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훈련에 핵 작전 넣는다…미 대선 앞두고 확장억제 제도화 ‘잰걸음’

유새슬 기자 2023. 12. 17.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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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G 2차 회의…내년 핵 기획·운용 가이드라인 완성
미 핵무기와 한국 비핵무기 군사 활동 실제화
내년 6월께 3차 회의 후 NCG 마무리 ‘속도전’
트럼프 재집권 가능성에 확장억제 불가역성 제고
북한 고강도 반발 예상…“연내 ICBM 도발 가능성”
미국 워싱턴에서 15일(현지시간) 열린 제2차 한·미 핵협의그룹(NCG) 회의 양국 대표단이 회의에 앞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허태근 국방부 국방정책실장, 김태효 국가안보실 제1차장, 샤샤 베이커 미 국방부 정책차관 대행, 비핀 나랑 미 국방부 우주정책 수석부차관보, 마허 비타르 미 NSC 정보.국방정책조정관. 한국 정부 대표단 제공

한·미는 미국 핵전력의 기획과 운용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한·미 연합훈련 을지자유의방패(UFS)에 핵전쟁 상황을 가정한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하기로 했다.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양국이 미국의 확장억제를 제도화하고 실행력을 높이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는 분석이 17일 나온다.

김태효 대통령실 국가안보실 1차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 핵협의그룹(NCG) 2차 회의에 참석한 뒤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국이 독자적으로 핵 보유를 하지 않아도 미국이 가진 막강한 능력과 자산을 언제든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확장억제 체제”라며 “내년도 UFS 등 한·미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핵 자산을 운용하는 데 한국이 얼마나 직접적으로, 깊숙이 관여할 수 있는지가 미 확장억제 신뢰도의 가늠자로 꼽힌다. 이 때문에 한·미가 북한의 핵 공격에 대응해 핵 보복을 하는 상황을 가정한 연합훈련은 확장억제의 실행력을 획기적으로 높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김 차장은 “실제로 핵전쟁이 발생해도 미국 핵무기와 한국 비핵무기, 전략자산이 함께 어우러져야 서로 보호하면서 군사 활동을 하게 된다. 이것을 구체화하고 실제화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핵 위협을 한·미가 어떻게 억제하고 대응할 것인지가 담긴 가이드라인도 내년 6월까지 완성되고 NCG 활동은 만 1년만에 막을 내린다. 김 차장은 “NCG 3차 회의가 내년 6월쯤 열리면 한·미 간 핵작전 수행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완성하기 위한 모든 준비가 1차적으로 완료된다”고 했다. 한·미 국가안전보장회의(NSC)가 주도한 1·2차 회의와 달리 3차 회의는 양국 국방부가 이끈다. 3차 회의까지 남은 6개월 동안 군사·작전 영역에서 구체적인 논의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NCG 만 1년 만에 마무리될 듯…트럼프 재집권 대비한 ‘속도전’

지난 4월 한·미 정상 워싱턴선언의 산물인 NCG는 미 핵 자산을 공동 기획하겠다는 목적으로 지난 7월 정식 출범했다. 대면 회의는 이번이 두 번째지만 화상회의는 NCG 출범 이래 2주에 한 번씩 밀도 있게 진행해왔다. 내년 6월쯤 3차 회의가 마무리되면 NCG는 만 1년 동안 가동된 뒤 종료된다.

이 같은 속도전의 배경에는 북한의 핵 위협 고도화뿐 아니라 미 대선이라는 중대한 변수가 자리 잡고 있다. 확장억제를 제도화해 실행력을 높여두면 추후 미 정권이 교체되더라도 확장억제 공약이 불가역적으로 유지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김 차장은 “그 전에는 ‘북한의 핵 공격이 발생하면 미국이 알아서 핵 보복을 해줄 테니까 안심하라’는 것이 미국의 핵우산이었다”며 “지금은 한·미가 처음부터 같이 생각하고 준비하고 연습하고 함께 핵 대응을 실행한다는 점에서 믿을 만하고 담보가 돼 있고 제도적으로 보장돼있는 확장억제를 준비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한·미 핵전력 기획·운용 가이드라인이나 연합훈련에 핵 작전 시나리오를 포함한다는 내용은 2차 회의에서 채택한 양국 공동성명에 별도로 명시되진 않았다.

도널트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윤석열·바이든 정부의 한·미동맹 강화와 대북 확장억제 기조가 중대한 고비를 맞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가짜 뉴스”라며 부인했지만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지난 13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집권하면 북한의 핵 보유를 사실상 용인하면서 핵 동결과 대북 제재 완화를 교환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윤석열 정부 초대 국가안보실장을 지낸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지난 8월17일 강연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 주위에는 현재 미국의 자유주의적 국제주의 외교 전략을 대단히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했다. 대선 가상 대결 조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조 바이든 대통령보다 높은 지지율을 기록했다는 현지 여론조사 결과는 이 같은 우려를 증폭하고 있다. 공화당 지지자들의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는 조사도 다수다.

이날 부산에는 미 핵추진잠수함 미주리함(SSN-780)이 입항했다. 산타페함(SSN-763)이 입항한 지 약 3주 만이다. 미 전략자산의 정례적 가시성을 높인다는 워싱턴선언의 후속 조치의 일환이다. 아울러 한·미·일은 북한 미사일 경보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시스템을 연내 가동할 계획이다. 북한의 고강도 군사도발 가능성이 급속도로 커지는 가운데 김 차장은 연내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유새슬 기자 yoos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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