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에 나온 의사들 “의대 증원 반대”…국민 다수 “지지 안 해” 싸늘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정원 확대 추진에 반대하며 17일 서울 도심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의협은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대 증원을 추진할 시 (총파업을 포함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지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의협은 ‘투쟁’과 ‘협상’ 두 가지 대응을 병행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당장 총파업에 들어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의협은 이날 오후 2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제1차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의협 측은 이날 참여 인원을 8000명으로 추산했으나, 실제 참여 인원은 그에 못 미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필수 의협 회장 및 범의료계 대책위원회(범대위) 위원장은 “오늘 우리는 정부의 비과학적이고 불공정한 일방적 의대 정원 확대 추진을 강력히 규탄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며 “현재 필수·지역의료 붕괴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과실없는 의료사고에 대한) 법적·제도적 안전장치 마련, OECD 평균에 못 미치는 필수의료 수가의 정상화, 전공의 근무여건 개선 등의 정책이 먼저 시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그 이후 의대 증원은 과학적·합리적 근거를 토대로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와 합의를 통해서 풀어나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발언대에 선 의사단체 임원들은 “인구가 감소하는 상황에서 의대 정원 확대는 포퓰리즘”이라며 “무분별한 의대 증원으로 의학교육 부실화, 의료비 지출 증가, 이공계·과학계 악영향 등이 우려된다”고 했다.
의협은 이날 궐기대회에서 ‘무분별한 의대정원 증원’이라고 쓰인 현수막이 내려오면서 ‘대한민국 보건의료’라는 현수막이 바닥으로 떨어지고, 의과대학 학생 5명이 흰색 의사복을 벗는 장면을 연출했다. 참석자들은 “일방적인 의대 증원 추진 국민건강 위협한다”, “준비 안 된 의대 증원 의학교육 훼손한다”, “(2020년) 9·4 의정합의 정부는 이행하라”, “여론몰이용 수요조사 강력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의대 정원은 2006년 이후 3058명으로 동결돼 있다. 정부는 최근 의사 부족으로 인한 지역·필수의료 분야 공백을 해소하기 위해 2025학년도부터 의대 정원을 확대하기로 했다. 의협은 의대 증원에 부정적이지만 ‘적은 규모’로 ‘후순위’로는 논의할 수는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다 정부가 지난달 21일 ‘전국 40개 의대 증원 수요조사’ 결과(2025학년도 최대 2847명 증원)를 발표하자 대정부 투쟁 강도를 높였다.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이날까지 회원들을 대상으로 총파업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 발표가 ‘파업 선언’으로 비칠 수 있다”는 판단에 따라 결과를 곧장 발표하지는 않는다. 현재 의협은 보건복지부와 매주 의료현안협의체에서 ‘필수·지역의료 분야 지원 정책 패키지’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총파업’이란 수단을 쓸 단계는 아니라고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강경파’로 꼽히는 최대집 전 의협 회장이 범대위 투쟁위원장을 맡았다가 ‘내부 비판’에 사임하는 등 내홍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의협은 또 국민 여론이 의사 파업에 부정적이라는 점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이 이날 발표한 설문조사(지난 12일, 성인 1016명 대상)에 따르면 응답자 89.3%가 의대 정원 확대에 찬성했다. 의협의 집단 진료거부에 대해서는 응답자의 85.6%가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https://www.khan.co.kr/national/health-welfare/article/202312171119001
복지부는 이날 조규홍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대응반 회의를 열고 “의협이 궐기대회에서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담보로 하는 총파업을 언급한 점은 매우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복지부는 “앞으로 의료계·수요자·환자단체·전문가 등과 의대 정원 확대에 대해 진정성 있는 자세로 끝까지 대화하겠다”면서도 “의협의 불법적 집단 진료 거부 행위에 대해서는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향미 기자 sokh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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