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verseas Trip] 해발 5,000m…세계에서 두 번째 높은 도로, 파미르 하이웨이
2023. 12. 17. 17:44
지구상에서 가장 장대한 길을 향해
파미르 고원 대부분 차지하는 타지키스탄
12일간의 파미르 하이웨이①
파미르 고원 대부분 차지하는 타지키스탄
12일간의 파미르 하이웨이①
하늘에 닿을 듯 고도가 높은 길, 해발 5,000m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로’, 바로 파미르 하이웨이(Pamir Highway)다. 고대 실크로드 무역로를 통해 형성된 지구상에서 가장 높고 장대한 이 도로를 향한 여정.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의 베이스캠프라 불리는 타지키스탄 두샨베에서 그 장대한 여정을 시작했다.
“믿기지 않겠지만 눈이 내렸어. 그것도 펑펑. 거긴 여름이 아니라 겨울이었지.”
“하루아침에 갑자기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져서 홈스테이 가족이 소똥을 태워 난로에 불을 지폈다니까.”
“해발 4,000m 이후부터 고산병 때문에 매일이 지옥 같았어.”
“셰어택시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어.”
파미르 하이웨이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하나같이 늘어놓는 후기는 오히려 무용담에 가까웠다. 여행이라기보다 마치 파미르에 용감하게 맞서 싸운 치열한 전쟁터를 다녀온 이야기 같았다. 극한의 기온과 환경 속에서, 매 순간 여행의 희로애락을 마주한 그 무용담의 결말은 어쨌든 견뎠고, 버텼고, 해냈다는 것. 그리고 여행을 마친 뒤 웃으며 돌이켜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펑펑 내리는 눈을 뚫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한담? 아니 말로는 표현이 안 돼.”
“겨울도 아닌데 귀하디 귀한 소똥을 태운 건 홈스테이 가족 입장에선 사치였을 거야. 소똥이 사치라니…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상황이었어.”
“이제와 생각하면 고산병을 겪은 게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됐지.”
“그럼에도 셰어택시는 나타났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는 것이 힘이 되려면 이들의 결말만 믿고 가면 된다. 가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기에. 목표를 향한 발걸음이 불안을 삼킨다.
“하루아침에 갑자기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져서 홈스테이 가족이 소똥을 태워 난로에 불을 지폈다니까.”
“해발 4,000m 이후부터 고산병 때문에 매일이 지옥 같았어.”
“셰어택시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어.”
파미르 하이웨이를 다녀온 여행자들이 하나같이 늘어놓는 후기는 오히려 무용담에 가까웠다. 여행이라기보다 마치 파미르에 용감하게 맞서 싸운 치열한 전쟁터를 다녀온 이야기 같았다. 극한의 기온과 환경 속에서, 매 순간 여행의 희로애락을 마주한 그 무용담의 결말은 어쨌든 견뎠고, 버텼고, 해냈다는 것. 그리고 여행을 마친 뒤 웃으며 돌이켜 볼 수 있게 됐다는 것.
“펑펑 내리는 눈을 뚫고 자전거 페달을 밟는 그 기분을 어떻게 표현한담? 아니 말로는 표현이 안 돼.”
“겨울도 아닌데 귀하디 귀한 소똥을 태운 건 홈스테이 가족 입장에선 사치였을 거야. 소똥이 사치라니… 참 신기하고 재미있는 상황이었어.”
“이제와 생각하면 고산병을 겪은 게 오히려 좋은 경험이 됐지.”
“그럼에도 셰어택시는 나타났어.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긴 했지만.”
아는 것이 힘이 되려면 이들의 결말만 믿고 가면 된다. 가지 않으면 절대 알 수 없기에. 목표를 향한 발걸음이 불안을 삼킨다.
