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80년대생·해외파' 3세 경영 본격화…신성장 동력 발굴
디지털·해외사업·ESG 등 신사업 부문서 역량 발휘
(서울=뉴스1) 박재찬 기자 = 대형 보험사들이 3세 경영 승계를 본격화하고 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씨는 한화생명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을 역임하고 있고, 신창재 교보생명 회장의 장남인 신중하 씨도 그룹데이터전략 팀장도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최근에는 정몽윤 현대해상 회장의 장남인 정경선 씨가 현대해상 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S0) 전무로 선임됐다.
보험사의 3세대 경영인들은 모두 80년대생으로 해외에서 대학 또는 대학원을 졸업했다. 이들은 현재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디지털 및 해외사업, ESG 부문 등 신사업 영역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1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은 조직개편을 통해 지속 가능한 성장과 미래경쟁력 강화를 위한 부문급 임원 기구인 CSO(최고 지속가능 책임자:Chief Sustainability Officer)를 업계 최초로 신설하고, 정경선 에이치지이니셔티브 이사회 의장 겸 루트임팩트 대표를 CSO 전무로 선임했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현대해상은 정주영 창업주에서 정몽윤 회장, 정경선 CSO로 이어지는 3세 경영 승계를 본격화했다. 1986년생인 정경선 CSO는 고려대 경영학과, 미국 컬럼비아대 대학원(경영학 석사) 졸업 후, 지난 2012년 소셜벤처를 지원하는 비영리법인 루트임팩트를 설립하고, 2014년 소셜임팩트 전문 투자 주식회사 HGI도 세웠다. 또 2021년에는 싱가포르에 임팩트·지속가능성·ESG(환경·사회·지배구조) 투자를 테마로 하는 사모펀드(PEF) 운용사 실반캐피탈매니지먼트를 설립했다.
현대해상은 “정 CSO가 국내외 ESG 분야에서 쌓아 온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이 자사의 지속 가능한 성장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판단된다”며 “미래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선도적인 디지털·AI로의 전환, ESG경영 내재화, 브랜드 가치와 위상 제고 등의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동원 한화생명 사장은 보험업계 오너 3세 중 가장 먼저 자리를 잡았다. 1985년생인 김 사장은 미국 세인트폴고등학교와 예일대학교를 졸업하고 2014년 한화 경영기획실을 거쳐 2015년 한화생명으로 이동해 전사혁신실, 미래혁신담당, 해외총괄담당, 미래혁신부문장을 거쳐 올해 초 신설된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해까지 한화생명의 디지털 전략 수립과 실행을 이끌어 온 김 사장은 국내 최초 디지털 손해보험사인 캐롯 사업을 주도했고, 국내 보험사 최초의 스타트업 육성센터인 ‘드림플러스’를 통한 스타트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올해부터는 최고글로벌책임자로 자리를 옮기며 또 다른 신사업 영역인 해외사업 확장 및 투자를 이끌고 있다. 지난 3월 한화생명 인도네시아 법인과 한화손해보험이 리포손해보험 지분 62.6%를 인수하며 인도네시아 보험 사업을 확장했다. 또 최근에는 한화생명이 자카르타에 ‘디지털 패밀리센터’를 설립하며 현지 여성과 아동의 복지 증진에 나서고 있다.
여기에 지난 2016년 흑자전환에 성공한 이후 꾸준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한화생명 베트남 법인은 올해 3분기 순이익(269억원)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51%나 증가하는 실적을 내기도 했다.
신중하 교보생명 그룹데이터전략 팀장과 차남 신중현 교보라이프플래닛생명보험 디지털혁신 팀장도 3세 경영 승계를 위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 신설된 그룹데이터전략팀이 신 회장 직속인 만큼 차기 오너에 장남인 신중하 팀장이 유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신중하 팀장은 1981년생으로 미국 뉴욕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컬럼비아대학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외국계 투자은행(IB) 크레디트스위스 서울지점에서 2년간 근무한 뒤 2015년 교보생명 자회사 KCA손해사정에 입사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대형 보험사들의 3세대 경영 승계가 본격화 되고 있는 추세”라며 “이들은 보험 본업 보다는 디지털, 해외사업, ESG 등 신사업 부문에서 실무 경험을 쌓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DB손해보험은 지난 2020년 7월 1일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의 장남 김남호 회장이 취임하면서 창업 이래 50년 만에 2세 경영시대를 열었고, 국내 유일 재보험사인 코리안리는 지난 2013년부터 원혁희 창업주의 셋째 아들인 원종규 사장이 2세 경영을 하고 있다.
jcppar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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