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면 내년 퇴진 기정사실”…자민당 비자금 수사에 기시다 실각 위기
기시다 정권 지지율이 10%대까지 떨어진 데다, 자민당 정치자금 문제의 책임이 기시다 총리에게 있다는 여론이 일본에서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자민당이 조성한 뒷돈이 기존에 알려진 5억 엔(46억 원)이 아닌 10억 엔(92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도쿄지검 특수부는 아베파 소속 의원들을 불러 비자금 사용처를 조사하고 있다. 일본 정치권에선 기시다 총리의 내년 퇴진이 사실상 기정사실로 여겨지고 있지만 마땅한 차기 총리 후보가 나오지는 않고 있다.
● 정권 불신 사상 최고 수준
17일 마이니치신문이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16%로 2021년 10월 취임 후 최저치였다. 기시다 정권에 반대한다는 응답은 79%에 달했다. 앞서 지지(時事)통신 여론조사에서도 기시다 총리 지지율은 17.1%에 그쳤다. 두 매체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모두 총리 지지율이 20%에도 못 미치는 16, 17%로 나타난 것은 2012년 12월 민주당에서 자민당으로 정권이 교체된 이후 최저치다. 조사 기관마다 수치는 조금씩 다르지만 ‘기시다 총리 집권 후 최저’ ‘자민당 정권교체 후 가장 낮은 수준’이라는 흐름은 동일하다.
지지율 급락의 가장 큰 원인은 자민당 비자금 의혹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자민당 비자금 사건에 기시다 총리의 책임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가 67%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당내 최대 파벌인 아베파 등이 정치자금 모금회에서 각 의원에게 1장에 2만 엔(약 18만 원)인 파티권을 수십~수백 장씩 판매 할당을 한 뒤 초과분을 기록 없이 각 의원에게 돌려줘 뒷돈을 조성했다는 게 의혹의 핵심이다. 일본 언론에서는 파벌 지도부가 보고서 미기재를 직접 지시하고 초과분은 현금으로 흰 봉투에 담아 지급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 도쿄지검은 아베파 의원들이 ‘파티권’ 판매 할당량 초과분을 중간에서 빼돌린 혐의까지 잡고 수사 중이다. 최근 개각으로 물러난 아베파 소속 스즈키 준지(鈴木淳司) 전 총무상은 “(뒷돈은) 정치권 문화로 인식했다. 어떤 식으로든 뒷돈을 주는 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기시다 내년 3월 또는 9월쯤 물러날 듯”
자민당 최대파벌인 아베파는 비자금 의혹에 붕괴 위기에 놓였고 기시다 총리는 10%대 지지율을 보이고 있어 자민당은 ‘권력 진공’ 상태가 됐다. 일본 정치가 뒷돈을 불법으로 인식하지 못할 정도로 부패가 만연한 것은 야당의 견제가 없는 자민당의 독주가 지속돼왔기 때문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아사히신문은 칼럼에서 “이 정도면 정권교체를 할 상황이지만, 야당에서 정권을 맡겠다는 각오가 보이지 않으니 자민당이 느슨해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지통신의 이달 여론조사에서 제1야당인 입헌민주당의 지지율(4.4%)은 자민당(18.3%)의 4분의 1에도 못 미친다.
총리가 당장 실각해도 이상하지 않은 수준이지만 총리가 즉각 교체될 조짐은 감지되지 않는다. 고이즈미 신지로(小泉進次郎), 이시바 시게루(石破茂), 고노 다로(河野太郎) 등이 ‘포스트 기시다’로 꼽히지만 기시다 정권을 뒤엎을 만큼 당내 세력을 이끌진 못하고 있다. 일본 TBS방송은 “내년 3월 예산안 통과 때까지는 현 내각의 저공비행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라고 분석했다.
기시다 정권이 지지율을 회복할 것이라는 전망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시라토리 히로시(白鳥浩) 호세이대 교수(정치학)는 “기시다 정권은 자민당 총재 선거에 불출마해 자연스럽게 물러났던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정권처럼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본 정치권에서는 기시다 총리가 정부 예산안이 국회에서 처리될 3월 혹은 자민당 총재 선거가 열리는 9월에 사임할 것이라는 관측이 있다.
도쿄=이상훈 특파원 sangh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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