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년 2위 포털’ 버튼 하나에 명줄 달려…한국 언론의 앙상한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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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다음이 도입한 뉴스 검색 설정 버튼 하나에 한국 언론의 온라인 생태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영세 인터넷 언론사들은 민간 기업이 공론장의 질서를 교란해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하는 한편, 다음은 뉴스 사용자들의 선호도에 따른 서비스 개편이라는 입장이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뉴스 검색 페이지에서 '뉴스제휴 언론사' 기사가 기본값으로 제공되도록 설정을 바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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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성형AI 격변 속 언론사·포털 새 산업모델 고민해야
포털 다음이 도입한 뉴스 검색 설정 버튼 하나에 한국 언론의 온라인 생태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영세 인터넷 언론사들은 민간 기업이 공론장의 질서를 교란해 언론 자유를 침해했다고 반발하는 한편, 다음은 뉴스 사용자들의 선호도에 따른 서비스 개편이라는 입장이다. 전문가들은 이 분쟁이 포털 플랫폼에 극단적으로 의존해온 한국 미디어 산업의 부실 구조를 드러내고 불안한 미래를 예보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다음은 지난달 22일 뉴스 검색 페이지에서 ‘뉴스제휴 언론사’ 기사가 기본값으로 제공되도록 설정을 바꿨다. 17일 기준 다음에 뉴스 콘텐츠를 공급하는 언론사는 1170곳이다. 이 가운데 146개사가 ‘다음 뉴스 제휴사’(콘텐츠제휴사·CP)이고 나머지는 ‘검색 제휴사’다. 이번 조치로 콘텐츠제휴가 아닌 87% 언론사가 검색 페이지에서 제외됐다. 사용자가 직접 설정을 바꾸지 않는 한 이들 언론사의 기사는 읽을 수 없다.
“이용자의 선호도를 고려한 뉴스 소비 환경 개선”이라는 것이 다음의 설명이다. 다음은 지난 5월 검색 화면에 노출되는 언론사 기준을 바꿀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이후 6개월 동안 전체 언론사가 아닌 뉴스제휴사로 설정을 바꾼 이용자 비율이 95.6% 더 높았고, 뉴스제휴사의 기사 소비량 역시 전체 언론사보다 22%포인트 더 높았다고 다음은 개선 배경을 공지했다. ‘사용자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는 설명이다.
인터넷 언론사들은 “일방적인 언론사 차별 폭거”라는 입장이다. 한국인터넷신문협회(인신협)는 다음이 검색 설정을 바꾼 지 8일 만인 지난단 30일 협회 역사상 첫 비상총회를 열어 대응 방침을 정하고 이튿날 법원에 서비스 중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인신협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카카오가 상대적 열위에 있는 언론사들을 차별한 공정거래법 위반이자 검색제휴 계약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계약 분쟁의 형식으로 불거졌으나 실은 지난 25년간 포털에 종속된 채 유지해온 한국 뉴스 시장의 폐단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채영길 한국외대 교수는 “핵심은 (포털의) 공론장 독과점”이라며 “포털에 종속된 기형적 유통 시스템에 의해 디지털 뉴스 생태계가 신분 계급처럼 위계화됐고, 이번 조치는 그 독과점을 안정화·제도화한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보고서를 통해 공개된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를 보면 한국은 디지털 뉴스 이용 경로로 ‘검색 엔 및 뉴스 수집 서비스’(포털)를 꼽은 비율이 66%로 46개국 중 가장 높았고, 평균치(32%)의 두 배를 넘었다. 채 교수는 이러한 환경을 짚으며 “(다음의 서비스 변경은) 사회적 논의도, 합리적 대안 마련도 없이 진행된 사건으로, 한국 사회 민주주의와 공론장의 문제”라고 보탰다.
더 큰 위기는 사실상 독점적 사업자인 포털의 뉴스 시장 지배력마저 떨어지는 상황에서 언론계에 대안이 없다는 데 있다.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 조사 데이터를 보면 한국 뉴스 소비자들의 포털 의존도는 2017년 77%에서 올해 66%로 하락세다. 반면 소셜미디어를 통한 뉴스 소비는 같은 기간 두 배(9→18%)로 뛰었다. 특히 유튜브를 통한 뉴스 이용률(53%)이 46개국 평균(30%)을 크게 웃돌아 가파른 변화를 방증한다.
김위근 퍼블리시뉴스와기술연구소 최고연구책임자는 “언론사도, 플랫폼도 ‘주목 경제’가 아닌 새로운 사업 모델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지금처럼 검색하면 리스트가 나오고 여기서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생성형 인공지능이 답을 던져주게 되면 소수 매체로도 충분하다. 언론사들은 포털 플랫폼에 의존한 정책을 빨리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박강수 기자 turn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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