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軍, 백기 흔드는 인질 3명 사살…네타냐후 ‘사면초가’
이에 이스라엘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하마스에 대한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에 나서라”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인질에 대한 오인 사살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전략을 재고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16일 보도했다. 민간인을 보호하겠다는 이스라엘의 약속이 실패로 돌아간 만큼 휴전을 압박하는 새로운 동력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 백기 든 인질을 하마스 대원으로 오인
이스라엘군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 남성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는 15일 밤 가자지구 내 최대도시인 가자시티의 셰자이야 지역 건물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나타났다. 이 중 한 명은 나뭇가지에 흰색 옷을 걸치고 흔들며 히브리어로 “도와 달라”고 외쳤다. 자신들이 하마스 대원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이스라엘군은 이들 3명을 유인 작전에 나선 하마스 대원으로 간주해 발포했다. 2명은 즉사했고, 나머지 1명은 총상을 입은 채 건물로 피신했지만 이후 총격이 계속되자 결국 숨졌다.
3명은 모두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한 10월 7일 납치된 이스라엘 민간인이다. 하임은 헤비메탈 밴드에 소속된 드럼 연주자, 탈랄카는 내년 여름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이었다. 샴리즈는 컴퓨터 공학을 공부하려던 학생이었다.
이스라엘군은 오인 사살을 인정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성명을 통해 “나를 포함한 군 전체가 책임이 있다”고 사과했다. 다만 다니엘 하가리 군 수석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셰자이야 일대는 자살폭탄 테러범을 비롯한 많은 테러범을 마주치는 지역”이라고 해명했다. 하마스 대원이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이스라엘군을 습격하는 일이 잦아 경계수위가 높았고 그 과정에서 이번 참사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16일에도 가자지구의 가톨릭교회인 ‘성가족교회’ 인근에서 여성 2명이 이스라엘군 저격수에 사살됐다고 CNN 등이 전했다. 가자지구 내 기독교인은 전쟁 발발 후 대부분 이 곳으로 대피했다.
● 휴전 여론에 네탸나후 “시간 못 되돌려”
거듭된 민간인 희생으로 인질의 무사귀환과 휴전을 촉구하는 국내외 여론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16일 최대 도시 텔아비브에서는 인질 가족을 포함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인질을 빨리 집으로 데려오라”며 시위를 벌였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외교장관과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장관 또한 같은 날 영국 선데이타임스 공동 기고문에 “휴전으로 가는 길을 닦는 데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한다.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가세했다.
하지만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같은 날 기자회견을 통해 “가슴이 무너진다”면서도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 하마스를 뿌리 뽑을 때까지 지상전을 계속할 것”이라고 휴전 요구를 일축했다.
인질 석방을 둘러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이견 또한 상당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에 ‘선(先) 공격 중단, 후(後) 협상 개시’를 요구하지만 이스라엘은 거부하고 있다. 또 인질 130여 명 중 일부는 하마스가 아닌 또 다른 무장단체 ‘팔레스타인이슬라믹지하드(PIJ)’가 억류하고 있어 하마스 또한 통제가 쉽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 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네아 국장은 15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만나 인질 석방 등을 논의했다. 양측이 별다른 합의점은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카이로=김기윤 특파원 pe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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