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손실 수천억 다른 고객에 전가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2023. 12. 17.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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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상품을 운용하면서 고객 간 손실을 전가하는 등 여러 위법행위를 저지른 점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17일 금감원은 증권사 9곳(교보·미래에셋·유안타·유진·하나·한국투자·KB·NH·SK)을 대상으로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를 점검한 결과 다수의 위법사항과 리스크 관리, 내부 통제상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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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증권사 9곳 적발

증권사들이 채권형 랩어카운트(랩)·특정금전신탁(신탁) 상품을 운용하면서 고객 간 손실을 전가하는 등 여러 위법행위를 저지른 점이 금융감독원 검사에서 적발됐다.

17일 금감원은 증권사 9곳(교보·미래에셋·유안타·유진·하나·한국투자·KB·NH·SK)을 대상으로 채권형 랩·신탁 업무 실태를 점검한 결과 다수의 위법사항과 리스크 관리, 내부 통제상 문제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5월부터 증권사 9곳의 업무 실태를 검사했고 모든 증권사에서 예외 없이 위법 행위가 발견됐다.

실제로 A증권사는 지난해 7월 이후 다른 증권사와 6000여 회에 걸친 연계·교차거래를 통해 특정 고객 계좌의 기업어음(CP)을 다른 고객 계좌로 고가에 매도했다. A증권사가 특정 고객들의 목표수익률을 맞춰주기 위해 이와 같은 방식으로 다른 고객 자산에 부당한 손실을 끼친 금액은 모두 5000억원에 달한다.

채권형 랩·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 1대1 계약을 체결해 자산을 운용하는 상품으로 랩·신탁 상품을 운용할 때는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 된다.

만연한 '짬짜미 손실전가'

검사대상 9社 모두 적발

수천억 채권 손실 돌려막기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투자업자는 원칙적으로 사후에 투자자에게 이익을 제공해서는 안 된다"면서 "일부 증권사는 랩·신탁 만기 시 목표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를 비롯한 주요 경영진의 결정하에 이 같은 불법을 저질렀다"고 설명했다.

금감원은 이 같은 사례가 무더기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고객 간에 손실 전가를 일으킨 운용역은 증권사 9곳에 30명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특정 고객 계좌의 손실을 다른 고객에게 떠넘기거나 증권사 고유자산을 통해 보전해주는 등 중대한 위법 사실을 적발했다고 밝혔다.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가격으로 거래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한다"면서 "주요 혐의 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금감원은 증권사가 운용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고객 계좌에서 CP를 고가에 매입해주는 방식으로 목표수익률을 억지로 맞춰준 사실도 확인했다. B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에 가입한 특정 금전신탁을 통해 2022년 11월부터 같은 해 12월까지 고객의 랩·신탁 계좌에 있는 CP를 고가에 매수해주는 식으로 총 1100억원 규모 이득을 부당하게 취했다.

증권사들은 고객과 랩 상품에 대한 계약을 맺을 때 운용 가능한 자산의 잔존만기 한도를 1년으로 제한하기로 약속하고도 잔존만기가 4년인 회사채를 편입해 운용하기도 했다. 또 운용 가능한 자산의 신용등급을 AA+로 제한하기로 약정했지만 AA-인 회사채를 편입하기도 했다.

당국이 점검에 나선 것은 작년 하반기 자금시장이 경색되면서 랩·신탁 상품과 관련해 환매중단 사태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CP 등 랩·신탁 편입자산을 시장에서 매도하기 어려워졌다.

금감원 고위 관계자는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융투자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이나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진행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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