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위기 늪' 빠진 한국경제 … K기업가정신이 탈출 해법
반드시 성공시킨다는 일념
두려움 없이 전진한 도전이
사업보국과 기업 신화 일궈
K기업가정신, 청년들과 공유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기대
삼성, LG, GS, 효성 등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기업을 배출한 경남 진주시가 '기업가정신의 수도'로 선포된 지 5년 만에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과 4대 기업 사장급 임원이 한자리에 모인 점은 이번 행사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이들은 지난 15일 진주시 능력개발관에서 열린 '진주 K-기업가정신 청년 포럼'에 참석해 기업 혁신을 통한 국가 발전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은 도전정신 등 K-기업가정신을 청년세대와 공유했다.
손현덕 매일경제신문 대표는 개회사에서 "진주 선언 5년 만에 진주에 뿌리를 둔 글로벌 기업 사장단이 한자리에 모인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복합 위기에 빠진 한국경제가 K-기업가정신으로 돌파구를 마련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2018년 7월 매일경제신문, 한국경영학회, 진주시는 진주를 기업가정신 수도로 선포했다. K-기업가정신의 뿌리가 된 우국애민과 사업보국 등을 계승해 한국 경제와 산업계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서였다.
이날 발표된 기업가정신은 도전, 신뢰, 사회적 책임이라는 공통분모를 갖고 있다. 각 사 사장들은 인간을 존중하고 공동체 가치를 중시하는 K-기업가정신이 우리나라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미래를 준비하는 시대정신으로 충분한 가치를 지닌다고 강조했다.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은 "삼성은 이병철 창업회장의 사업보국과 인재를 중요하게 여기는 기업 정신에 뿌리를 두고 있다"며 "제일제당을 설립해 설탕을 생산하고, 반도체 사업에 진출한 것은 국가와 국민에게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라고 언급했다.
박 사장은 "이병철 창업회장은 기업은 장기적 안목에서 시대 요구를 파악하고 국민에게 도움이 되는 제품을 개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며 "이 정신은 이건희 선대회장의 '인류사회 공헌'을 거쳐 이재용 회장의 '사회와 함께 나누고 더불어 성장'이라는 경영철학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명관 LG인화원장은 "구인회 창업회장은 '남이 미처 안 하는 것을 선택하라' '일단 착수하면 과감히 밀고 나가라' '성공하더라도 거기서 머물지 말고 보다 어려운 것에 새롭게 도전하라'는 초심을 잃지 않았다"며 "이 같은 구 창업회장의 초심은 지금의 LG를 만든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이 원장은 고객에 대한 신뢰와 과감한 결단도 구 창업회장의 대표적인 기업가정신이라고 밝혔다. 구 창업회장은 1947년 글리세린 원료가 없어 글리콜로 크림을 만들었으나 나쁜 평가를 받자 "몽땅 밑져도 할 수 없다"며 글리콜 크림을 모두 회수했다.
1951년에는 당시 거금이었던 2억~3억원을 대출받아 플라스틱 제조장비를 구매했다. 구 창업회장은 "기업하는 사람으로서 남들이 하지 않는 일을 성공시키는 게 얼마나 보람 있고 자랑스러운 일이냐"란 생각을 갖고 플라스틱 사업에 뛰어들었다.
GS는 선대부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한 만석꾼 집안 품격을 유지하고 있다. 허만정 GS 창업주는 상하이임시정부에 독립자금을 대고 더 많은 교육 기회를 주기 위해 학교를 설립했다. 세금을 내지 못해 어려움을 겪는 이웃의 세금을 대신 내주기도 했다.
김기태 GS칼텍스 고문은 "이웃에게 베풀고 국가가 어려울 때 홀연히 일어난 나눔과 애국정신이 GS 기업 정신의 뿌리"라며 "토지자본을 산업자본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사람에 대한 신뢰와 투자는 기업 성장과 발전의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김 고문에 따르면 허씨들은 근검절약과 인화를 가장 중요한 미덕으로 여겼다. 허만정 창업주의 부친 허준 선생은 후손들에게 "재산을 갖고 다투지 말라"고 당부했는데, 이는 현재 GS그룹 경영에도 이어지고 있다. GS는 한번의 경영권 분쟁 없이 기업을 경영해오고 있다.
효성은 기술로 무장한 도전정신이 경영철학이다. 민간기업 최초의 기술연구소, 타이어코드 국산화, 국내 최초 컴퓨터 공장 건립, 765㎸ 초고압변압기 국내 최초 개발은 효성의 이러한 경영철학을 잘 보여준다. 효성은 합작이나 해외와 기술제휴 없이 자체 기술로만 제품을 만들고 있다. 손현식 효성TNS 사장은 "조홍제 창업주는 '몸에 지닌 작은 기술이 천만금의 재산보다 낫다'고 강조했다"며 "자강불식(쉬지 않고 줄곧 힘쓴다)의 기업 정신으로 신기술 개발에 힘쓰는 것은 백년기업 효성을 만드는 힘"이라고 말했다.
4대 기업 사장들은 반드시 성공시키겠다는 일념과 두려움 없이 전진한 도전정신이 오늘의 기업 신화를 일궜다면서 K-기업가정신의 요체로 '절실함'을 거론했다.
박 사장은 "분단과 전쟁을 거치며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야겠다는 절실함이 대한민국을 이끌어왔다"면서 "이제는 해외에서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도록 정부가 규제와 제도 개선에 신경 써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절실함의 사례로 초기 반도체 개발을 이야기했다. 박 사장은 "삼성전자 반도체 초창기 시절 연구원들은 해외 공장에서 기계를 본 후 호텔에 들어오자마자 밤을 새우며 머리에 기억한 도면을 그렸다"면서 "비행기 안에서 출장 보고서를 작성한 후 귀국하면 바로 연구소로 출근했다"고 전했다.
손 사장은 "한국인만큼 목표를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일하는 민족도 없다"고 말했다.
[진주 서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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