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에… 정치권도 '설왕설래'
'교권침해 주범','다른 대안 마련해야' 의견 팽팽히 맞서
전국 최초로 충남학생인권조례가 충남도의회에서 폐지되면서 파문이 타 시도와 정치권으로까지 퍼져가는 등 후폭풍이 거세다.
진보교육감들이 만든 학생인권조례가 그동안 보수단체 등으로부터 폐지 요구를 끊임없이 받아오던 상황에서 보수정권으로 넘어오면서 폐지에 힘이 실리자 진보와 보수의 이념대립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여기에 올해 서울 서이초 교사의 극단 선택 등 교사들의 죽음이 잇따르면서 교권회복이 사회 문제로 부각된 터라 교권 추락의 한 원인으로 지목된 학생인권조례가 존폐의 중대 기로에 섰다.
정치권에서도 야권을 중심으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반대하는 목소리가 커지는 등 파장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충남도의회는 지난 15일 제348회 정례회 제4차 본회의에서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폐지조례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44명 중 31명이 찬성했으며, 13명이 반대해 충남학생인권조례는 2020년 6월 26일 제정이 후 약 3년 만에 폐지됐다.
당장, 충남교육청과 충남시민단체들은 이번 충남도의회의 학생인권조례 폐지에 강하게 반발했다.
충남교육청은 이날 "충청남도학생인권조례의 폐지는 헌법, 법률 등에서 규정한 평등권 및 비차별 원칙에도 어긋나며, 단순히 조례 하나가 사라지는 것이 아닌 차별과 폭력이 없는 인권친화적 학교의 교육적 가치가 후퇴하는 것"이라는 반대 입장문을 냈다.
위기충남공동행동 등 충남시민단체도 기자회견을 열고 "충남학생인권조례는 학교생활 속에서 구체적으로 학생의 인권이 보장되고 인권문화가 정착될 수 있도록 하는 근거가 되어왔다"며 충남도의회와 국민의힘을 규탄했다.
충남학생인권조례 폐지를 신호탄으로 학생인권조례를 운영 중이거나 준비 중인 시도교육청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게 교육계의 시각이다. 이미 윤석열 대통령이 서이초 사망 사건 후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을 추진하라"며 교권강화에 무게를 실은 만큼 대척점에 있는 학생인권조례의 손질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17일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10년 경기교육청을 시작으로 2011년 광주시교육청, 2012년 서울시교육청, 2013년 전북교육청, 2020년 충남교육청, 2021년 제주특별자치도교육청·인천시교육청 등 7곳이 학생인권조례 및 학교구성원 인권증진조례를 운영하고 있다. 나머지 시도교육청은 학생인권조례를 준비 중이거나 대전교육청 등 일부는 조례가 없는 곳도 있다.
충남도의회처럼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소속 의원이 다수를 차지하는 시도의회의 경우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되거나 아예 제정이 물건너 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서울시교육청의 경우 19일 시의회 교육위원회에서 학생인권조례 폐지 조례안을 심의할 예정이다. 교육위는 13명의 위원중 국민의 힘이 9명, 민주당이 4명으로 조례안 통과가 유력하다. 서울시의회 의석 수는 국민의힘이 75석, 민주당이 35석으로 학생인권조례가 폐지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관련 조희연 서울교육감이 22일 조례안인 본회의에서 통과될 것으로 예상되자 지난 13일 조례폐지 반대를 위한 기자회견과 1인 시위에 돌입했다.
경기도교육청 역시 국민의힘 의원들이 폐지조례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민주당 소속 의원들의 반대하면서 한동안 실랑이를 벌였다. 다만, 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가 18일 예정된 정례회 마지막 회의에 폐지 조례안을 상정하지 않기로 지난 15일 결정하며 사실상 무산됐다. 경기도의회 교육기획위원회는 국민의힘과 민주당이 각각 7명씩 총 14명으로 구성돼 있다.
광주교육청은 폐지안 관련 주민조례 청구를 진행 중이며, 전북도교육청은 폐지가 아닌 학생 의무조항을 신설한 개정안을 진행하고 있다. 제주교육청은 일부 보완이 필요하지만 수정·폐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충청남도학생인권조례 폐지는 중앙 정치권으로도 불똥이 옮겨붙었다.
안귀령 더불어민주당 상근부대변인은 같은 날 논평을 통해 "교사들이 고통받는 이유는 일부 학부모들의 과도한 악성 민원 때문"이라며 교권 침해를 막기 위해서는 교권보호 4법 등 교사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재명 당대표도 16일 페이스북을 통해 "비극(교권 추락 문제)을 정략적으로 악용하는 '나쁜 정치'도 문제"라며 " 학생인권조례를 폐지한다고 교권이 보호되지 않는다"고 반대 입장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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