M41 도로, 여정을 위한 베이스캠프
‘파미르 하이웨이’는 고대 실크로드 무역로 ‘M41 도로’를 지칭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파미르 산맥을 횡단하는, 총 1,200km가 넘는 길이다. 하이웨이(Highway)는 ‘하늘에 닿을 듯 고도가 높은 길’이라는 의미로, 해발 5,000m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로’가 바로 파미르 하이웨이다.
이 도로는 키르기스스탄 오시(Osh)에서 시작해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 마자르-이-샤리프(Mazari-Sharif)에서 끝난다. 구간 가운데 1,000km에 달하는 상당부분이 타지키스탄에 넓게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의 핵심은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Dushanbe)에서 키르기스스탄 국경과 인접한 카라쿨(Karakul) 호수까지다.
이 도로는 키르기스스탄 오시(Osh)에서 시작해 타지키스탄과 우즈베키스탄을 거쳐 아프가니스탄 마자르-이-샤리프(Mazari-Sharif)에서 끝난다. 구간 가운데 1,000km에 달하는 상당부분이 타지키스탄에 넓게 형성되어 있다. 때문에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의 핵심은 타지키스탄 수도 두샨베(Dushanbe)에서 키르기스스탄 국경과 인접한 카라쿨(Karakul) 호수까지다.
두샨베는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의 베이스캠프 같은 도시. 한데 막상 도시에 발을 들인 후 현대화된 기반 시설과 인프라에 입이 쩍 벌어졌다. 그도 그럴 것이 타지키스탄은 과거 구 소련에서 독립한 나라 중 가장 가난한 나라이자 중앙아시아 국가 가운데 빈국에 속하기 때문이다. 1994년부터 30년째 장기 집권 중인 타지키스탄의 에모말리 라흐몬(Emomali Rahmon) 대통령은 국가와 도시의 이미지 쇄신을 현대화된 도시건설 정책으로 실현시키고자 했고, 최근 5~6년 사이 정책의 결과물로 도시는 새 옷을 갈아입는 추세다. 결과적으로 도시는 변화하고 있다.
두샨베 도심에 자리한 그린 하우스 호스텔(Green House Hostel)은 베이스캠프를 뒷받침하는 대표적인 장소.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이 이 호스텔에서 출발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 세계에서 온 여행자들이 모여 앉아 서로의 여행담을 나누고 공유하는 날것 그대로의 생생한 여행 정보가 넘쳐나는 장소다. 배낭여행자뿐만 아니라 자전거, 오토바이, 캠핑차량 등 제각기 자신의 교통수단을 이용해 여행하는 이들까지. 파미르 하이웨이는 여행을 넘어 자신의 수단으로 자신만의 길을 만들어가는 여정이 함께한다.
“아프가니스탄과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키르기스스탄을 거쳐 파미르 산맥을 횡단하는, 총 1,200km가 넘는 길이다. 명칭에 붙은 하이웨이(Highway)는 일반적인 고속도로와는 거리가 멀다. ‘하늘에 닿을 듯 고도가 높은 길’이라는 의미로, 해발 5,000m에 달하는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도로’가 바로 파미르 하이웨이다.”
핵심과제는 교통수단! 셰어택시의 목적지, 칼라이쿰
두샨베에서 파미르 하이웨이로 향하는 시외버스나 기차는 전무하다. 호스텔 직원으로부터 전달받은 옵션은 두 가지로 운전기사가 딸린 차량을 렌트하거나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셰어택시를 타는 것. 프라이빗 차량을 렌트한다면 여기서 다시 두 개의 옵션이 주어진다. 혼자 타거나 여럿이 타거나. 문제는 역시나 비용이었고, 또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는 것. 셰어택시를 타는 것도 말이 ‘셰어’지, 혼자 타게 된다면 결국 비용은 프라이빗 차량과 다를 바 없다.
