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춘추] 술과 시, 진실과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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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갈 때 필자는 시를 쓴다.
시인은 술을 마시고 술은 시인의 입이 되어 희로애락 삶을 노래하게 한다.
시인은 왜 술을 마실까? 창작에 필요한 영감을 얻기 위해 술을 마시고 섬광처럼 번쩍이는 언어들을 토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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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을 마시면 기분이 좋아진다. 흥이 나고, 말이 많아진다. 지인들과 술을 마시다 헤어져 집으로 돌아갈 때 필자는 시를 쓴다. 시인도 아닌 사람이 시를 쓴다는 것이 우습긴 하지만, 술이 어느 정도 이상이 되면 이상하게도 습관처럼 끼적인다. 어쩌면 필자의 술주정이다.
시인과 술은 바늘과 실에 비유된다. 예술가들은 술을 마심으로써, 밖으로는 드러나 있지 않지만, 살아오면서 체득한 여러 가지 관찰과 열정을 쏟아내고 번뜩이는 영감도 표출한다. 술을 통해 감춰진 마음을 드러내고, 답답한 세상의 울분도 달래며, 환각을 체험하기도 한다. 어쩌면 술은 하고 싶던 것을 내뱉게 하는 자양분이다. 시인은 술을 마시고 술은 시인의 입이 되어 희로애락 삶을 노래하게 한다.
시인은 왜 술을 마실까? 창작에 필요한 영감을 얻기 위해 술을 마시고 섬광처럼 번쩍이는 언어들을 토해낸다. 술을 마시지 않으면 시가 안 써질까? 필자도 최근 몇 년간 스스로 시라고 칭하는 것들을 200여 편 썼는데, 하나같이 술을 마시고 쓴 것이다. 술은 나를 불러낸다. 내 안에는 내가 여럿이다./술을 마시면 갇혀 있던 내가 나온다./술을 들이켜면 여기저기 숨어 있던 내가 나온다./하나가 아니다 둘도 아니다./그렇게 나라는 인간이 하나둘 스멀스멀 기어 나온다./내가 불러낸 나인지 술이 부른 나인지 모를 그놈이 술이 너이고 네가 술이라고 내게 속삭인다./여러 명이 이것저것 지껄인다.
술은 많은 얘기를 하게 한다. 원초적이고 감정이 잘 드러난다. 그래서 생각해 본다. 진정한 내 것은 무엇인가. 순간순간의 내 감정 내 느낌 그것이 진정 내 것이다. 차분하게 생각하고 가다듬은 내 생각, 내 감정도 분명 내 것이지만 각색된 내 것이다. 내 진정한 것은 순간순간 생각하고 느끼는 바로 그 감정이다. 술이 순간순간의 생각과 감정을 떠올리게 한다. 진정한 나를 불러낸다.
술이 진실을 얘기하게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그렇지만 필자는 분명 어딘가 숨어 있던 진실한 생각이 뿜어 나오는 것이라 생각한다. 철학자 칸트는 '술은 입속을 경쾌하게 한다. 그리고 술은 다시 마음속을 터놓게 한다. 이렇게 해서 술은 하나의 도덕적 성질 즉 마음의 솔직함을 운반하는 물질이 된다'고 했다.
이렇게 시(시인)와 술은 불가분의 관계에 있지만, 세상은 술 마시는 것을 자제하라고 얘기한다. 지나친 술은 건강을 해치고 궁극에는 삶을 황폐화시킬 수도 있다. 바야흐로 연말연시 모임이 잦고 술을 가까이 하는 계절이다. 필자가 좋아하는 작자 미상의 조선 중기 시조에 '말하기 좋다 하고 남의 말을 말 것을/내가 남 말 하면 남도 내 말 하는 것을'이라는 시조가 있다. 말을 신중히 가려서 하라는 이야기다. 필자가 이에 빙의해서 얘기한다. 술 마시기 좋다 하고 과음하지 말기를/내가 과음하면 내 몸 망가지는 것을/술로써 술 좋지만 술 참을까 하노라./채근담에서 말하기를 '꽃은 반쯤 핀 것을 바라보고 술은 반쯤 취하게 마신다. 그 속에 아름다운 향취가 있다'고 했다. 한계를 지우며, 적당히 하자.
[이호동 KoDATA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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