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한 2023년 마무리한 전북, 전방위 정비가 필요하다
전북 현대의 파란만장했던 2023년이 끝이 났다. 오랜기간 K리그 절대 1강의 위치를 지켜왔던 전북은 이번 시즌 15년 만의 ‘무관’에 그치고 리그에서는 4위로 떨어지면서 일대 전환기를 맞게 됐다. 내년 시즌 대대적인 정비 없이는 다시 정상 정복은 언감생심이다.
전북의 이번 시즌은 롤러코스터와도 같았다. 야심차게 시즌을 시작했지만 초반 강등권까지 추락하는 등 고전을 면치 못했다. 그 과정에서 김상식 감독이 물러났고, 김두현 감독대행 체제를 거쳐 조금씩 안정세를 찾았다. 그러다 단 페트레스쿠 감독이 부임해 다시 궤도에 오르는가 싶었는데, 이번에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으로 인해 주축 선수들 다수가 차출, 그 전력 공백을 감당하지 못하고 다시 주춤했다. 결국 리그 마지막 경기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을 펼친 끝에 4위를 차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엘리트(ACLE)가 아닌 ACL2 티켓을 받아드는데 만족해야 했다.
대한축구협회(FA)컵 역시 마찬가지였다. 일찌감치 울산 HD FC의 독주가 이어진 상황에서 리그 우승이 힘들어졌던 전북에게 FA컵 우승은 그나마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유일한 기회였다. 하지만 결승에서 포항에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2-4 허무한 역전패를 당해 그마저도 놓쳤다. 그나마 2023~2024 ACL에서 16강 진출에 성공하긴 했지만 태국 팀에 밀려 조 2위로, 그것도 시즌 최종전을 이기고 나서야 확정할 수 있었다. 특히 전북이 속한 F조는 ‘꿀조’라는 평가가 자자했던 상황이었기 때문에 2위가 만족스러울 수 없었다.
악몽 같았던 2023년을 뒤로 하고, 이제는 2024년을 위해 다시 출발해야 할 전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팀 전체적으로 대대적인 정비가 필요하다.
페트레스쿠 감독은 지난 13일 방콕 유나이티드와 ACL 조별리그 최종전이 끝난 뒤 “시즌 진행 중 부임해 시즌 전체를 평가하기는 조심스럽다. 그래도 나와 선수들이 잘 알게된 만큼 좋은 프리시즌이 필요하다”고 했다. 시즌 도중 부임한 사령탑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것은 확실히 불합리하다. 하지만 그 부분을 감안하더라도 정상급의 전력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부분은 분명히 있다. 내년은 ‘중도 부임’이라는 핑계거리 하나가 줄어드는 만큼 페트레스쿠 감독에게도 제대로 된 평가가 내려질 것이다.
무엇보다 전북이 당장 시급한 것은 선수단 재편이다. 매년 막대한 돈을 들여 선수들을 영입하는 전북이지만, 이번 시즌만 놓고 보면 그 돈이 아깝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엉망이었다. 특히 한 시즌을 좌우한다는 외국인 선수 영입은 그 어떤 말로 평가해도 부족할 정도로 대실패로 끝났다. 감독들과 함께 선수 영입에 큰 영향을 발휘한 박지성 테크니컬 디렉터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
이와 함께 갈수록 팬들의 인심을 잃은지 오래인 허병길 대표이사도 이제는 자신의 생각에 변화를 줄 때가 됐다. 이번 시즌 전북 홈경기에서는 수시로 허 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구호들과 걸개가 걸렸다. 홈경기를 뛰는 선수들이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지 않을 수가 없었다. 파트마다 정해진 책임자가 있지만, 올해 일어난 모든 결과의 책임은 지난해 백승권 단장이 물러난 후 오랫동안 대표와 단장직을 겸임, 총책임자가 된 허 대표의 몫이다. 전북을 휘감고 있는 모든 부정적인 부분들을 수습할 방안을 내놔야 한다.
윤은용 기자 plaimsto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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