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미래도 달렸다”…내년 선거가 두려운 나라들, 첫 타자는 ‘미중 대리전’ [한중일 톺아보기]

신윤재 기자(shishis111@mk.co.kr) 2023. 12. 17.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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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일 톺아보기-113
내년 선거를 치르는 국가들 [이코노미스트 캡처]
“2024년은 사상 최대 선거의 해”- 英 이코노미스트

국제정세를 뒤흔들 굵직굵직한 선거가 몰려있는 내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첫 타자는 대만입니다. 내달 13일 치러지는 총통선거에는 대만과 중국인들 뿐만 아니라, 주변국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향후 대만 해협은 물론 인도·태평양 지역 정세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매우 중요한 이벤트이기 때문입니다.

대만 총통 선거에서 항상 최대 이슈는 대만이 중국과의 관계에서 어떤 태도를 취할 것이냐 입니다. 이번 선거 역시 예전처럼 ‘친미 성향’의 민진당과 ‘친중 성향’의 국민당이 대결하는 양상인데, 미중 대립 격화를 배경으로 어느때보다 미중 대리전 양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까지의 여론조사에서는 현 집권 여당인 민진당이 국민당을 지지율에서 크게 앞서는 추세가 계속됐는데, 이후 국민당이 급속하게 따라잡는 형세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이에 지난 여름까지만 해도 큰 변수가 없다면 민진당의 무난한 승리를 점쳤던 전문가들도 지금은 막판까지 예측불허라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1996년 직접 선거 도입, 8년씩 교대로 집권...이번엔?
총통 후보자 지지율 추이
대만이 총통을 직접 선거를 통해 선출하기 시작한 건 지난 1996년 부터입니다. 당시에는 국민당 소속 리덩후이 주석이 승리했습니다. 이후 2000년에는 민진당 천수이벤 후보가 정권탈환에 성공, 2004년에도 연겨푸 이겨 8년간 민진당 집권기가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2008년 다시 국민당 마잉주 후보가 정권 교체에 성공했고 2012년에도 이기면서 2016년까지 집권하게 됐습니다. 그리고 2016년 정권을 되찾아온 민진당 차이잉원 후보가 2020년에도 승리하면서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처음 총통 직선제가 실시된 1996년 이외에는 민진당과 국민당이 각각 공평하게 8년씩 집권하며 정권을 교대해 왔다는 걸 알수 있습니다. 이번에 국민당이 이긴다면 8년만에 정권교체가 또다시 반복되는 것이고, 민진당이 이긴다면 기존 규칙은 깨지는 셈이 됩니다.

지난 9일 대만 매체 ‘미려도전자보’가 발표한 최근 지지율 조사에서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가 37.8%, 국민당의 허우유이 후보가 32.6%, 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17.3%로 나타났습니다. 직전 여론조사 때보다 민진당은 2.7%P 하락한데 반해, 국민당과 민중당은 각각 1.8%P, 1.0%P 씩 올랐습니다.

한달이 채 안 남았지만 5~6%P 차이는 충분히 뒤집어질수 있는 수치입니다. 막판에 불발로 끝나긴 했지만 만약 민중당이 국민당과의 후보 단일화에 합의했더라면 국민당의 지지율이 민진당을 압도하고 있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따라서 현재 지지율은 민진당이 다소 앞서고 있지만 유동표가 어느쪽으로 가느냐, 또 민중당이 과연 어느정도까지 선전하느냐에 따라 행방이 달라질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2020년에는 민진당이 국민당에 낙승을 거뒀지만, 이번에는 막판까지 접전 양상으로 예측이 한층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中 “선거 개입방식 바꿔라”...은폐지시 정황
[사진=연합뉴스]
“하나의 중국” 원칙과 “대만은 우리의 핵심 이익중 핵심”을 주장하는 중국이 이번선거가 어떻게 흘러가든 손가락만 빨고 있을리가 없습니다. 대만의 독립 움직임을 극도로 경계하는 중국으로서는 친미행보를 강화하는 ‘독립파’ 민진당의 집권을 어떻게든 막고 싶을 겁니다.

