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줄인다더니…UAE 석유기업의 안면몰수

COP28 의장 맡았던 자비르
합의 이틀만에 "195조 투자"
머스크도 "석유 악마화 안돼"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 의장국인 아랍에미리트(UAE)의 국영기업이 화석연료 생산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타결된 COP28 합의문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전환(transitioning away)'이 명시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이 합의문은 기존 '철폐'보다 후퇴한 것이어서 '그린 워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술탄 아흐마드 자비르 COP28 의장(사진)이 "아부다비 국영석유공사(ADNOC)의 석유와 가스 생산을 위해 기록적인 규모로 투자를 지속하겠다"고 말했다고 15일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그는 ADNOC 최고경영자(CEO)이자 UAE 첨단산업기술부 장관이다.

자비르 의장은 ADNOC가 향후 7년간 1500억달러(약 195조6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며, 석유·가스 생산량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UAE는 석유 매장량 세계 5위에 해당하는 '석유 부국'이다. 화석연료에 대한 국제 수요를 충족해야 한다는 이유다. 그는 "종국에 전 세계의 에너지 요구를 충족하기 위해 어떤 에너지원이 필요할지는 수요에 달려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자비르 의장은 특히 ADNOC의 탄화수소(석유·가스의 주성분)가 효율적으로 추출되고 상대적으로 누출이 덜해 탄소 배출량이 적다고 주장했다. 탈탄소와 맞물려 저비용, 저탄소 방식으로 생산된 석유와 가스에 대한 수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산업혁명 이후 지구 평균 기온 상승폭을 1.5도로 제한하기 위해 넷제로를 시행해도 2050년까지는 화석연료 수요가 일부 남아 있을 것"이라며 "새로운 에너지 시스템을 구축하는 동시에 현재 화석연료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탄소가 더 적게 배출되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자비르 의장은 "저탄소 에너지를 더 낮은 비용에 공급해 책임감 있고 믿을 만한 공급자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기후변화 관련 시민단체들은 그의 이 같은 주장에 반발하고 나섰다. 화석연료 반대 운동을 벌이는 '화석연료 비확산 조약 이니셔티브'의 국제협력 책임자인 하지트 싱은 "UAE가 COP28 의장국으로서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며 "부유한 국가들이 파리기후변화협약 정신을 존중하는 실질적인 행동을 보여줘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석유와 가스를 악마화하면 안 된다"고 주장해 논란에 불을 지폈다. 그는 16일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속한 이탈리아형제들(Fdl) 정당이 개최한 연례 정치 행사 '아트레유'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머스크 CEO는 "단기간 기후변화에 대한 경고는 과장됐다"며 "중기적으로는 석유와 가스를 악마화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문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