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큐비트 양자컴퓨터 나왔다는데, 성능은 과연…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올 하반기의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축출당했고, 며칠 만에 다시 컴백을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구글이 챗GPT의 대항마인 ‘제미나이’를 공개했고요. AI 이슈가 끊임없이 터질 때 IBM이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발표합니다. 바로 1000큐비트를 달성했다는 내용이었어요. AI에 묻힐 수 있었던 이번 이야기, 교과서 지식으로 살펴보겠습니다.
큐비트는 양자컴퓨터 연산 단위를 말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의 단위는 ‘비트’에요. 정보를 0과 1로 바꾸어 처리하죠. 큐비트는 0과 1 이외에, 0과 1이 중첩된 또 다른 값(?)을 가지게 됩니다. 그만큼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에요.
대체 양자컴퓨터가 뭔지, 교과서에서부터 찾아보겠습니다.
먼저 양자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 전에,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뉴턴의 사과’부터 살펴볼게요. 뉴턴은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모든 물체는 지구 중심으로 떨어진다”라고 말합니다. 중력을 배우죠. 마찰력도 있고 탄성력도 있어요. 나아가 작용 반작용의 법칙, 운동량 보존의 법칙 등을 고등학교 물리1 에서 배우게 됩니다.
다양한 힘에 대해서 배우는데 이 모든 단원에서 우리는 한 가지 확실한 공식을 배웁니다. 바로 F=ma에요.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이 식은 속도, 시간, 거리, 가속도 등 다양한 값을 구할 수 있는 방정식으로 파생됩니다. 미분 적분 역시 여기서 나와요. 속도와 시간을 나타낸 그래프를 미분하면 가속도가 됩니다. 적분하면? 거리가 됩니다.
이 방정식을 통해 우리는 지나가는 버스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속도를 알면 몇 초 뒤 이동 거리를 알 수 있는 것처럼요. 커다란 행성의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움직이는 물체의 움직임을 우리는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분자의 움직임이 이 방정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미시 세계에서는 뉴턴의 방정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양자역학은, 이처럼 미시세계에서 벌어지는 운동을 다루는 방정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현상 가운데 하나인 중첩을 이용합니다. 0도 아니고 1도 아닌,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큐비트를 연산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연산속도는 빨라집니다. 즉 IBM의 1000큐비트는 그만큼 빠른 양자컴퓨터를 만들었다는 내용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 큐비트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데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연산을 하려면 많은 큐비트가 필요한데, 큐비트를 만들고 나면 상당수를 연산에 사용하지 못했어요. 깨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즉 100큐비트를 만들었다면, 100큐비보다 적은 큐비트만 활용할 수 있어요.
그럼 큐비트는 얼마나 늘려야 할까요. ‘양자우월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능력을 뛰어넘는 것을 말하는데요, 과거 구글이 “우리가 넘었다” 한 적이 있어요. 곧바로 IBM이 “너희가 했다는 거 슈퍼컴퓨터로도 충분히 가능한데?”라며 반박한 적이 있습니다.
하여튼, 정말 제대로 된 양자컴퓨터를 만들려면 수백만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해요. 따라서 1000큐비트는 아직 진입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IBM은 양자컴퓨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시기를 약 10년 이내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IBM의 발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헤론’이라는 칩의 개발입니다. 133개의 큐비트를 가진 헤론을 연결할 수 있는 모듈도 개발했는데요,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00큐비트 이상의 칩을 계속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연결해 연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양자컴퓨터와 함께 ‘양자얽힘’ 현상을 이용하는 양자통신도 전 세계 많은 과학자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두 양자가 얽혀 있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는 게 양자통신입니다. 특히 양자통신은 정보를 주고받을 때 빛 알갱이, 즉 광자를 이용합니다. 이 광자를 중간에서 몰래 보려고 하면 깨져 버립니다. 즉 해킹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양자역학이라는 게 당대 최고의 천재들도 혀를 내둘렀던 학문이다 보니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를 전공하는 분들도 어렵다고 하는 학문이에요. 워낙 어렵고, 또 신비한 느낌도 있다 보니 ‘양자’ 또는 ‘양자역학’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을 속이려는 상황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양자기술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할 과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누군가 이런 과정을 다 뛰어넘으면서 “난 양자로 ㅇㅇㅇ 성과를 냈다” “난 양자를 이용해 ㅇㅇㅇ을 한다” “난 양자를 이용해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라고 하면 한 번쯤 살펴 보셔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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