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만약은 없다?…장제원, 문재인과 맞붙었다면 어땠을까? [대통령의 연설]

문재용 기자(moon.jaeyong@mk.co.kr) 2023. 12. 17.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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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윤석열(친윤) 핵심으로 불리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22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했습니다. 국민의힘 혁신위원회가 친윤 중진들에게 불출마 또는 험지 출마를 요구한 것에 처음으로 응답한 사례인데요. 지난달까지만해도 장 의원이 산악회 회원을 대규모로 동원한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세를 과시했던 터라 이번 불출마 소식에 놀란 분들이 적지 않을 겁니다.

장 의원의 불출마로 김기현 국민의힘 전 대표도 큰 압박을 받고 있습니다. 대표직까지는 스스로 내려놨지만 울산 지역구까지 내줘야할지를 놓고 내부갈등이 언론에 속속 공개되고 있죠. 혁신위가 띄우고 장 의원이 물고를 튼 국민의힘 쇄신안이 어떤 결과를 맞이할지 많은 관심이 모아지는 중입니다.

대통령의 연설 이번 회차에서는 장 의원의 불출마와 적잖은 인연을 가진 전임 대통령 일화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장 의원이 친윤 핵심이기 이전에 친이계로 불렸던 만큼 이명박 전 대통령을 떠올릴 독자분들도 계실텐데요. 어찌보면 그보다도 깊은 인연이라 볼 수 있는 문재인 전 대통령이 바로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11년전에도 불출마 선언했던 장제원
“제 자신이 기꺼이 쇄신대상 되기로”
19대 총선을 앞두고 있던 지난 2011년 12월 부산 사상구 초선의원이던 장 의원은 국회 기자회견을 열고 불출마를 선언합니다.

많은 독자분들꼐서도 이제는 친숙하실 장 의원의 산악회에 돈봉투를 건넨 혐의가 제기되자 스스로 물러난 것인데요. 장 의원은 이런 혐의에 대해 “사실무근이며 반드시 끝까지 검찰에서 진실을 밝히겠다”면서도 “쇄신의 도덕적 기준을 가혹하리만큼 엄하게 세워야 국민의 신뢰를 돌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제 자신이 기꺼이 쇄신 대상이 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습니다. 이듬해 3월 검찰은 실제로 무혐의 처분을 내리게되죠.

대신 출마한 ‘박근혜 키즈’ 손수조
문재인에 참패하며 대권가도 열어줘
불출마 선언이 있고 6일만에 문재인 전 대통령(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장 의원의 지역구인 부산 사상구로 출마하겠다고 선언합니다. 이로써 부산 사상 지역구 선거는 단순히 지역구 의석 하나를 둔 싸움을 넘어 총선판 전체와 몇달 뒤 대선구도까지 뒤흔들 싸움으로 체급이 올라가게 됩니다.

문 전 대통령은 출마 기자회견에서 “이명박 정부의 실정으로 고통받는 국민에게 새로운 희망을 드리기 위해 세 사람이 힘을 합쳐 민주주의 성지 부산에서 돌풍을 일으키겠다”며 “야권의 총선승리를 이끌어내고 정권 교체라는 국민적 염원을 반드시 이뤄 내겠다”고 밝혔습니다.

따로 발표한 출마 선언문에서는 “부산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서울 종로 출마 권유를 거부하고 도전했던 마지막 지역”이라며 “제가 그 지역에서 출마할 수 있게 된 것을 큰 영광으로 생각하고 반드시 이기겠다”고도 하죠.

장 의원의 빈자리를 대신해 한나라당에서는 ‘박근혜 키즈’로 불린 손수조 후보를 내세웠었는데요. 문 전 대통령에게 약한 상대를 붙여 흥행을 방지하는 전략이었다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한나라당 입장에서는 열세가 분명한 카드였죠.

문재인 전 대통령이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을 맡고 있던 지난 2012년 부산지역 기자간담회에 나선 모습<연합뉴스>
문 전 대통령은 결국 총선에서 55%의 득표율로 손 후보를 10%포인트가 넘는 격차로 따돌리고 승리하며 대권가도에 청신호가 켜지게 됩니다. 손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들을 내세웠다면 이정도의 참패를 당하지는 않았을 거라는 해석이 지배적인데요.

그 중에서도 탄탄한 지역기반을 가진 현역이었던 장 의원이 나섰다면 이후 한국의 정치사가 어떻게 변했을까요. 검찰의 무혐의 처분이 총선 한달여 이전에야 나왔던 것을 감안하면 현실성이 높지는 않지만, 한번 생각해보기에는 흥미로운 주제입니다.

‘박정희 대통령의 성평등 인식은?’ ‘이명박 대통령이 기억하는 현대건설은?’…<대통령의 연설>은 연설문과 각종 기록을 통해 역대 대통령의 머릿속을 엿보는 연재기획입니다. 행정안전부 대통령기록관에 남아 있는 약 9000개 연설문을 분석합니다. 기자페이지와 연재물을 구독하시면 정치현안에 대한 흥미있는 기사를 접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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