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부실 2011년보다 심각… 중견 건설사 전체가 ‘위기’다”[인터뷰]
‘태영건설 워크아웃설’부터 ‘1군 건설사의 부도 임박설’까지… 최근 건설업계는 연이은 유동성 위기론에 뒤숭숭한 분위기다. 두건 모두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지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을 보는 업계 불안감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부동산 경기 한파에 종합건설사 폐업건수는 12년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태영건설·롯데건설·한신공영 등 중·대형 건설사들도 신용등급이나 전망이 강등됐다.
12년간부동산PF 심사역으로 일했던 이윤홍 한양대 부동산융합대학원 겸임교수는 이러한 건설업계 우려에 대해 “2011년 저축은행·건설사가 줄도산 사태와 비교해도 현재 PF부실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라고 했다. 그는 “개별 업체 한두곳이 아닌 중견건설사들 전체가 위기”라며 “부실 사업장은 내년 총선까지 기다릴 필요 없이 최대한 빨리 구조조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중견건설사 부도설이 끊이지 않는 이유는?
“대형 건설사는 사회간접자본(SOC), 플랜트, 토목, 주택 등으로포트폴리오가 다각화되어있다. 주택 사업도 미분양 부담이 적은 강남 정비 사업 위주다. 반면 중견 건설사는 PF 대출을 일으켜 분양을 하는 사업에 편중돼있고, 수도권 외곽이나 지방 사업장 비율이 높아 사업의 질이 좋지 않다. 대형 건설사와 달리 그룹의 자금 지원도 기대할 수 없고 신용등급도 낮아 금융권의 자금 대체 능력이 부족하다. 경기 침체로 우발채무(시행사 부도시 시공사가 떠안게 되는 채무)가 현실화됐을때 이것이 바로 유동성 위기로 직결된다는 점이 대형건설사와 중견건설사의 큰 차이다.”
-특정 건설사의 PF 부실 우려를 알고 싶으면 어떤 지표를 봐야하나?
“건설사들은 비재무 항목인 ‘PF 우발채무 진행현황’이 가장 중요하다. 대출은 받았지만 사업을 못하고 있는 미착공 사업장이 많은지, 미분양 사업장은 얼마나 되는지 등이다. 비주거용·지방 사업장이 많은지도 중요하다. 다만 비재무 지표들은모두 PF대출을 심사하는 담당자가 아니면 정확히 알수 없다는 한계가 있다. 재무 항목의 경우 수익률, 부채비율, 차입금 의존도 등을 중요하게 보는데, 업계에서는 통상 부채비율 300%, 차입금 의존도 25% 이상을 ‘레드라인’으로 간주한다. ”
이 교수가 지난 10월 자체 집계한 자료에 의하면 건설사중에서는 신세계그룹의 부채비율(자본금 대비 부채 비율·PF우발채무까지 포함)이 1499%로 가장 높았다. 태영건설은 693%, 금호건설 366% 등도 위험 수준을 넘어섰다. 사업 포트폴리오가 주택사업에 편중돼있어, 주택시장이 상승기조로 전환되지 않는 한 우발채무가 현실화할 가능성인 높은 업체들이다.
-지금 부동산PF 시장은 어떻게 진단하나
“굉장히 위험한 상황으로 본다. 부동산 경기가 좋을때는 중견 건설사들이 새마을금고, 저축은행 등 제2금융권을 주로 이용했다. 그런데 우크라이나전을 거치며 공사비가 최저점 대비 30% 이상 치솟았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를 분기점으로 PF 금리도 5~6%에서 10~18%까지 치솟았다. 특히 최근에는 미분양을 우려한 건설사들이 ‘사업비 85% 이상 확보’를 계약 조건으로 내걸면서, 시행사의 금융비용이 더 커졌다. 이렇게 되면 시행사에 자금을 빌려준 금융권, 금융권에 책임준공을 약정한 건설사, 건설사 부도 시 부실채권을 책임져야 하는 신탁사까지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
-과거에도 이러한 전례가 있었나
“2011년에도 저축은행과 건설사들이 줄도산했다. 다만 당시는 부동산 경기침체의 영향만 있었기 때문에, 공매에 나온 PF 부실 사업장(토지) 가격이 20~30%만 떨어져도 매각이 됐다. 다른 시공사를 찾아 정상적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었다는 뜻이다. 하지만 현재는 부동산 경기 침체에 더해 공사비와 PF대출금리까지 전반적으로 급등했다. 최초 PF 대출 채권금액 대비 70% 이하로 매각돼야 겨우 수익성이 나오는 사업장들이 부지기수다. 2011년에는 일부 저축은행과 건설사만 위험했다면, 지금은 건설사에 돈을 빌려준 제2금융권과 신탁사로까지 위험이 번졌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정부가 어떤 대책을 내놔야 할까
“지금까지는 금융감독원이 사업성 없는 PF 대출의 만기 연장을 유도한 측면이 있다. 수익이 안나는 상태에서 부채만 연장해주다보니 금융권의 재무건전성이 안좋아졌다. PF 대출 만기 도래 시점이 올해 12월부터 내년 4월까지 집중되어있는 만큼, 내년 총선까지 기다릴 여유가 없다. 부실 사업장은 하루라도 빨리 구조조정하고, 이후엔 PF 대출 금리를 최대한 낮춰줘야 한다. 중견건설사들이 주로 수주하는 가로주택 정비사업의 PF 대출금리를 인하해주는 등의 지원책이 필요하다.”
심윤지 기자 sharpsim@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들이 이제 비자 받아 잘 살아보려 했는데 하루아침에 죽었다”
- 윤 대통령 ‘외교용 골프’ 해명에 김병주 “8월 이후 7번 갔다”···경호처 “언론 보고 알아
- 최현욱, 키덜트 소품 자랑하다 ‘전라노출’···빛삭했으나 확산
- “남잔데 숙대 지원했다”···교수님이 재워주는 ‘숙면여대’ 대박 비결은
- 이준석 “대통령이 특정 시장 공천해달라, 서울 어떤 구청장 경쟁력 없다 말해”
- 이재명, 김혜경 선고 앞두고 “희생제물 된 아내, 죽고 싶을 만큼 미안”
- “집주인인데 문 좀···” 원룸 침입해 성폭행 시도한 20대 구속
- 뉴진스 “민희진 미복귀 시 전속계약 해지”…어도어 “내용증명 수령, 지혜롭게 해결 최선”
- 또 아파트 지하주차장 ‘벤츠 전기차 화재’에…주민 수십명 대피
- [단독]“일로 와!” 이주노동자 사적 체포한 극우단체···결국 재판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