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로 예산협상 실종…野, 단독처리 압박

전경운 기자(jeon@mk.co.kr), 안정훈 기자(esoterica@mk.co.kr) 2023. 12. 17. 17:36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18일부터 릴레이 장관 청문회
여야 첨예한 대립 불가피할 듯
김홍일 청문회 날짜도 못잡아
역대 최악 '예산 지각처리'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4일 지명한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릴레이 인사청문회가 18일 시작된다. 내년도 예산안 협상이 여전히 안갯속인 가운데 여야의 첨예한 대립이 불가피한 청문회 정국이 다시 국회를 뒤덮게 됐다.

여야가 오는 20일로 예정된 본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의견을 모았지만 협상이 한 발짝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인사청문회까지 겹치면서 국회가 역대 최악의 예산안 '지각 처리' 기록을 세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17일 국회에 따르면 윤 대통령이 단행한 장관급 후보자들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18일부터 일주일 내내 이어진다. 18일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를 시작으로 19일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강도형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20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후보자, 21일 강정애 국가보훈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진행될 예정이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번 개각이 총선용이라며 대대적 공세를 예고하고 있다. 최상목 후보자 등 경제부처 장관 후보자들에 대해 아직 예산안 협상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책임자 교체에 나섰다는 비판과 함께 "경기 침체와 민생 위기를 초래해 경질해야 할 인사들을 도리어 총선에 출마시키겠다고 자리를 깔아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특히 야당은 강도형 후보자에 대해 과거 폭력 및 음주운전 전과 등을 이유로 들면서 자진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아직 청문회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지만 검사 출신인 김홍일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도 일찌감치 부적격 인사로 결론 내렸다. 두 후보자에 대해 야당이 십자포화를 퍼부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의힘은 이 같은 야당 공세에 "더 이상의 낙마는 없다"며 방어전선을 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여야 간 충돌이 격해질 경우 가뜩이나 꽉 막혀 있는 예산안 협상이 더욱 심각한 교착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야는 656조9000억원 규모의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협의하기 위해 양당 원내대표와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간사가 참여하는 '2+2 협의체'를 구성했지만 여전히 진전이 없다시피 하다. 내년도 예산안은 이미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을 훌쩍 넘긴 상태다.

정치권에서는 여야가 합의한 예산안 처리 기한인 20일도 지키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양측은 새만금, 국가 연구개발(R&D) 예산 등 쟁점 항목에서 서로 양보 없는 벼랑 끝 전략으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예산안 협상이 쟁점별로 감액과 증액이 맞물려 있다 보니 어느 한두 곳에서 협의가 안 되면 모든 후속 논의가 막혀버리는 구조다. 여당 측에선 지역사랑상품권 법안 등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 생색내기용 예산'이라며 합의해줄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민주당에선 대통령실·법무부·감사원 등 권력기관 업무추진비와 특수활동비 등을 대폭 삭감하고 야당이 요구한 예산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어 대치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처리가 불발될 경우 여야가 합의한 28일 본회의에서 최대한 예산안 처리를 시도한다는 입장이다. 이 경우 국회 선진화법 도입 이후 최장 지각 처리라는 오명을 쓰게 된다. 가장 늦은 기록은 지난해 예산안을 처리했던 12월 24일이다. 반면 민주당은 여야 합의가 안 되면 당초 '데드라인'으로 잡은 20일 본회의에서 민주당의 자체 예산안이라도 통과시키겠다는 방침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예산안 협의 상황에 대해 "예산안 협상이라는 게 서로 주고받는 게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어 상당히 답답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만약 본회의 날인 20일 당일에라도 협상이 이뤄진다면 본회의를 열어놓고 시트 작업(예산명세서 작성)을 기다릴 마음까지 있다"며 "그래도 협의가 안 된다면 20일 민주당 예산안으로 처리할 것"이라고 압박했다.

[전경운 기자 / 안정훈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