헤매고 막 외롭고 고립되고 나는 어떻게 해야지 하는 그 우성 씨의 상태가 그 영화 속의 이태신이었기 때문에 저는 굉장히 흡족해했습니다.]
[앵커]
내버려 두셨군요. 고독하게 그대로 견뎌라… 정우성 씨는 흰머리 분장에 꽤 많은 공을 들인 걸로 알고 있는데 나중에는 저절로 흰머리가 났다면서요.
[정우성/배우 : 그게 이제 김성수 씨, 저는 이제 김성수 감독님의 매직이라고 하는데. 처음에 이제 흰머리를 이태신 장군이 흰머리가 많이 났으면 좋겠다고 해서 분장팀이 다 뭐 심고 가닥가닥 칠하고 막 이랬어요. 근데 초반에는 이제 '어떻게 선배님은 흰머리가 없어요' 막 이랬거든요. 아 그래요? 내가 흰머리가 없구나 그랬는데 갑자기 촬영 중반쯤 지나가니까 '신기한데요. 흰머리가 났어요.']
[앵커]
정말 훌륭한 감독 아닙니까? 머리카락까지 연출을 하는…
[정우성/배우 : 사람의 심리를 그렇게 몰아갈 수 있는 아주 훌륭한 감독님이십니다.]
[앵커]
그런 감독님께서 가장 신경 썼던 장면은 뭔지 너무 궁금해집니다.
[김성수/감독 : 마지막에 그 세종로에서 그러니까 광화문 중앙청 정부청사 앞에서 진압군과 반란군이 대치했을 때 맨 마지막에 이태신이 이제 전두광 앞으로 가서 말하는 장면을 찍을 때 '아 내가 이 장면을 찍으려고 이 영화를 했구나'라는 거를 좀 느꼈습니다.]
[앵커]
그 장면에 대해서 굉장히 많은 얘기를 나누셨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얘기들을 좀 신경 쓰려고 얘기 나누신 건지 궁금해요.
[정우성/배우 : 감독님이 이제 계속해서 저한테 이제 그런 어떤 극적임보다는 그냥 이태신이 하나하나 힘겹지만 넘어가는 아주 담백한 모습을 계속해서 제안을 해주시더라고요. 그리고 마지막에 이제 '넌 대한민국 군인으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자격 없다' 이 이야기를 할 때도 그냥 담담하게 그리고 당연히 들어야 될 소리를 어떤 감정도 없이 클리어하게 전두광한테 내뱉기를 원하시더라고요. 이미 이제 이태신은 아무리 이성적인 어떤 판단을 냉정하게 하려고 하는 사람이지만 그쯤 가면 감정적으로 이렇게 굉장히 폭발이 되거든요. 근데 이제 그 감정을 계속해서 끌어내렸죠.]
[앵커]
그래서 저는 그 장면에서 왜 끝까지 욕 한마디 하지 않고 저렇게 정직한 말만 써서 단언을 날릴까 그것도 다 의도하셨던 거잖아요.
[김성수/감독 : 그 사람이랑 똑같이 되면 안 될 것 같았어요. 이태신이라는 사람이 생각할 때는 당신이 너무 잘못한 거거든요. 그러니까 내가 잘못한 게 아니라 네가 지금 이겼다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너는 정말 잘못한 거다라는 얘기를 좀 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영화가 그런 과거의 어떤 판타지를 재현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 순간으로 가서 그 사람한테 그런 말을 해주는 것이 그게 제가 이 영화를 만드는 목적 중에 하나였던 것 같아요.]
[앵커]
전 개인적으로 그 바리게이트 넘으실 때 너무 힘겨워 보이시는 거예요. 물론 이제 인물의 그런 상황도 있었지만 그렇죠 다리가 너무 기셔서 이렇게 자꾸 걸리니까 힘드신가 이런 생각도 좀 들기도 하고…
[김성수/감독 : 제가 좀 많이 찍었어요. 실제로 쓸 장면은 작지만 저쪽부터 계속 오게끔 했어요. 그래서 그 그게 이제 연기가 아니라 진짜 그런 마음과 육체의 상태가 돼야지 그게 화면에. 왜냐하면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에 저도 이제 찍은 필름을 보니까 편집실에서 보니까 너무 많이 찍었더라고요.]