내 경우는 호스텔에서 며칠간 함께 시간을 보낸 서너 명의 여행자들이 공교롭게도 같은 날 출발을 결정하게 되면서 셰어택시 한 대에 다같이 몸을 집어넣기로 했다. 미지의 세계로 떠나는 첫날. 일주일간 묵었던 호스텔이 마치 내 집처럼 느껴져 떠나는 발걸음이 무겁게 몸과 마음을 짓누른다. 이틀간 안개와 연무로 뒤덮였던 잿빛 하늘이 활짝 하늘빛을 뿜어내며 한줌의 용기를 건넨다. 호스텔에서 셰어택시정류장까지는 약 2km 거리. 저 멀리서 우리를 캐치한 눈치 빠른 운전사들이 목청을 높이며 득달같이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제 여행은 현실이다. 흥정에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왔다. 휴대폰 계산기가 운전사에서 여행자로 수차례 왔다 갔다, 계산기에 적힌 숫자가 오르락 내리락 여러 번 반복한 끝에 기나긴 흥정은 끝이 났다. 우리 일행끼리 미리 입을 맞춘 것도 아닌데, 제각기 포지션을 드러내며 공격과 방어, 수비에서 나름 선방한 결과를 손에 넣었다. 집단생활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 이대로 제각기 자신의 포지션을 잘 유지하기만 한다면.
이제 여행은 현실이다. 흥정에 맞서 싸워야 할 때가 왔다. 휴대폰 계산기가 운전사에서 여행자로 수차례 왔다 갔다, 계산기에 적힌 숫자가 오르락 내리락 여러 번 반복한 끝에 기나긴 흥정은 끝이 났다. 우리 일행끼리 미리 입을 맞춘 것도 아닌데, 제각기 포지션을 드러내며 공격과 방어, 수비에서 나름 선방한 결과를 손에 넣었다. 집단생활의 시작이 나쁘지 않다. 이대로 제각기 자신의 포지션을 잘 유지하기만 한다면.
셰어택시의 목적지는 칼라이쿰(Kalaikhum). 두샨베에서 동쪽으로 약 350km 떨어져 있는 작은 마을로, 판지(Pyandzh)강을 사이에 두고 아프가니스탄 국경과 맞닿아 있는 곳이다. 파미르 하이웨이 여정에서 첫날의 목적지는 두샨베에서 칼라이쿰 혹은 두샨베에서 호로그(Khorog)까지 가는 것이 일반적인 경로다. 이 두 목적지의 선택 기준은 물론 거리와 소요시간에 따른다. 두샨베에서 칼라이쿰까지는 6~7시간, 두샨베에서 호로그까지는 13시간가량 소요된다.
단, 4륜구동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 이동한다는 가정 하에 성립되는 수치. 거리상으로 보면 호로그까지 약 600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이동거리보다 조금 더 가지만 도로사정이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다. 위에 언급된 이동시간은 온전히 차량이 달리는 거리만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식사나 휴식을 이유로 중간마다 정차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호로그까지 하루 만에 이동하는 건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단, 4륜구동 오프로드 차량을 타고 이동한다는 가정 하에 성립되는 수치. 거리상으로 보면 호로그까지 약 600km로, 서울에서 부산까지의 이동거리보다 조금 더 가지만 도로사정이 우리나라와는 천지차이다. 위에 언급된 이동시간은 온전히 차량이 달리는 거리만 계산한 것이기 때문에 식사나 휴식을 이유로 중간마다 정차하는 시간까지 더하면 호로그까지 하루 만에 이동하는 건 엄두를 내기 쉽지 않다.
셰어와 프라이빗 그 사이에서
두샨베 도심을 벗어난 차량은 번쩍번쩍 윤이 나는 도로를 미끄러지듯 달린다. 이제 막 건설을 마친 새것이다. 혼잡했던 도심과는 달리 한산하기까지 한 새 도로 위에 일순간 정적이 감돈다. 포장된 도로도 고요한 소음도 이곳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다. 도로사정이 듣던 것과 달라 운전사에게 물어보니 아니나다를까 비포장도로가 나타나는 지점이 가까워온다는 친절한 안내가 뒤따른다. 얼마 지나지 않아 운전사의 말마따나 덜컹거리는 바퀴의 움직임과 함께 그새 차창 밖 배경이 바뀐다.
