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與 비대위원장 적임자는 용산에 할말 하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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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으로 꼽히던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했는데 그 자리를 또 다른 친윤 인사가 차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아 참신해 보이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당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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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장 선출을 놓고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친윤'(친 윤석열 대통령)으로 꼽히던 김기현 전 대표가 사퇴했는데 그 자리를 또 다른 친윤 인사가 차지할 수도 있다고 한다. 비대위원장으로 한동훈 법무장관,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회 위원장 등 하나같이 윤 대통령과 가까운 인물들이 거론되고 있다. 이게 현실이 되면 그저 당 대표가 비대위원장으로 무늬만 바뀐 셈이다. 도로 친윤이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집권 여당의 가장 큰 문제는 지나치게 용산의 눈치를 살핀다는 점이다. 김기현 대표가 임기를 못 채우고 물러난 것도 수직적인 당정 관계와 무관하지 않다. 친윤의 지원사격을 받고 선출되다 보니 당 대표 9개월 동안 '용산 출장소장' 역할에는 충실했지만 쓴소리 한번 하지 못했다. 인요한 혁신위도 당 중진들의 희생을 강요했지만 정작 대통령실에는 철저하게 침묵을 지켰다. 알다시피 강서구청장 보궐선거는 국민 정서에는 맞지 않지만 대통령실의 의중이 반영된 후보를 내보내 참패한 사례다.
여당이 무작정 대통령실과 각을 세워서는 안 되겠지만 그렇다고 상명하복식 관계 설정이 되면 곤란하다. 여소야대의 상황에서 여당이 대통령실과 종속적인 관계에 놓여 있다면 할 수 있는 게 거의 없다. 야당과의 소통이나 협치도 요원할 수밖에 없고, 떠난 민심을 되돌리기도 어렵다. 윤 대통령 취임 후 비윤 대표가 물러나고 친윤 대표가 당을 이끌었지만 상황이 더 악화됐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도 친윤 의원들이 또다시 윤 대통령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한동훈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여의도 정치에 물들지 않아 참신해 보이기는 하지만 윤 대통령과의 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지 의문이다. 여당 대표가 '윤 대통령의 아바타'라는 말을 들어서는 안 된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당과 용산의 수직적 관계를 개선하지 않고 승리할 수 없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당 비대위원장은 윤 대통령의 변화를 견인할 수 있는 사람이 돼야 한다. 윤심(윤대통령 의중)보다는 민심을 앞세우는 사람이 적임자다.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재정립하고 용산에도 할 말은 하는 사람을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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