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우울증 환자다" 30년 정신과 의사의 고백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나는 정신과 의사지만 오랜 우울증을 앓았다. 20년 이상 항우울제를 먹었다. 심리치료도 숱하게 받았고, 술로 괴로움을 달래보기도 해봤다."
3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이면서 영국왕립정신의학협회 회원인 린다 개스크 박사는 자신의 책 '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홍한결 옮김)'에서 이같이 고백한다.
우울증으로 도움을 청하면 '이상한 사람이나 정신 나간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두렵다는 사람을 많이 봤단다.
이는 의사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우울증을 헤쳐 나간 여정에서 깨우친 교훈이란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는 정신과 의사지만 오랜 우울증을 앓았다. 20년 이상 항우울제를 먹었다. 심리치료도 숱하게 받았고, 술로 괴로움을 달래보기도 해봤다."
30년 경력의 정신과 의사이면서 영국왕립정신의학협회 회원인 린다 개스크 박사는 자신의 책 '먼저 우울을 말할 용기(홍한결 옮김)'에서 이같이 고백한다.
우울증 전문가라고 해서 우울증에 안 걸린다는 법은 없고, 그것을 부끄러워할 필요도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우울증을 겪은 당사자이자, 질환의 전문가로서 정체성을 지닌 그는 자기 경험을 털어놓으면서 같은 처지인 사람들과 공감대를 마련하고 진솔한 조언을 한다.
그는 때로 의사 앞에서 복잡한 자기 내면을 말하기를 주저하는 환자가 되기도 한다.
그는 서문에서 "힘든 티를 내지 말고 의연해야 한다는 의료계 불문율을 무시하고 고백하자 동료들은 꽤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다른 동료도 우울증을 앓았다는 사실을 털어놨고 여러 의대생도 도움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에 따르면 개인마다 고통받는 사연은 다르고 특별하다.
우울증에는 인간으로 살면서 피할 수 없는 여러 가지 현실들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이 증세로 처음 병원을 간 환자는 문제가 무엇인지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 어려워한다. 문제가 무엇에서 왜 어떻게 비롯됐는지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한다. 마음 한구석에 감춰진 어떤 감정이 느껴지지만, 거기에 맞는 말을 하지 못한다.
치료사는 그 우울을 깊이 들여다보면서 저마다의 사연을 인정하고 가슴으로 이해할 때 도울 수 있다. 그것이 약 복용만으로 결코 치료될 수 없는 이유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이들이 겪는 괴로움 중에는 의사들이 흔히 질문하는 공통의 증상도 많다.
두려움, 상처, 사랑받고자 하는 욕구, 외로움, 불신, 해소되지 못한 애통함….
똑같은 상황에서 어떤 사람은 아무렇지도 않은데 어떤 사람은 무너져 내리는 이유는 바로 취약성이다.
개개인이 지니는 취약성은 모두 달라서 우울은 다양한 얼굴로 찾아온다. 우울을 마주하는 순간과 무너져 내리는 순간은 다르기 때문에, 상담을 통해 개인마다 다른 취약성을 찾아내고 그들을 무너지게 만든 요인을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물론 뇌 속의 염증으로 인한 구조적 변화, 즉 생물학적 요인도 우울증의 기전과 원인을 설명하는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지만 이것만으로 전부를 설명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우울증은 자살의 주요 원인 가운데 하나이고, 한국은 자살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높은 나라라고 저자는 분석한다. 우울증으로 도움을 청하면 '이상한 사람이나 정신 나간 사람'이 되는 것 같아 두렵다는 사람을 많이 봤단다.
한국을 비롯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정신 질환에 대한 편견이 아직도 꽤 강하다고 그는 지적한다. 친구나 가족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 때 '난 괜찮다'고 버티지 말고 내게 맞는 치료사를 적극적으로 찾아 조언을 구하라고 말한다.
저자는 우울증은 스스로 자각하고 나름대로 해악을 다스릴 방법을 찾으라고 권유한다. 또 자신은 종교가 없지만, 신앙도 큰 힘이 된다는 것을 경험으로 안다고 했다.
우울한 기분을 극복하려면 누군가와 진정으로 마음을 나눈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체감했다고 한다.
특히 소중한 사람과의 관계에 얽힌 문제일수록 더욱 그렇다고 강조한다. 이는 의사로서가 아니라 개인적으로 우울증을 헤쳐 나간 여정에서 깨우친 교훈이란다.
저자는 에필로그에서 아직도 일과 관련된 것으로 예민하고 쉽게 상처받고, 엉터리 사기꾼임이 드러날까 봐 끊임없이 두려움 속에 산다고 또 한 번 고백한다.
그러나 이를 겪으면서도 두 번째 결혼 생활은 아주 행복하고, 직업적으로 많을 일을 이루었다고 자신한다.
송동근 기자 sdk@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한국처럼 결혼·출산 NO”…트럼프 당선 이후 미국서 주목받는 ‘4B 운동’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단독] “초등생들도 이용하는 女탈의실, 성인男들 버젓이”… 난리난 용산초 수영장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송지은이 간병인이냐”…박위 동생 “형수가 ○○해줬다” 축사에 갑론을박
- “홍기야, 제발 가만 있어”…성매매 의혹 최민환 옹호에 팬들 ‘원성’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