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시평] 3代가 행복한 도시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일전에 한 영국 주간지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동아시아 사회를 훈계했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3~4대 가족으로 구성된 대가족제도를 통해 가족의 출생과 육아를 지원했다.
조부모의 육아 참여율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정도로 증가함에 따라 가족제도가 핵가족에서 3대 가족의 느슨한 연대로 확장하는 것이다.
3대 육아 공동체가 바람직한 가족 확장 방식이라면 한국 사회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부모의 손자녀 육아 지원에 대한 보조금 확대가 좋은 시작이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현실적 대책은 조부모와 동거
美도 3대 동거 공동육아 늘어
조부모 육아 보조금과 함께
같이 또 따로 생활도 가능한
3대 가족주택 도입 검토할만
일전에 한 영국 주간지가 인구 소멸 위기에 처한 동아시아 사회를 훈계했다. 동아시아도 서양처럼 가족을 확장하라고. 가족의 개념을 동성커플, 비혼가구, 양부모로 확대해 '새로운' 가족의 입양과 출생을 장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가족제도에 대한 서구 지식인의 훈수가 떨떠름하지만 그래도 인정할 것은 인정하고 한국의 해법을 주체적으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한 사이 한국의 가족제도는 약화됐고, 그 결과가 저출생이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가족의 육아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제안 중 보호 대상 아동의 국내 입양은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고민한 문제다. 지적받은 대로 한국 사회가 아동의 국내 입양을 늘리기 위해 계속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한국 상황에서 동성커플 입양, 사실혼, 미혼모 출생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기 어렵다. 예컨대 동성커플 입양을 허용하려면 동성결혼을 먼저 용인해야 하기 때문이다. 가족의 확장을 한국식으로, 즉 한국의 가치와 현실에 맞게 추진해야 한다. 하나의 가능성이 3대 가족 문화의 복원이다.
전통적으로 한국 사회는 3~4대 가족으로 구성된 대가족제도를 통해 가족의 출생과 육아를 지원했다. 가족제도가 대가족에서 핵가족, 핵가족에서 1인 가구로 진화하면서 육아를 가족보다는 사회의 일로 여기는 사회적 분위기가 자리 잡았다. 전문가들도 가족제도보다 복지제도에서 출생률 제고 방안을 찾는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가족의 '전통적' 확장을 감지할 수 있다. 조부모의 육아 참여율이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할 정도로 증가함에 따라 가족제도가 핵가족에서 3대 가족의 느슨한 연대로 확장하는 것이다. 3대 육아 공동체는 주택과 주거지 선택에도 영향을 끼친다. 3대가 같이 살 수 있는 주택을 찾거나 친정 부모 근처에 살면서 '육아 공동체'를 구축하는 자녀를 쉽게 만날 수 있다.
미국에서도 육아를 지원하기 위한 조부모 동거 가족이 늘어난다고 한다. 일부 가족은 조부모의 주거 공간을 확보하기 위해 마당에 별채를 짓는다. 최근 미국에서 인기를 끈 가족 드라마 '영 셸든(Young Sheldon)'도 3대 가족 문화의 확산을 보여준다. 길 건너에 사는 외조모가 천재 아동 셸든을 키우기 위해 다양한 지원 기관을 찾아다녀야 하는 딸 가족을 지원한다.
3대 육아 공동체가 바람직한 가족 확장 방식이라면 한국 사회는 이를 활성화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 조부모의 손자녀 육아 지원에 대한 보조금 확대가 좋은 시작이다. 조부모의 '일방적인' 희생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MZ세대의 소설을 보면 기성세대와 다른 조부모에 대한 인식을 느낄 수 있다. 실제로 자신을 키운 조부모에 대해 부모 이상의 애정을 보인다. 일부는 조부모 돌봄에 적극적으로 나선다.
공간적으로도 정부가 3대 가족을 지원할 수 있다. 3대 가족 주택과 동네를 공급하는 일이다. 핵가족, 1인 가구 주택과 더불어 3대 가족 주택도 필요하다. 3대 가족이 한 집에 사는 주택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보조금과 공간 구성을 통해 3대 가족이 가까이 살 수 있는 구조와 인센티브를 제공해야 한다. 공간에서 해법을 찾다 보면 결국 도시 디자인 문제로 귀결된다. 3대가 함께 모여 사는 행복한 도시는 어떤 곳일까? 3대가 만족할 수 있는 직주락 센터, '3대 가족 근접 도시'로 요약할 수 있다. 3대가 함께, 그리고 따로 일하고, 즐기며, 생활할 수 있는 도시다.
[모종린 연세대 교수]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정말 간 크네”…은행 허위대출로 16조3500억 빼낸 ‘이 여성’ 정체가 - 매일경제
- “완전 장군감인데”…23살 요르단 공주, 가자지구 공수작전 참여 화제 - 매일경제
- ‘19.3억원’ 이번주 로또 1등, 13명 무더기 당첨…‘6150만원’ 2등도 68명 - 매일경제
- 돈도 없는데 너무 비싸서 2030 ‘털썩’…연중 최저 찍었다 - 매일경제
- 10년만에 처음이라 여의도도 ‘당혹’…해외 주식 거래 ‘무슨 일’ - 매일경제
- ‘19억·13명 무더기’ 로또 1등, ‘9곳이 자동’이었네…판매처는 - 매일경제
- 총선서 30석 얻어 정치 바꿀 것…금태섭 ‘새로운선택’ 창당대회 - 매일경제
- 120평 집 공개한 SK 3세…“친구 사귀기 힘들다” 고백한 이유 - 매일경제
- “임플란트 이제 멈추시라”…현직 치과의사가 폭로한 영업 비밀 - 매일경제
- “어린 친구들에게 꿈을 줬다고 생각한다” 이종범이 보는 아들 이정후의 빅리그 도전 [현장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