지난 12일 일본 산케이 신문은 대만 당국자를 인용, 최근 왕후닝 중국 공산당 정협 주석이 관계부처와 회의를 열고 기존의 ‘대규모·전면적 개입’ 방식을 ‘분산식’으로 바꿀 것을 지시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보도에 따르면 이는 대만 선거에 대한 “공작의 유효성” 등은 확보하면서도, 중국을 의심하고 비난하는 미국 등 해외여론으로부터 개입의 손길을 은폐하기 위한 것입니다. 대만 당국은 이 같은 방침 변경이 지난달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중 정상회담 이후 중국이 지역 정세 긴장을 완화시키려는 의지가 있다는 인상을 주려는 조치라고 분석했습니다. 당시 회담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에게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할 것을 요구한 바 있습니다.

산케이 신문에 따르면 ‘분산식 개입’은 대만 현지에 사령부를 두고 있는 중국 인민 해방군 사이버 부대가 친중 대만 매체나 SNS를 통해 정보를 조작하거나 확산시키는 것 등을 의미합니다. 예컨데, 민진당은 부패했다고 퍼뜨리고 총통·부총통 후보가 모두 ‘독립파’ 라는 점을 강조, 이번 선거가 “전쟁이냐 평화냐 양자택일”이라며 여론을 압박하는 겁니다. 대만 인사들에게 중국 본토 여행을 우대하거나, 중국 주재 대만 기업인들에게 항공권을 보조해줌으로써 친중 여론을 조성하는 것 등도 포함됩니다.

이 같은 공작은 당연히 민진당을 패배시키기는 것이 목적입니다. 대만 당국은 중국이 개입 방식을 바꿨다고 하더라도, 선거 개입 공작 자체는 강화할 것으로 보고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캐스팅 보트 쥔 2030 대만 청년들, 먹고사는 문제 중시”
지난 2020년 선거에서 지지후보 유세활동을 환영하는 대만 청년들. [연합뉴스]
한편 미중 대리전 양상 보다 대만 내부의 세대 간 격차가 복잡하게 얽혀 있는 상황에 주목하는 시각도 있습니다. 중국전문가 김진호 단국대 교수는 “이번 선거에서는 유권자 전체의 20%를 차지하는 대만 청년들(20~34세)이 캐스팅보트를 쥘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에 따르면 대만의 2030들은 기성세대 보다 기본적으로 중국으로부터의 대만 주권 보호에 관심이 더 많습니다. 지난 2020년 총통 선거에서 2030들이 대만 독립을 앞세운 차이잉원 후보에게 표를 준 것도 이때문입니다.

이런 경향은 여전히 2030들 사이에서 존재합니다. 하지만 김교수는 “최근 이들의 표심이 경제문제에 더 크게 움직이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한다”고 강조합니다. 올해 3분기 대만의 집값을 나타내는 부동산 지수가 1분기에 비해 약 40%나 급등했습니다. 청년실업률은 치솟고 물가도 가파르게 오르면서 청년들의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죠.

불만이 쌓인 청년들은 기존 양당이 아닌 제 3당에 눈을 돌리게 됐는데, 이것이 민중당 커윈저 후보가 인기를 얻는 배경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김교수는 “2030 유권자는 반중 민진당과 친중 국민당이 지정학적 대립에서 정치를 하고 있지만, 막상 자신들의 경제문제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며 이들 모두에게서 등을 돌렸다”고 짚었습니다. 그는 “현재 집권 민진당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는데 이들 청년층이 투표에 얼마나 적극 나서는지에 따라 막판 결과가 달라질 수 있을 것” 이라고 내다봤습니다.