칼라이쿰으로 향하는 길목에 차를 멈춰 세울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진 않다. 그중 누렉 저수지(Nurek Reservoir View)와 쿨롭(kulyab) 마을이 대표적인 쉼터인데, 운전사의 말에 의하면 누렉 저수지에서는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 좋고, 쿨롭 마을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른다고 한다.
칼라이쿰으로 향하는 길목에 차를 멈춰 세울 만큼 볼거리가 다양하진 않다. 그중 누렉 저수지(Nurek Reservoir View)와 쿨롭(kulyab) 마을이 대표적인 쉼터인데, 운전사의 말에 의하면 누렉 저수지에서는 차를 마시며 휴식을 취하기 좋고, 쿨롭 마을은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들른다고 한다.
우리 일행이 탄 차량이 칼라이쿰까지 가는 셰어택시지만 사실 프라이빗 택시와 다를 바 없는 이유가 승객이 원하는 장소 어디든 차를 멈출 수 있다는 것. 셰어와 프라이빗 사이에서 여전히 그 기준이 애매모호하다. 운전사의 제안대로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댐인 누렉 저수지에서 차를 마시며 휴식을, 에모말리 라흐몬 대통령의 고향으로 알려진 쿨롭 마을에서 점심식사를 즐겼다.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쿨롭에서 동북쪽으로 70여 km를 지난 지점부터 판지강 너머에 아프가니스탄 국경이 한눈에 담겼다. 판지강 정 가운데 국경선이 그려진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 파미르 하이웨이 여정에서 최대 하이라이트 중 하나는 두 나라의 국경선을 따라 이동한다는 것, 그리고 강 너머에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의 생활상을 살펴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국경선을 따라 난 좁다란 비포장도로는 가면 갈수록 도로사정이 험난하기만 하다. 듣던 것보다 더 심각한 수준이다. 운전사는 파미르 산맥으로 이어지는 도로 중에서 그나마 사정이 좋은 편이라며 위로를 건넨다.
칼라이쿰에는 판지강을 가로질러 아프가니스탄으로 이어지는 다리가 있었다. 매주 일요일이면 다리 근처에서 장이 열렸고 강 건너 주민들이 서로 이웃처럼 왕래가 활발하게 이뤄지곤 했었다. 하지만 다 옛날 이야기다. 타지키스탄과 아프가니스탄은 약 1,300km에 달하는 국경을 공유하고 있지만 대부분 험난한 지형인 데다 보호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에 왕래가 쉽지 않다. 더욱이 2021년 8월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 수도 카불을 비롯해 여러 도시를 점령한 후 국가 간의 교류가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여기에 국경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불법 마약 밀수나 판매, 반군 관련 폭동 등도 단절을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판지강이 흐르는 칼라이쿰 중심가에서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 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주택과 사람들의 형체가 뚜렷이 눈에 들어왔다. 강폭이 좁아 다리가 필요 없을 만큼 수영만으로도 금세 닿을 것처럼 지척이다. 국경은 있지만 이웃은 이웃이다.
여기에 국경을 통해 이뤄지고 있는 불법 마약 밀수나 판매, 반군 관련 폭동 등도 단절을 가속화하는 배경이다. 판지강이 흐르는 칼라이쿰 중심가에서 강 건너 아프가니스탄 마을을 바라보고 있자니 주택과 사람들의 형체가 뚜렷이 눈에 들어왔다. 강폭이 좁아 다리가 필요 없을 만큼 수영만으로도 금세 닿을 것처럼 지척이다. 국경은 있지만 이웃은 이웃이다.
