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의 사각지대 탓에… '성범죄 2범' 택시 몰았다

2차례 처벌 전력 60대 기사
과거 실형 2년후 제한 풀려
만취 여대생 태우고 강간 구속

성범죄 전과 2범인 60대 택시기사가 만취 승객을 성폭행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성범죄 전력이 있어도 택시기사로 활동하는 데 별 제재를 받지 않는 현행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남부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검사 최재아)는 지난 15일 여성 대학생 승객을 성폭행한 택시기사 A씨(61)를 준강간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명령도 청구했다.

A씨는 지난달 4일 오전 6시 20분께 서울 마포구 인근에서 만취한 상태로 택시에 탑승한 피해자 B씨를 모텔로 끌고 가 성폭행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지난달 28일 서울 강서경찰서에서 사건을 넘겨받아 수사를 진행해왔다.

A씨는 검찰 조사에서 "B씨를 모텔에 데려다준 뒤 모텔비를 받기 위해 다시 들어갔으나 소파에서 잠이 들었다"고 주장하는 등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가 B씨를 모텔로 끌고 가 모텔 방을 수차례 드나드는 CCTV 장면과 현장 발견 물품 등을 봤을 때 A씨 혐의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A씨는 과거 두 차례 성범죄로 처벌받은 전력이 있지만 관련 규정이 미비해 택시기사 자격을 유지한 채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그는 2006년 택시 운행 중 20대 여성 승객을 성폭행해 준강간죄로 징역 3년, 2021년엔 강제추행죄로 4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상 2012년 이후에 성범죄로 실형을 선고받으면 출소 후 20년 동안 택시기사 자격을 제한한다. 2012년 이전 범죄는 흉기를 휴대하거나 합동 강간을 하는 등 강력 성범죄로 실형을 받아야만 출소 후 2년 동안 자격이 제한되고 A씨처럼 강간 등 일반적인 성범죄로는 실형을 받더라도 아무런 제한 없이 택시기사 자격이 유지된다.

성범죄자에 대한 유죄 판결 시 함께 선고 가능한 '취업제한명령' 대상에도 택시기사는 빠져 있다. 국토교통부에서 택시기사 자격을 관리하고 결격 사유를 시도지사, 운송사업자에 알리는 규정이 있으나 이마저도 기간·횟수 등 구체적 절차를 명시한 규정은 없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 과정에서 현행법상 택시기사 자격 제한 제도에 문제점이 있어 입법 개선의 필요성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택시 성범죄에 엄정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진영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