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큐비트 양자컴퓨터 나왔다는데, 성능은 과연… [교과서로 과학뉴스 읽기]

원호섭 기자(wonc@mk.co.kr) 2023. 12. 17. 18:0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올 하반기의 주제는 인공지능(AI)이었습니다. 챗GPT를 개발한 오픈AI의 최고경영자(CEO), 샘 올트먼이 축출당했고, 며칠 만에 다시 컴백을 했습니다. 지난주에는 구글이 챗GPT의 대항마인 ‘제미나이’를 공개했고요. AI 이슈가 끊임없이 터질 때 IBM이 양자컴퓨터와 관련된 새로운 소식을 발표합니다. 바로 1000큐비트를 달성했다는 내용이었어요. AI에 묻힐 수 있었던 이번 이야기, 교과서 지식으로 살펴보겠습니다.

뉴턴역학을 ‘고전’으로 만들어 버린 양자역학
IBM 양자컴퓨터칩 콘도르 [사진=IBM]
지난 4일(현지 시각), IBM은 1121개의 큐비트로 구성된 양자칩 ‘콘도르’를 개발했다고 발표합니다. 2021년 127 큐비트, 2022년 433큐비트에 이은 세 번째 발표로 인류 역사상 최초로 1000 큐비트를 넘긴 양자칩을 개발했다고 말이에요.

큐비트는 양자컴퓨터 연산 단위를 말합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존 컴퓨터의 단위는 ‘비트’에요. 정보를 0과 1로 바꾸어 처리하죠. 큐비트는 0과 1 이외에, 0과 1이 중첩된 또 다른 값(?)을 가지게 됩니다. 그만큼 빠른 정보처리가 가능하다는 얘기에요.

대체 양자컴퓨터가 뭔지, 교과서에서부터 찾아보겠습니다.

먼저 양자부터 알아야 합니다. 그 전에, 중학교 1학년 때 배운 ‘뉴턴의 사과’부터 살펴볼게요. 뉴턴은 “지구가 물체를 잡아당기는 힘 때문에 모든 물체는 지구 중심으로 떨어진다”라고 말합니다. 중력을 배우죠. 마찰력도 있고 탄성력도 있어요. 나아가 작용 반작용의 법칙, 운동량 보존의 법칙 등을 고등학교 물리1 에서 배우게 됩니다.

다양한 힘에 대해서 배우는데 이 모든 단원에서 우리는 한 가지 확실한 공식을 배웁니다. 바로 F=ma에요. 힘은 질량과 가속도의 곱으로 표현할 수 있다는 이 식은 속도, 시간, 거리, 가속도 등 다양한 값을 구할 수 있는 방정식으로 파생됩니다. 미분 적분 역시 여기서 나와요. 속도와 시간을 나타낸 그래프를 미분하면 가속도가 됩니다. 적분하면? 거리가 됩니다.

이 방정식을 통해 우리는 지나가는 버스의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습니다. 속도를 알면 몇 초 뒤 이동 거리를 알 수 있는 것처럼요. 커다란 행성의 운동도 마찬가지입니다. 눈에 보이는 모든 움직이는 물체의 움직임을 우리는 예측할 수 있게 됩니다.

그런데 문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원자, 분자의 움직임이 이 방정식을 따르지 않는다는 데 있습니다. 미시 세계에서는 뉴턴의 방정식이 통하지 않습니다. 양자역학은, 이처럼 미시세계에서 벌어지는 운동을 다루는 방정식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불안정한 큐비트, 더 필요해...
IBM 양자컴퓨터 [사진=IBM]
양자역학과 관련된 내용도 교과서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고등학교 화학1 교과서에는 물질을 쪼개고 쪼갰을 때 무엇이 남느냐는 질문에 대해 보어로 시작해 러더퍼드, 슈뢰딩거로 이어지는 과정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슈뢰딩거는 “원자에서 전자의 위치를 정확히 알 수 없다”라며 불확실성에 관해 이야기하는데요, 이게 바로 양자역학을 가장 잘 설명하는 문장입니다.

양자컴퓨터는 이러한 현상 가운데 하나인 중첩을 이용합니다. 0도 아니고 1도 아닌, 확률적으로 존재하는 큐비트를 연산으로 활용하는 겁니다. 큐비트가 늘어날수록 연산속도는 빨라집니다. 즉 IBM의 1000큐비트는 그만큼 빠른 양자컴퓨터를 만들었다는 내용과 같습니다.

문제는 이 큐비트가 상당히 불안정하다는 데 있습니다. 슈퍼컴퓨터보다 빠른 연산을 하려면 많은 큐비트가 필요한데, 큐비트를 만들고 나면 상당수를 연산에 사용하지 못했어요. 깨져버렸기 때문입니다. 즉 100큐비트를 만들었다면, 100큐비보다 적은 큐비트만 활용할 수 있어요.

