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억대 ‘돌려막기’로 수익률 조작한 주요 증권사들 적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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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들이 수천억원대의 '돌려막기'를 통해 고객이 맡긴 자산의 수익률을 눈속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해 고객에게 손실을 전가한 혐의가 검사를 실시한 증권사 9곳 모두에서 적발됐다고 밝혔다.
ㄴ증권사는 지난해 11∼12월 고객 계좌의 목표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계좌에서 들고 있던 기업어음 등을 직간접적으로 고가에 매수해 모두 11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제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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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증권사들이 수천억원대의 ‘돌려막기’를 통해 고객이 맡긴 자산의 수익률을 눈속임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관행은 검사를 받은 주요 증권사에서 모두 적발됐다. 위법 소지가 다분한 거래가 증권가 전반에 만연하게 퍼져 있었다는 얘기다. 금융당국은 수사를 의뢰하고 제재에 나설 계획이다.
금융감독원은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어카운트·특정금전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검사 결과를 17일 발표했다. 채권형 랩·신탁은 일대일 계약을 통해 주로 법인고객의 자산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대부분 기업어음(CP)에 투자된다. 지난해 하반기에 단기자금시장이 흔들리면서 이들 상품의 손실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올해 초 금감원 검사 대상에 오른 바 있다. 미래에셋증권과 한국투자증권, 케이비(KB)증권, 엔에이치(NH)투자증권 등 주요 증권사들이 검사를 받았다.
이들 증권사는 만기가 돌아온 고객 계좌의 손실을 다른 계좌로 떠넘기면서 돌려막기를 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ㄱ증권사는 만기가 도래한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을 다른 증권사에 비싸게 팔아넘겨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고, 대신 만기가 도래하지 않은 다른 고객의 계좌로 비슷한 기업어음을 비싸게 사들였다. 자전거래의 중간 단계에 다른 증권사를 끼워넣은 것으로, 연계·교체거래라 불리는 방식이다.
이런 방식의 돌려막기는 증권가 전반에 퍼져 있었다.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해 고객에게 손실을 전가한 혐의가 검사를 실시한 증권사 9곳 모두에서 적발됐다고 밝혔다. 돌려막기 규모도 증권사별로 최소 수백억원, 최대 수천억원에 이르렀다. ㄱ증권사의 경우 지난해 7월 이후 돌려막기를 한 횟수는 약 6천번, 금액 규모는 5천억원이었다. 이는 고객 계좌에서 매수한 금리가 당시 한국은행 기준금리보다 낮은 경우 그 차이를 계산한 것으로, 기준금리 대신 시장금리를 반영한 실제 돌려막기 규모는 훨씬 클 가능성이 높다.
증권사가 고객 손실을 자기 돈으로 메꾼 사례도 확인됐다. ㄴ증권사는 지난해 11∼12월 고객 계좌의 목표수익률 달성이 어려워지자, 계좌에서 들고 있던 기업어음 등을 직간접적으로 고가에 매수해 모두 1100억원에 이르는 이익을 제공했다. 마찬가지로 연계·교체거래 수법이 이용됐다. ㄷ증권사도 총 7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본시장법은 금융투자업자가 투자자의 손실을 보전해주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이들 증권사는 향후 수사기관에서도 들여다볼 전망이다. 금감원은 돌려막기의 경우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다고 판단해 수사당국에 혐의자료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에 적발된 사안은 모두 자본시장법 위반 소지가 있는 만큼 향후 회사와 관련 임직원은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크다. 돌려막기로 피해 본 투자자는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업계가 환매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재연 기자 ja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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