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한동훈 비대위’ 논쟁 계속…공천 유불리 놓고도 주류-비주류 셈법 달라
[헤럴드경제=박세환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유력 후보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급부상하면서 당내에서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총선 정국을 이끌 ‘한동훈 임시 지도부’의 적절성을 놓고 당내 주류와 비주류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서다.
당내에선 현재 여권이 겪는 위기의 원인이 수직적 당정관계 때문이라는 주장이 적지 않은데, 한 장관이 이를 풀어낼 적임자이냐를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상당한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
여권 주류 사이에서 비대위원장 후보로 한 장관을 추대하는 방안에 공감대를 모은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도 여전히 후보군에 거명된다.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을 비롯한 주류 인사는 한 장관을 총선 국면에서 비상 사령탑으로 내세우기로 가닥을 잡았다고 복수의 여권 관계자들이 전했다.
높은 인지도, 여권 지지층 사이에서의 인기, 대야 전투력을 두루 갖춘 데다 윤석열 대통령과 깊은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직언’을 할 수 있는 한 장관이 구원투수로 적임자라는 게 주류 측 주장이다.
특히 비주류 측에서 ‘한동훈 불가론’의 이유로 드는 ‘대통령의 복심’이라는 점이 오히려 강점이라고 주류는 주장한다. 당정 관계가 만약 수직적이라면 대통령과 모든 얘기를 할 수 있는 최측근이 당을 이끌어야 당정 관계를 수평적으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핵심 당직자는 1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민심을 바탕으로 진솔하게 소통해 대통령의 변화를 끌어내야 건강한 당정관계가 된다”며 “여론에 대한 동물적 감각이 있고 대통령과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해 변화를 끌어낼 신뢰가 있는 인물은 한 장관 아니냐”고 말했다.
주류 측은 한 장관이 정치 경험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위기 상황에선 오히려 ‘파격’이 필요하다고도 주장한다.
장예찬 청년 최고위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지금 위기의 여당에 필요한 것은 여의도 문법이나 정치 경험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치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선택, 국회의원 기득권을 타파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했다.
반면 비주류는 윤 대통령의 측근인 한 장관이 수직적 당정관계를 바꾸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선거 경험이 없고 ‘검사당’ 이미지를 고착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하고 있다.
최재형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우리 당이 극복해야 할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당정의 수직적 관계를 바로잡는 것”이라며 “비대위원장은 적어도 이런 민심의 소리까지도 가감 없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페이스북에 “정치 경험이 많고 큰 판을 다뤄본 사람을 영입해서 비대위를 만들어야지,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 대표로 만들어본들 그 선거가 되겠나”라고 적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페이스북 글에서 “이 기회에 보수 울타리를 넘어서서 중도도 포용할 수 있는 정치의 새판짜기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외연 확장을 위해 ‘김한길 비대위’ 등을 고려해야 한다는 의미로 읽힌다.
이준석 전 대표는 이날 새로운선택 창당대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당정이) 위기의식이 높은 상태라면 한 장관에게 좀 더 전향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공간이 주어질 거고, 아직도 위기의식 없는 당정이라면 정권 2인자로서 또 다른 모습을 보여주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비대위원장을 둘러싼 주류와 비주류의 대립에는 총선 공천 국면에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한 셈법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친윤 주류는 한 장관에게 이른바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이 실려 있다고 보고, 한 장관이 비대위를 이끌면 공천 경쟁이 유리해질 것이란 기대감 속에 ‘한동훈 추대론’을 띄우고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비주류의 강력한 반발에는 대통령실·검찰 출신 등 이른바 ‘용산 신인’들과 공천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한 장관까지 지도 체제를 이끌게 되면 공천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 있다.
즉, 총선을 넉 달 남긴 상황에서 당 지휘봉을 잡는 비대위원장은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및 공천 룰 확정 등 공천에 실제 적지 않은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측 모두 사활을 걸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는 것이다.
gre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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