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금융사고 책임 기준 모호… 은행이 손해배상 괜찮나 [보이스피싱 은행권 보상 논란]
책임이행보험 재원 활용 검토중
메신저피싱 비중 증가세 감안.. 금융사만 책임 형평성 문제 있어
■발등에 불 떨어진 銀 매일 회의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들은 12월 둘째주부터 매일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및 책임분담기준' 마련을 위한 태스크포스(TF) 회의를 갖고 공통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10월 5일 금융감독원과 19개 국내은행이 비대면 금융사고 예방 노력 이행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데 대한 후속조치다. 당시 금감원과 은행권은 △이상금융거래탐지시스템(FDS) 운영 가이드라인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 피해 자율배상기준을 내년 1월부터 시행키로 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1월 9일 금감원을 방문, "민생 약탈범죄로부터 서민과 취약계층을 보호하는 것이 국가의 기본적 책무"라며 민생금융 대책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시행 시기가 3주 앞으로 다가오면서 각 은행은 소비자 담당부서 실무자가 참여하는 회의를 매일 열고 운영기준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은행들은 금감원, 은행연합회와 협약 체결 이전부터 실무자 협의회를 해왔다. 협약 체결 후에는 매주 TF 회의를 열고 세부운영 기준과 FAQ를 논의해왔다.
논의의 핵심은 △은행 배상금 분담비율 △배상재원이다. 은행권에서는 20~50% 수준에서 분담비율이 결정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지난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액은 1451억원(피해구제신청 접수 계좌 기준)으로, 피해자는 1만2816명에 달한다. 피해금액 중 환급액은 379억원으로, 환급률은 26.1%로 집계됐다. 피해금액 중 환급액을 제외하고 은행권이 최대 50%를 부담할 경우 연간 536억원을 배상해야 한다.
배상재원으로는 전자금융법에 따라 가입한 책임이행보험을 활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 전자금융감독규정에 따라 5대 시중은행과 기업은행은 전자금융사고에 대비하기 위해 최소 20억원, 산업·수협은행 및 지방은행·외국계은행과 신용카드사는 10억원 이상 책임이행보험 또는 공제에 가입하도록 돼 있다. 현재 금감원과 손해보험협회, 보험사와 재보험사 등이 협의해 이 재원을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메신저피싱 비중 높은데 은행만 손해배상?
이런 가운데 은행권에서는 여전히 '책임이 과도하다' '사고의 복잡성을 고려할 때 분담기준 마련까지 촉박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비대면 금융사고 책임분담 기본원칙에 따르면 △금융사가 비대면 본인확인 의무를 충분히 이행하고 범죄 예방활동을 적극적으로 했는지 △이용자가 개인정보를 얼마나 누설·방치했는지 등 이용자의 과실 정도를 고려해 은행의 분담비율을 결정한다.
하지만 보이스피싱 피해가 고객의 고의·중과실에 의해 발생했다는 점은 금융사가 입증해야 한다.
금융권 관계자는 "피해자의 중과실 입증도 은행이 해야 하는데 피해자가 얼마나 협조해줄 것인지가 의문"이라며 "여러 은행에서 같이 보이스피싱 범죄가 일어난 경우에 대한 책임분담 기준이 모호한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메신저나 SNS 등 비대면채널을 통한 메신저피싱 비중이 늘어나는데 은행에서만 책임을 지는 건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지난해 보이스피싱 중 메신저피싱 비중은 63.9%로, 2020년(15.9%)에 비해 4배 늘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메신저피싱 비중이 높아지는데 통신사를 제외하고 은행 등 금융사에만 배상책임을 지우는 건 불공평한 측면이 있다"면서 "1월부터 시행인데 준비 시간이나 인력도 부족한 게 현실"이라고 했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보이스피싱 등 비대면 금융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경찰과 감독당국 등 관련기관의 대책이 함께 마련되고 발표돼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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