셰어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위치상 두샨베와 호로그 사이 중간지점에 자리한 칼라이쿰은 여행자에게 있어서 호로그로 가는 길에 하는 수 없이 하룻밤을 청하는 마을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더군다나 많은 수의 여행자들은 이마저도 고려 사항이 아니다. 여기서 하룻밤을 청하는 대신 호로그까지 13시간가량을 하루 만에 주파하는 여행자들이 의외로 많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칼라이쿰 중심가에 있는 숙박시설에는 여행자가 늘 귀한 존재로 환영을 받는다. 숙박업소 주인은 여행자를 환영해마지 않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한탕을 노리기 위한 흥정전략에 몰두하는 경우 역시 적지 않다. 외국인 여행자는 이들에게 ‘물주’와도 같기에.
분명 두샨베 호스텔 직원은 숙소 주인한테 요청하면 그들이 알아서 셰어택시를 수소문해줄 것이고 요금도 현지물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라고 말했지만 현실은 달랐다. 다음날 호로그까지 이동할 셰어택시를 구할 수 있는지 묻는 말에 숙소 주인은 한두 군데 연락을 취하긴 했으나 우리 일행을 태워줄 차량이 없다는 답변만 늘어놨다. 중심가 상점이나 슈퍼, 주차장 등을 돌며 족히 열 명이 넘는 현지인들에게 차량을 수소문해봐도 역시나 돌아온 답은 숙소 주인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한 남성으로부터 차량을 구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듣긴 했으나 왕복요금을 지불해야 하는 조건이 따라 붙었다. 운전사가 호로그에서 칼라이쿰으로 돌아올 때 승객을 태우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왕복요금을 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우리는 편도티켓만 필요한 상황인데 두 배를 물어야 할 판.
“셰어택시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던 두샨베 호스텔에서 만난 여행자의 후기가 퍼뜩 와 닿는 타이밍이었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셰어택시는 나타났다”는 그의 후기까지 믿어도 될까 고민해볼 타이밍이기도 했다.
“셰어택시 구하는 게 하늘의 별 따기보다 어려웠다”던 두샨베 호스텔에서 만난 여행자의 후기가 퍼뜩 와 닿는 타이밍이었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리긴 했지만 그럼에도 셰어택시는 나타났다”는 그의 후기까지 믿어도 될까 고민해볼 타이밍이기도 했다.
산길 넘고 국경선 따라
계획대로 둘째 날의 목적지는 호로그까지 간다. 지난밤 같은 숙소에 묵고 있던 여행자들의 현지 가이드가 소개해준 사람이 다시 그의 지인을, 그 지인이 다시 그의 지인을 소개했고, 그 지인이 운전사 한 명을 우리 숙소로 보내주겠다고 약속한 것. 다음날 아침 셰어택시 운전사는 약속한 시간보다 한 시간가량 늦게 나타났다. 여러 번 전화를 해도 받지 않던 그가 늦게라도 나타나준 게 감지덕지한 상황. 일행 모두 한숨을 돌렸다. 운을 기다리지 않고 운이 따라오게 하는 것. 셰어택시를 찾는 과정에서 얻은 가르침이다.
두샨베에서 칼라이쿰까지 첫날의 이동거리를 한번 더 반복하면 호로그에 닿을 거라 생각했다. 사실 거리상으로 따지면 칼라이쿰에서 호로그까지는 약 250km로, 두샨베에서 칼라이쿰까지 약 350km를 이동했던 첫날에 비하면 소요시간이 줄어야 하는 게 상식적인 계산이다.
하지만 도로사정은 가면 갈수록 상식이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꼬불꼬불한 산길을 쉬지 않고 넘어야 하는 도로사정상 속도를 바라는 건 탐욕에 가깝다. 산길을 오를 때마다 창밖 너머 보이는 깎아지른 절벽은 아찔하다 못해 공포감을 느끼게 했지만 여러 번 반복된 풍경에 그새 평온함이 찾아 들었고, 시선은 판지강과 마주한 지나치는 아프가니스탄 마을에 꽂혔다.
