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外人"… 산타랠리 기대감에 예탁금 51조 돌파
반도체 종목 집중 투자 예상돼
개인 양도세·달러 추가 하락 변수
국내 증시에 외국인 투자자가 돌아오면서 연말 산타랠리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은 이달 보름 동안(1~15일) 유가증권시장에서만 1조6000억원을 순매수했다.
올해 1~5월 내리 매수 우위를 보이며 이 기간 13조3890억원 이상 사들였던 외국인은 6월 1조720억원 순매도로 돌아서며 △7월 1조9750억원 △9월 1조600억원 △10월 2조9440억원 등 8월(9350억원)을 제외하고 순매도 흐름을 이어갔다. 이후 11월 2조9520억원을 사들이며 순매수로 전환한데 이어 이달 들어서도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위원회(연준·Fed)가 내년 3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한 만큼 외국인 자금 유입세는 이어질 전망이다. 통상 금리 인하에 따른 달러 약세는 외국인 자금 유입에 우호적인 환경으로 꼽힌다.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선 환차익도 기대할 수 있어 우리 증시에 대한 매력도가 높아지기 때문이다.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의 원인 중 하나로 꼽혔던 외국인 투자자 등록제 등이 이달 폐지되면서 투자 문턱을 낮춘 것도 외국인 투자심리 회복을 이끌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지난 14일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시행에 따라 외국인 투자자가 금융감독원에 사전 등록하지 않고도 증권회사에서 바로 계좌 개설이 가능해졌다.
또 글로벌 자산운용사의 경우 펀드별 매매 거래 및 결제에 따른 절차와 비용 등이 사라졌고 개인이나 중소형 기관투자자들은 국내에 별도 계좌와 보관 기관을 정해야 했던 불편함도 해소된다.
특히 외국인 매수세가 집중될 종목은 반도체 대장주다.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 11월부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각각 2조6625억원, 1조840억원 사들였다.
연말 산타 랠리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증시 주변자금도 불어나는 분위기다. 증시 대기성 자금으로, 주식투자 열기를 가늠하는 역할을 하는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14일 기준 51조3300억원으로 두 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인 신용거래융자 잔고 역시 지난달 말 16조원대에서 지난 14일 약 17조4600억원까지 증가했다. 이혁진 삼성증권 연구원은 "물가와 금리, 달러가 동반 하락 중인 반면 핵심 경기 지표인 국내 수출액은 회복 신호를 보이고 있어 외국인이 국내 증시 비중을 공격적으로 확대할 조건들이 갖춰지고 있다"며 "연말·연초 테마장세에 대비하면서, 향후 강세장에서도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는 종목 선별이 중요하며 실적 턴어라운드 종목들의 재평가, 인공지능(AI)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등 글로벌 주도 테마의 강세, 자율주행·로봇의 이벤트 모멘텀 등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개인투자자의 양도세 회피 물량과 달러의 추가 하락 여부가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장기적 관점에서 2024년에 단행될 미 연준의 금리인하는 유동성 공급 기대감을 높이고 위험자산 선호심리를 강화시킨다는 점에서 한국을 포함한 신흥국 주식으로의 수급 기대감을 높일 수 있다"면서도 "미국 경제가 양호한 상황에서 달러지수의 추가 하락 가능성은 제한적이며 이는 단기적으로 외국인 투자자의 추가적인 자금 유입세를 둔화시키는 요인"이라고 설명했다.
최유준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비둘기파적 FOMC는 할인율 관련된 불확실성을 덜어주며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이지만 한국 주식시장은 모든 업종이 함께 움직이지 않고 차별화를 보이고 있다"며 "특히 양도세 관련 개인수급 이슈가 지배적인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개인은 이달 들어 3조7000억원 가량 코스피 누적순매도를 이어가며 하방압력을 부여중"이라며 "대체로 펀더멘털과 관련없는 수급상의 이슈지만 일부 종목의 경우 언더슈팅이 나타날 수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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