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마 워크아웃까지?" 부동산 PF發 건설업계 우려 `눈덩이`
GS건설·HDC현산·신세계건설 등도 모니터링 필요 제기
전국 아파트값이 조정 국면에 들어가고 분양 시장이 침체되는 등 부동산 경기가 악화하면서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에 따른 건설업계 위기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유동성 악화설이 꾸준히 나오는 시공능력 16위의 중견 건설사인 태영건설 외에도 롯데건설과 코오롱글로벌 등 중견건설사들의 이름도 꾸준히 나오는 상황이다.
17일 건설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주에만 태영건설은 2차례에 걸쳐 '워크아웃설'에 시달렸다. 앞서 지난 9월에는 '유동성 위기' 소문이 나기도 했다.
이는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가 적지 않은 수준이기 때문으로 보인다. 실제 나이스신용평가가 지난 6일 발표한 2024년 산업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태영건설의 PF 우발채무는 3조4800억원이다. 고령의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이 일선에 복귀하고 그룹 내 물류사업 회사인 태영인더스트리 매각을 통해 자금 확보에 나서자 위기상황이 멀지 않았다는 우려가 튀어 나온 것.
여기에 태영그룹은 태영건설 지원을 위해 레저 계열사 블루원이 보유한 '블루원 디아너스CC' 매각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상북도 경주시에 소재한 회원제 골프장으로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장부가액은 토지와 건물을 모두 합쳐 약 2574억원이다.
보고서에서는 "태영건설의 우발채무가 자기자본 대비 3.7배 수준으로 과중하다"며 "만기구조는 비교적 분산되어 있으나, 미착공 현장의 지방 소재 비중이 높은 점을 감안 시 사업 불확실성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태영건설 측은 PF 대출 보증 규모와 관련, 국가가 보증해주는 사회간접자본(SOC) PF 1조원과 분양이 75% 이상 완료돼 금융권이 안정적으로 보는 PF 1조원 등 2조원을 뺀 나머지 PF는 2조5000억원 수준이라며 위기설을 부인하고 있는 상태다.
태영건설 뿐만 아니라 롯데건설, 코오롱글로벌 등도 'PF 우발채무'로 인한 위기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는 빚이 아니지만 앞으로 불황 여파로 시행사가 부도가 날 경우 PF 대출을 보증한 시공사가 채무를 떠안게되는 것을 '부동산 PF 우발채무'라고 부른다.
나이스신용평가는 9월 말 롯데건설의 시행사에 대한 PF 우발채무를 4조9700억원으로 추산하고 "자기자본에 대비해 과도한 수준"이라면서 "전체 PF보증 사업장 중 미착공 현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점은 분양경기 침체 국면의 높은 불확실성 상황 하에서 재무위험을 확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봤다.
코오롱글로벌도 PF 우발채무 리스크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기업평가는 코오롱글로벌에 대해 "(8월 말 기준) 미착공 PF 우발채무 규모가 6121억원에 이르고 보유 현금성 자산은 2377억원에 불과해 PF 리스크가 현실화할 경우 자체 현금을 통한 대응이 어려울 수 있다"고 진단하기도 했다.
재무 불확실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기업도 다수다. 주택매수 심리가 하락 전환하고 분양경기 침체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에 재무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이 이어지고 있다.
건설 중인 아파트 현장에서 붕괴 사고가 발생한 건설사들은 행정처분 리스크가 남아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5일 '건설:점증하는 PF·유동성 리스크, 재무적 대응력이 필요한 시점' 보고서에서 태영건설, 롯데건설과 함께 GS건설, HDC현대산업개발, 신세계건설 등을 모니터링이 필요한 업체로 손꼽았다.
GS건설에 대해선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사고 관련 행정처분 결과와 영향, 신규 현장의 분양실적과 미착공 사업장의 PF 차환 여부를 주요 모니터링 요소로 지목했다.
신세계건설의 경우 공사비 소요 등으로 순차입금이 지난 9월 2374억원으로 작년 말(482억원)보다 1892억원 확대됐고, 책임준공 미이행에 따른 채무인수, 브릿지 보증 제공 등으로 PF 우발채무가 지난 9월 기준 1000억원이라는 점 등을 지적했다.
나이스신용평가도 내년 전망 보고서에서 HDC현대산업개발에 대해 "광주 화정 아이파크 건설 현장 붕괴 사고 이후 PF 우발채무 대응 과정에서 사업비 대여 등 자금소요에 따라 지난 9월 말 연결기준 순차입금의존도가 21.0%로 사고 이전인 2021년(-0.4%) 대비 크게 증가해 재무안전성 역시 저하됐다"고 평가했다.
건설업계의 PF 관련 리스크는 대형 건설사보다 중소형 건설사들이 더 우려되는 상황이며 금융환경 악화 시 대형 건설사로도 위험이 번질 수 있다는 진단이 대부분이다.
삼성증권은 지난달 낸 '2024년 주택사업 전망'에서 "대형 건설사의 PF 지급보증 규모는 확실히 금융위기 직후보다는 줄어든 상황"이라며 "서울·수도권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대형 건설사보다는 지방에서 사업을 하는 중소형 건설사들이 더 우려되는 것이 사실"이라고 밝혔다.
한국신용평가는 건설사의 자금 조달 상황 및 유동성 대응 능력에 대해 "현재까지는 중견 이하 건설사의 유동성 압박이 큰 상황이나 어려운 금융환경이 이어진다면 점차 상위권 건설사로 부담이 확산될 전망"이라고 진단했다. 이미연기자 enero2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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