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안녕하셨습니까] 일자리·저작권 잃을라, AI가 무서워졌다
美 작가들 "AI배제를" 파업도
국내 웹툰업계도 거부감 상당
창작자들과 활용법 고민해야
① AI 포모현상
다사다난을 넘어 스펙타클했던 2023년도 보내야 할 때다. 지난 1년도 쉽지 않았다. 광속으로 발전하는 AI 기술, 서민들의 지갑을 무시하는 생활물가와 더불어 고공행진하는 콘텐츠 비용, AI 맞춤추천이 격화시킨 우리 사회의 갈등, 비만약 광풍까지 많은 이슈가 우리 사회와 사람들을 파고들었다.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꿈을 좇고 꺾이지 않는 마음을 지켜냈다. 2023년, 우리가 경험하고 흘려보낸 흐름과 이슈를 짚어본다.
올 한해는 AI(인공지능)가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이로 인해 생길 수 있는 각종 우려가 사회 문제로 떠올랐다. 지난해 11월 오픈AI의 챗GPT 등장 이후 각 기업들은 기술 변동기를 맞이하며 분야·규모를 막론하고 AI 서비스 개발에 뛰어들었다. 멀게만 느껴지던 AI가 일상 속을 파고들며 사회 곳곳에서 갈등이 빚어졌다.
'AI가 내 일자리를 위협한다', 'AI가 인류를 지배한다'는 내용의 생존 위협은 물론이고 학습 과정에 있어 AI의 저작권 침해와 이에 따른 정당한 보상 체계 마련까지 논의해야 할 사안이 쏟아졌다. AI 서비스가 확산하는 가운데 포모(혼자만 소외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뜻하는 현상) 심리마저 사회를 뒤덮었다. 이는 먼 이야기가 아니다. 실제로 당장 AI가 향후 5년 글로벌 고용시장을 뒤흔들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CNN방송과 블룸버그 통신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세계경제포럼(WEF)은 전 세계 45개국 800개 이상의 기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기존 일자리의 25%가 변화의 소용돌이에 휘말릴 수 있고 특히 기업들의 AI 기술 도입으로 일자리 2600만개가 사라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를 보면 챗GPT와 같은 AI 기술 적용이 늘면서 일자리에는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가 같이 나타날 전망이다. 추론이나 의사소통, 의사 조정 등을 포함해 AI가 많은 역할을 대체하거나 자동화하는 식으로 일자리에 영향을 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아울러 이는 노동자들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고 있다.
"저는 AI에 대체되고 싶지 않습니다."(I don't want to be replaced with something artificial.)
지난 5월 초 미국작가조합(WGA)의 총파업에 동참한 작가 미셸 아모르가 BBC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현재 내가 맡고 있는 일이 언제든 AI에 대체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는 셈이다.
WGA는 지난 5월 처우 개선과 대본 작성에 AI 배제를 요구하며 파업을 시작했다. 여기에는 저작권 침해 등 여러 복합적인 요소도 포함돼 있지만 오늘날 인간이 살아가는 데 있어 기본적 필요로 볼 수 있는 소득원인 일자리를 보장해 달라는 간절한 외침이 들어가 있다.
작가뿐만이 아니다. 언론 매체, 뮤지션 등도 전열을 정비하면서 곳곳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기술이 발전하고 노동, 창작물 가치에 관해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가는 과정에서 뒤따를 수밖에 없는 진통이라는 평가다.
국내로 한정해서 보면 AI 웹툰에 이용자들이 반감을 느끼는 것을 예로 들 수 있다. 국내 웹툰 업계에서 AI 관련 논란이 일고 있는 문제를 보면 저작권 침해 문제도 있지만 AI 웹툰 자체를 둘러싼 거부감도 상당하다. 몇몇 독자들은 저작권 침해 문제를 넘어 부자연스러운 배경과 신체 등 AI가 만들어 낸 이미지에서 발견되는 특징에 강한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다. 저작권 침해 문제는 반드시 해결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지만 AI가 만들어 낸 이미지 자체를 둘러싼 거부감은 기술의 발전이 해결해 줄 수 있는 문제다.
창작자와 개발자 등 전문가 모두 AI는 거스를 수 없는 부분이라는 점에는 공감하고 있다. 다만 이를 어떻게 준비하고 받아들이냐의 문제다. 컴퓨터, 스마트폰 등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논란은 있었고 기술이 인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란 우려는 항상 뒤따랐다. 또 전 사회적으로 인구 위기에 대한 공감대는 계속해서 형성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술로 대체할 수 있는 부분은 충분히 활용하되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웹툰 업계에서 근무하는 한 창작자는 "기술이 발전하는 건 막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 "상용화를 반대하고 말고 할 정도의 수준이 아니라 어떻게 올바르게 AI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가를 짚어야 한다고 본다. 또 그 과정에서 창작자들과의 협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게 저희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현재 전체적인 흐름을 보면 AI 학습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면서도 "오히려 AI 강국이 된다면 더 많은 기회가 만들어지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전 교수는 "지금은 어떠한 스탠스를 취해야 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며 "AI가 확산하면 할수록 여러 불편함이 해소되고 또 다른 일자리가 생겨나기도 한다"며 "새로운 기술이 등장할 때마다 갈등은 자연스럽게 뒤따르는 것이고 올해는 또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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