그럼 큐비트는 얼마나 늘려야 할까요. ‘양자우월성’이라는 게 있습니다. 양자컴퓨터가 기존 컴퓨터의 능력을 뛰어넘는 것을 말하는데요, 과거 구글이 “우리가 넘었다” 한 적이 있어요. 곧바로 IBM이 “너희가 했다는 거 슈퍼컴퓨터로도 충분히 가능한데?”라며 반박한 적이 있습니다.

하여튼, 정말 제대로 된 양자컴퓨터를 만들려면 수백만 큐비트가 필요하다고 해요. 따라서 1000큐비트는 아직 진입 단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IBM은 양자컴퓨터를 본격적으로 활용하는 시기를 약 10년 이내로 보고 있습니다.

이번 IBM의 발표에서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바로 ‘헤론’이라는 칩의 개발입니다. 133개의 큐비트를 가진 헤론을 연결할 수 있는 모듈도 개발했는데요, 이는 상당히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00큐비트 이상의 칩을 계속 만들기 어려운 상황에서 이를 연결해 연산 능력을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세상을 바꾸는 양자 기술
IBM의 양자칩 ‘헤론’ [사진=IBM]
눈에 보이지 않는 미시세계를 다루는 양자기술. 이미 우리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반도체 역시 양자역학이 있었기에 세상에 탄생할 수 있었어요. 반도체를 뛰어넘는 산업으로 주목받는 이차전지는 어떨까요. 이차전지의 충방전은 전자의 움직임에 따라 좌우됩니다. 역시 양자역학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양자컴퓨터와 함께 ‘양자얽힘’ 현상을 이용하는 양자통신도 전 세계 많은 과학자 열심히 개발하고 있는 분야입니다. 두 양자가 얽혀 있으면 아무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는 게 양자통신입니다. 특히 양자통신은 정보를 주고받을 때 빛 알갱이, 즉 광자를 이용합니다. 이 광자를 중간에서 몰래 보려고 하면 깨져 버립니다. 즉 해킹으로부터 보다 안전한 통신이 가능해집니다.

양자역학이라는 게 당대 최고의 천재들도 혀를 내둘렀던 학문이다 보니 전공하지 않은 일반인이 이해하기 상당히 어렵습니다. 이를 전공하는 분들도 어렵다고 하는 학문이에요. 워낙 어렵고, 또 신비한 느낌도 있다 보니 ‘양자’ 또는 ‘양자역학’이라는 이름으로 다른 사람들을 속이려는 상황도 자주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양자기술은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차근차근 밟아 나가야 할 과정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누군가 이런 과정을 다 뛰어넘으면서 “난 양자로 ㅇㅇㅇ 성과를 냈다” “난 양자를 이용해 ㅇㅇㅇ을 한다” “난 양자를 이용해 지금 당장 세상을 바꿀 수 있다” 라고 하면 한 번쯤 살펴 보셔야 합니다.

“중학교 3학년도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가져오란 말이야.” 과학을 담당하는 기자가 선배들에게 많이 듣는 말 중 하나입니다. 맞습니다. 과학·기술 기사는 어렵습니다. 과학·기술 자체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려운 내용을 풀어가다 보면 설명은 길어지고 말은 많아집니다. 핵심만 간결히 전달하지 않으면 또 혼나는데 말입니다. 이공계 출신인 제게 “문과생의 언어로 써라”라는 말을 하는 선배도 있었습니다.   혼나는 게 싫었습니다. 중3이 이해하는 언어로 기사를 쓰고 싶어 과학 교과서를 샀습니다.  그런데 웬걸, 교과서에는 우리가 생각했던 것 이상의 많은 과학이 담겨 있었습니다. 기억 안 나시죠. 중3 수준으로 기사를 쓰면, 더 어려운 기사가 됩니다.   과학기술의 시대라고 말합니다. 챗GPT, 유전자 가위, 반도체, 양자컴퓨터 등 이름만 들어도 머리 아픈 최신 기술이 우리의 삶을 바꾸고 있습니다. 모르면 도태될 것만 같습니다.   어려운 과학·기술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지고 싶어 교과서를 다시 꺼냈습니다. 뉴스 헤드라인을 장식하고 있는 최신 기술의 원리를 교과서에서 찾아 차근차근 연결해 보려 합니다. 최신 과학·기술은 갑자기 툭 튀어나오지 않았습니다. 교과서에 이미 모든 원리가 들어있으니까요. 함께 공부하는 마음으로 적어 나가겠습니다.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