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 『아니 에르노의 말』 & 『이처럼 사소한 것들』

2023. 12. 17. 17:44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노벨문학상 작가가 들려주는 내밀한 고백『아니 에르노의 말』
작가 아니 에르노와 프랑스의 사회학자 로즈마리 라그라브의 두 번에 걸쳐 나눈 대담을 담은 이 책에서 두 사람은 서로 닮은 삶의 궤적을 공유한다.
두 사람은 모두 노르망디 시골 가정 출신으로 계급 이동 경험을 가졌다. 에르노의 부모는 공장 노당자를 거쳐 식료품점을 열었고, 라그라브의 부모는 교회 지역으로 이주하며 계급 하락을 겪었다. 가톨릭 신앙은 성장기에 큰 영향을 주었고, 학교와 지식은 구원의 수단이었다. 공감을 바탕으로 두 사람은 문학과 삶에 관한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눈다.
아니 에르노·로즈마리 라그라브 지음 / 윤진 옮김 / 마음산책 펴냄
“아니 에르노는 자신의 삶을 쓰는 작가다. 직접 체험하지 않은 건 쓰지 않는다는 원칙으로 독자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해 2022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했다. 가부장제를 전복하는 해방의 문학을 해온 에르노의 작품들은 사회과학 연구자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에르노에게 작가로서의 자각에 영향을 준 건 독서였다. 18살에 읽은 시몬 드 보부아르의 『제2의 성』은 환한 빛 같은 책이었다. 가차 없는 이 글이 그녀의 세계관을 찢어버렸고 사회가 성차로 구분되어 있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남성 위주의 문학사에서 벗어나 버지니아 울프, 마르그리트 뒤라스, 도리스 레싱 등을 만나게 됐다.
기존 질서를 두려워하지 않는 에르노는 지배계급의 교묘한 차별을 폭로하고 진실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해왔다. 라그라브는 에르노에게 “당신은 모두에게 더 나은 세상의 윤곽을 그려볼 수 있는 힘을 바로 우리 안에서 찾아내라고 촉구하면서 문을 열어주었어요”라고 고백한다.
서민 가정 출신으로 작가와 교사로 살아온 ‘계급 탈주자’이기도 했던 에르노는 특히 엘리트의 언어가 아닌 출신 계급의 언어를 사용해 ‘밋밋한 글쓰기’를 시도했는데 이는 보수적인 문학의 관점에서 파격이었다. 그는 “모든 것을 사물처럼 간주할 것”이라는 원칙이 자신의 글쓰기를 밀고 나가는 추동력이라 설명한다.
많은 독자와 비평가들이 경외하는 글쓰기의 비밀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들려준다. “나는 내밀한 것을 글로 쓰면서 두려움을 느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글을 쓰는 동안 나 자신을 나와 분리된 존재, 다른 사람으로 느끼거든요. 그 또한 세계 안에 존재하는 한 가지 방식이라고 생각해요.”
반항과 전복의 작가는 어느덧 노년이 됐다. 라그라브는 “난 죽음이 두렵지는 않지만, 쇠락하게 되리라는, 자율성을 잃어버리게 되리라는 생각을 하면 미칠 듯이 불안해진다”고 털어놓는다. 에르노는 우정을 나눈 동료에게 35살에 일기장에 써놓은 글귀를 들려준다. “늙음과 죽음, 그 모든 것을 생각하지 말 것. 생각하면 절망하게 된다.”
젊은 날, 페미니스트로 ‘자발적 임신 중단’을 외쳤던 작가는 이제 죽음을 선택할 권리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낸다. “난 노년이 향유의 시기가 되면 좋겠어요. 다시 말해서 끝내겠다고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갖고 싶어요.”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일어난 비극『이처럼 사소한 것들』
1985년, 나라 전체가 실업과 빈곤에 허덕이며 혹독한 겨울을 지나고 있는 아일랜드의 한 소도시 뉴로스는 서서히 쇠락하는 중이다. 실업수당을 받으려는 사람들 줄이 점점 길어지고, 전기요금을 내지 못해 가정집은 너나없이 냉골이라 외투를 입고 자는 사람도 있다.
석탄 상인 빌 펄롱은 빈곤하게 태어나 일찍이 고아가 되었으나 어느 친절한 어른의 후원 아래 경제적 도움을 받았고, 그런 본인이 그저 ‘운’이 좋았음을 민감하게 자각하는 사람이다. 가족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직업이 있고, 딸들을 좋은 학교에 보낼 수 있으며, 따뜻한 침대에 누워 다음 날 어떤 일들을 처리해야 할지 생각하면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는 특권을 누리고 있음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이 안온한 일상을 흔들 사건이 일어난다. 크리스마스를 앞둔 어느 날 아침, 펄롱은 수녀원으로 석탄 배달을 나갔다가 창고에서 한 여자아이를 발견하고 그곳에서 벌어지는 불법적인 사건의 정황을 파악하게 된다.
클레어 키건 지음 / 홍한별 옮김 / 다산책방 펴냄
『맡겨진 소녀』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이 번역 출간되었다.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실화인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이곳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 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했던 시설로, 당시 ‘성 윤리에 어긋난 짓을 저지른’ 여성들을 교화시키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곳이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맡겨진 소녀』의 작가 클레어 키건의 대표작이 번역 출간되었다. 자신이 속한 사회 공동체의 은밀한 공모를 발견하고 자칫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선택 앞에서 고뇌하는 한 남자의 내면을 그린 작품이다. 이 소설은 실화인 막달레나 세탁소 사건을 바탕으로 한다. 이곳은 18세기부터 20세기 말까지 아일랜드 정부의 협조 하에 가톨릭 수녀원이 운영했던 시설로, 당시 ‘성 윤리에 어긋난 짓을 저지른’ 여성들을 교화시키고 보호한다는 명분으로 설립된 곳이다. 키건 특유의 섬세한 관찰과 정교한 문체로 한 인간의 도덕적 동요와 내적 갈등, 실존적 고민을 치밀하게 담아냈다.
[글 김슬기 기자 사진 각 출판사]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909호 기사입니다]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MBN. 무단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