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들 "이병철·구인회 생가서 인간존중 배워"

최승균 기자(choi.seunggyun@mk.co.kr) 2023. 12. 1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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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기업가 성지' 방문
삼성·LG·GS·효성 탄생한
승산마을 생가 등 둘러봐
"학교 경제교육 시행 맞춰
국립 기업가정신관 지어야"
美 셰브론 임원 포럼 참여
"K기업가 인본주의에 감명"
지난 14일 옛 진주 지수초등학교를 리모델링한 K-기업가정신센터를 찾은 120여 명의 대학생과 청년 창업가들이 해설사가 설명하는 진주 기업가정신에 대한 유래와 의미를 경청하고 있다. 진주 김호영 기자

"대기업 창업주들의 공통된 키워드가 '돈보다는 사람'이라는 점에 매료됐습니다."

지난 14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진주 K-기업가정신 청년 포럼' 현장 투어에 참가한 120여 명의 대학생과 젊은 기업인들은 이윤보다 사람을 중시한 대기업 창업주들의 정신에 감명받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날 참가자들은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과 구인회 LG 창업회장, 허만정 GS 창업주, 조홍제 효성 창업회장이 함께 다닌 진주 지수초등학교를 비롯해 구 회장과 허 창업주가 살던 승산마을, 이 회장 의령 생가, 조 회장 함안 생가, '주변 20리에 큰 부자가 나온다'는 전설이 깃든 의령 솥바위를 차례로 둘러봤다.

청년들은 옛 지수초를 리모델링해 작년에 문을 연 'K-기업가정신센터'에서 창업주들의 사상과 걸어온 길을 설명하는 문화해설사의 말에 귀를 쫑긋 세웠다.

김지현 씨(23·이화여대 미디어학부 4학년)는 "많은 사람이 돈을 벌기 위해 기업을 한다고 하는데, 사람을 향하는 마음에서 출발할 때 세상을 변화시키는 큰 기업가가 될 수 있다는 게 피부로 가장 와닿았다"고 말했다.

이성민 씨(21·연세대 심리학과 2학년)는 "사람을 중히 여기는 인본주의(人本主義) 사상이 과거부터 승산마을에 정착된 것 같다"고 밝혔다.

창업주 생가 방문에 이어 열린 만찬에서 박선근 한미우호협회 회장은 청년들에게 도전 정신과 인간관계(네트워킹)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회장은 27세 나이에 단돈 200달러를 들고 미국에 건너가 현재 직원 3000여 명을 둔 청소 대행 업체를 키운 한상이다.

그는 "미국에 가기로 결심하면서 단돈 200달러를 들고 처음으로 시카고행 비행기를 탔을 때 옆 좌석에 앉은 분이 다 읽은 신문을 건네줬다"며 "신문에 실린 구인광고가 눈에 들어왔고 공항에 내리자마자 공중전화로 전화를 걸어 레스토랑 청소 일 면접을 보고 일자리를 바로 구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박 회장은 "내가 대접받고 싶은 만큼 남을 대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며 "남을 돕는 데 인색해선 안 된다. 이것이 황금 룰"이라고 강조했다. 박 회장에 이어 이건수 동아일렉콤 회장은 청년들에게 "기업은 도전이다. 머리가 아닌 가슴으로 회사를 키워야 한다"면서 "사업 기회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고 조언했다.

15일 포럼에는 GS칼텍스의 합작 파트너인 미국 셰브론 임원들도 참석했다. 그는 허동수 GS칼텍스 명예회장의 기조연설을 들으며 K-기업가정신에 감탄했다. 그는 "한미 합작 기업의 성공 비결은 인본주의적 K-기업가정신임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LG인화원에서는 이명관 원장(사장)과 직원 15명이 포럼에 참여했다. 이들은 14일에는 구 회장이 다녔던 지수초와 승산마을 등을 둘러봤다. 이 원장은 "기업가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겸손함도 갖고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LG인화원은 LG그룹 임직원 대상 교육기관이다.

정윤서 씨(21·숭실대 철학과 2학년)는 "진주에 와서 대기업 창업주들 생가를 둘러보고 연사들의 강연을 들으면서 성공한 기업가들은 자신의 신념이나 태도가 큰 틀에서 일관성이 있다는 걸 배웠다"며 "어떠한 마음가짐과 어떠한 행동을 하는가에 따라 장사꾼이 되느냐, 위대한 기업가가 되느냐를 판가름한다고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권해리 씨(21·고려대 경영학과 2학년)는 "2025년도 초·중·고등학교에서 경제 교육을 실시할 예정"이라며 "이론 교육도 필요하지만 글로벌 기업 창업주들의 일대기를 배우고 경험할 수 있는 국립 기업가정신관 같은 공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진주시는 국립 기업가정신관 건립을 위한 타당성 용역을 정부에 건의했다.

조규일 진주시장은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 기후변화, ESG(환경·책임·투명경영) 등 우리가 직면한 시대 상황과 맞물려 기업가정신은 새로운 시대정신으로 조명받고 있다"며 "진취적인 청년이 진주에서 기업가정신을 배워 꿈을 키워 달라"고 말했다.

김종욱 진주 K-기업가정신재단 부이사장은 "어려서부터 유학을 배우며 성장한 진주 출신 창업주들은 기업 운영을 통해 단순히 이윤만을 추구하는 차원을 넘어 국민을 먹여 살리고 인재를 양성하며 기업과 국가를 부강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진주 최승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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