[앵커]
몇 번 정도 찍었는지 여쭤 봐도 됩니까?
[김성수/감독 : 이틀 찍었습니다. 이틀.]
[앵커]
그 장면만요?
[김성수/감독 : 네 그러니까 하루 반, 하루 반 찍었어요.]
[정우성/배우 : 저는 알죠. 저는 알죠. 이거 다 다 쓸 거 아닌데 날 지치게 만들기 위해서 지금 감독님이 시키시는 거다…]
[김성수/감독 : 아니죠. 더 좋은 장면을 잡기 위해서 노력하는 거지.]
[정우성/배우 : 그러면 속으로 이제 막 그냥…]
[앵커]
이태신 장군처럼 말을 많이 아끼고 있는 정우성 배우의 모습입니다.
[김성수/감독 : 이태신 장군하고 우성 씨가 성격이 비슷해요. 그리고 우성 씨가 약간 우성 씨의 연기 철학이 자기가 배우로서 그 감정에 진짜로 도달해야지만 그거를 표현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게 진짜다라고 생각하는 분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이제 그런 우성 씨의 연기 철학에 부합하기 위해서 우성 씨를 좀 밀어붙이는 편이죠.]
[앵커]
잘 밀어붙였기 때문에 또 그런 연기들이 잘 나왔던 거네요. 그러면.
[정우성/배우 : 네 잘 밀어붙이고 또 끌고 가시고.]
[앵커]
이게 한 번에 캐스팅이 된 게 아니었잖아요. 그런데 안 하시겠다니까 그럼 엎겠습니다. '정우성 씨 안 하면 엎을게요'라고 말씀하셨잖아요. 진짜 엎을 생각이셨던 거죠?
[김성수/감독 : 아니 왜냐하면 그 고치면서 우성 씨를 염두에 두고 썼거든요. 우성 씨랑 이렇게 인물이 겹쳐 보인다는 느낌을 갖고 했는데 정우성 씨가 안 한다고 그러니까 이제.]
[정우성/배우 : 엎으셨겠죠. 그 버전을.]
[김성수/감독] 아니 그게 아니라 엎는다고 하면 할 거라는 그런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습니다.
[정우성/배우 : 사실 감독님이 제안을 하면 저는 마음속으로는 그냥 70-80 퍼센트는 그냥 뭐 일단은 해야 되는 거구나 이렇게 생각을 할 수밖에 없는 인연이 있으니까요. 그리고 또 제가 제 마음속의 제 1번 감독님이시니까.]
[앵커]
마지막으로 정우성 씨에게 질문드리고 싶습니다. 20대 때 <비트>의 민이라는 역을 만났을 때 그때가 내 인생의 봄이었다라고 웃으면서 말씀하신 걸 봤습니다. 그렇다면 지금 정우성 씨의 계절은 무엇입니까?
[정우성/배우 : 지금도 봄인 것 같아요.]
[앵커]
다시 돌아온 봄.
[정우성/배우 : 네. 계절은 순환되니까요.]
[앵커]
돌아와서 다시 봄이 왔다. 어쩌면 인생 최고의 봄날을 맞고 계신 게 아닐까 싶기도 하네요.
[정우성/배우 : 그렇죠. 그때 20대 때의 봄날은 그 날이 얼마나 그 날이 주는 어떤 풍요로움이 얼마나 값진지 모르고 지나간 것 같고요. 지금은 이제 조금 아 이 봄날이 내포하고 있는 이 아름다움의 다양함. 그리고 섬세함 이런 것들을 좀 느낄 수 있는 그런 시기의 봄날인 것 같아요.]
[앵커]
그리고 다가올 여름 가을 겨울에 대한 기대감도 갖게 되는… 알겠습니다. 앞으로도 영화에서 좋은 모습 보여주시길 기대하겠습니다. 인터뷰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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