11월에는 美대선...‘트럼프 리스크’ 어쩌나
지난 13일 아이오와주에서 유세 연설중인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 [사진=AFP 연합뉴스]
양안 상황에는 크게 △중국의 정치적 의사와 국가전략 △미국과 중국의 군사력 △대만 정치상황 △미국 정치상황 등 크게 4가지 요소가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들중 대만 선거 이상으로 큰 파장을 불러올 수 있는 미국 대선까지는 시간이 1년 가량 남아있어 아직 무엇하나 속단할 수 있는 건 없습니다. 그럼에도 현재로선 바이든 현 대통령과 공화당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붙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해 보입니다.

최근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 뉴욕타임즈(NYT) 등이 경합주 유권자들을 상대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는 모두 양자대결시 트럼프 후보가 바이든 대통령에 우위인 것으로 나타나습니다.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게 된다면 대만문제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까요. 그가 재임 당시 보여줬던 언행들로 유추가 가능합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정책 포함 모든것이 협상 대상”이라고 말한적이 있고 “대만을 지켜서 미국이 무엇을 얻을수 있나” 라고 말한 적도 있습니다.

극단적 언사를 일관성 없이 내뱉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건 그는 한미 동맹과 마찬가지로 대만 문제 역시 장사꾼 마인드로 접근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민주주의 수호와 동맹의 가치를 이해 못하는 그에게 대만문제는 거래 대상이자 수단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이 대만방위에 돈을 들일 필요가 없다고 보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선 성공은 중국과 시주석 에게는 ‘중국몽’ 실현을 위한 청신호로 읽힐 것입니다. 따라서 그가 대통령이 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대만해협을 둘러싼 변동성은 커질수 밖에 없습니다.

‘이미 시작된 전쟁’ 에서 중국의 대만 침공 가능성을 경고해온 이철 박사도 내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승리할 경우 대만 유사사태가 발생하는 시점이 예상보다 앞당겨질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그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홍콩 민주화 사태도 대만 문제도 중국의 내정이라고 말했던 사실을 강조하며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중국은 미국이 개입하지 않을수 있겠다고 판단할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양안 정세, 한국도 ‘강건너 불보듯’ 할 일 아냐
지난해 9월 중국이 대만을 침공할 경우 주한미군 임무에 미칠 영향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한 폴 러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 [연합뉴스]
만약 대만이 진심으로 독립을 추구한다는 판단이 선다면 중국은 충분히 침공할 수 있다고 국내외 전문가들은 보고 있습니다. 실제로 중국 내부에서도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대만의 독립만은 막아야 한다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는 후문 입니다.

현재까지 대만 유사시를 상정한 모든 시나리오들은 중국군의 1차 타깃으로 미국령 괌,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를 보고 있습니다. 주일 미군의 70% 이상이 집중돼 있으며 대만 유사시 가장 신속히 개입할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오키나와 미군기지는 대만 사태와 분리해 생각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일본은 차치하더라도 상황에 따라 주한 미군기지도 목표물이 될 수 있다는 데 있습니다. 대만 유사시 주한 미군이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높습니다. 주한미군이 대만 사태로 이탈할 경우, 대북 경계에 공백이 생기고 무력충돌이 한국까지 확산될 가능성은 높아집니다. 한국이 미국을 돕지 않는다면 한미동맹이 근본적 위기에 봉착할 수도 있습니다.

만약 미국이 개입하지 않고, 한반도에 큰 영향 없이 사태가 일단락 된다고 해도 문제는 남습니다. 중국의 대만 지배는 그동안 중국의 대양 진출을 막아온 ‘불침항모’가 사라진다는 걸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중국 인민해방군은 대만을 넘어 서태평양으로 팽창해 한국은 권위주의 중국으로부터 엄청난 압박에 직면하게 될 겁니다. 한반도에 심각한 안보위기를 초래할 수 있는 대만 해협 정세를 결정할 메가톤급 정치 이벤트가 내년에 연달아 우리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다음회에선 ‘같은 아시아계인데 한국·중국인 보다 일본인들이 유독 왜소한 이유’에 대해 살펴봅니다. 하단 기자페이지 ‘+구독’을 누르시면 다음회차 기사를 쉽게 받아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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