진흙으로 지은 벽돌 집과 농장, 그 한 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뛰어 노는 아이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평온한 하루의 풍경이다. 둘째 날의 여정은 오직 국경선을 따라 이동으로 하루를 채웠다. 아침 10시 무렵 출발한 셰어택시는 일몰이 내려앉고도 한참이 지난 까만 밤이 되어서야 호로그에 도착했다.
진흙으로 지은 벽돌 집과 농장, 그 한 편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 그리고 뛰어 노는 아이들.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하고 평온한 하루의 풍경이다. 둘째 날의 여정은 오직 국경선을 따라 이동으로 하루를 채웠다. 아침 10시 무렵 출발한 셰어택시는 일몰이 내려앉고도 한참이 지난 까만 밤이 되어서야 호로그에 도착했다.
파미르의 수도, 호로그
해발 2,200m에 위치한 호로그는 파미르 산맥에 걸쳐 있는 도시와 마을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지역이다. ‘파미르의 수도’라 불리는 이유다. 호로그 중심가에는 대형 시장과 대형 마켓, 다수의 레스토랑과 호텔이 들어서 있는데, 두샨베를 떠나 이틀 만에 도착한 호로그는 두샨베 못지 않은 현대화된 거대 도시의 이미지를 풍겼다.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에서 도시의 편안함을 제공받고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 바로 호로그이기도 했다. 특히 카페나 식당은 호로그를 벗어나면 아예 기대조차 할 수 없다.
공원과 식물원, 박물관 등이 도시의 주요 볼거리다. 도시 곳곳마다 길고 수직으로 뻗어 있는 포플러나무는 도시의 상징물과도 같다. 1990년대 타지키스탄에서 가장 가난한 마을 중 하나로 손꼽혔던 호로그는 2000년대 들어 유럽 여행자들을 필두로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이 인기를 끌기 시작하면서 현재까지 관광산업이 지역경제의 중심축을 이룬다.
최근 몇 년간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대형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면서 파미르의 수도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 년 중 기후가 가장 따뜻한 7월과 8월이 최적의 여행시즌이다. 이때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이 이 도시로 몰린다.
최근 몇 년간 와이파이를 제공하는 대형 호텔과 게스트하우스 등이 들어서면서 파미르의 수도로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일 년 중 기후가 가장 따뜻한 7월과 8월이 최적의 여행시즌이다. 이때 전 세계에서 온 여행객이 이 도시로 몰린다.
성수기가 시작되기 전 찾은 호로그는 한적한 풍경으로 여행자를 반겼다. 비교적 아담한 마을의 중심가는 산책하듯 둘러보기 좋다. 강과 마을 위 언덕에 테라스처럼 지어진 독특한 집과 건물은 호로그만의 매력을 한껏 자아낸다. 마을 남동쪽 끝 언덕에 자리잡고 있는 식물원에서는 전망대에 올라 호로그 중심가를 한눈에 내려다 보고, 고산 기후에서 살아가는 다양한 식물을 살핀다.
호로그에서의 현대 문명이 반가워 계획과 달리 하루 더 머물렀지만 이제 문명을 뒤로하고 다시 떠날 때가 왔다. 진짜 파미르 하이웨이를 달릴 시간. 한데 중요한 건 또 다시 셰어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 다음 편에서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 2편이 이어집니다.
호로그에서의 현대 문명이 반가워 계획과 달리 하루 더 머물렀지만 이제 문명을 뒤로하고 다시 떠날 때가 왔다. 진짜 파미르 하이웨이를 달릴 시간. 한데 중요한 건 또 다시 셰어택시가 잡히지 않는다.
▶▶ 다음 편에서 파미르 하이웨이 여행 2편이 이어집니다.
[글과 사진 추효정(여행작가)]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9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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