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尹心‘ 업고 비대위원장?···당 내선 “대통령 아바타로 되겠나” 큰 반발
국민의힘 친윤석열계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추대하는 힘이 커지고 있다. 내년 총선 공천권을 확실히 쥐고 가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의지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내에선 정권 2인자가 당권을 쥐어선 변화를 보여줄 수 없다는 비판, 대선 주자를 미리 소모하지 말자는 걱정, 공천학살에 대한 우려 등 한 장관 비토론도 비등하다.
당내에선 ‘윤심’(윤 대통령 의중)은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에게도 있는데 일부 친윤계가 한 장관으로 몰아간다는 주장도 있다. 수직적 당정관계에서 비롯된 위기에도 불구하고 비대위원장 추천 또한 윤심 읽기 경쟁으로 흐르는 양상이다.
‘한동훈 대세론’은 지난 15일 의원총회에서 김성원 여의도연구원장, 김석기 최고위원 등 친윤계가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적극 추천하면서 불거졌다. 이들은 “판을 흔들 인사” “전 국민적 인지도”를 근거로 들었다. 당에선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 이철규 의원 주도하에 한 장관 힘싣기가 진행된다는 말이 나왔다.
윤 대통령과 함께 네덜란드 순방(11~15일)을 다녀온 장예찬 최고위원은 17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지금 위기의 여당에게 필요한 것은 여의도 문법이나 정치 경험이 아니다”라며 “오히려 정치권의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파격적인 선택, 국회의원 기득권을 타파하는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고 밝혔다. 윤심이 한 장관에 있음을 강조한 것으로 해석됐다. 네덜란드에서 거스 히딩크 감독을 만난 사진을 올린 그는 “히딩크 감독이 ‘우리 축구를 잘 모른다’고 했지만 4강 신화를 이룩했다”며 “정치 경험 많은 분들은 왜 국민의 지지를 받지 못했는지 반성부터 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 장관 카드는 김건희 여사 특검의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와 재투표로 윤 대통령이 위기에 몰리는 상황에서도 총선 공천권을 잡고 가겠다는 윤 대통령의 뜻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당내에서 한 장관 카드에 대한 비판과 우려도 크다. 이준석 전 대표는 전날 MBC라디오에 나와 “(2012년 총선처럼) 이명박으로 안되면 박근혜에게 총선 지휘를 맡기는 게 성공 방정식”이라며 “정권심판론을 정권 2인자로 잠재우겠다는 발상부터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반대파에게 당권을 넘기고, 경제민주화 등 중도층 흡수를 시도했던 2012년 박근혜 비대위를 따라야 한다는 주장이다. 최재형 의원은 이날 SNS에 “비대위원장은 이런(대통령이 변해야 한다) 민심까지 가감없이 대통령에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이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준표 대구시장은 SNS에 “정치 경험 많고 큰 판을 다뤄본 사람을 영입해야지, 윤 대통령 아바타를 다시 당대표로 만들어본들 그 선거가 되겠나”라고 했다.
하태경 의원은 이날 SNS에 “한 장관은 우리 당의 유력한 차기주자인데, 온갖 풍상을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말고 당이 잘 키워 아껴 써야 한다”며 비대위원장 말고 선거대책위원장을 추천했다. 이용호 의원은 SNS에 “선거는 전쟁이다. 총선 승리를 위해서는 전쟁을 지휘해 본, 전략 전술을 아는 사람을 국민의힘 장수로 모셔야 한다”며 “한동훈 장관은 우리당의 큰 자산이다. 그분은 그분의 스타성에 걸맞는 선대위원장 같은 역할을 한다면 어떨까”라고 남겼다. 당내에선 같은 법무부 장관 출신으로 정치 경험 없이 당권을 쥐었다가 지난 총선에서 큰 상처를 입은 황교안 전 대표를 들어 걱정하기도 한다.
현역 의원들은 김기현 전 대표가 총선 불출마를 수용하지 않고 버티다 사실상 쫓겨난 것을 보면서 정치권에 아무런 빚이 없는 한 장관을 통한 공천 물갈이를 걱정하는 기류도 있다. 일부 초선 의원들이 단체채팅방에서 김 전 대표를 옹호하다 망신을 당한 후 더욱 언행에 조심하는 분위기다. 지역구에 자신 있는 중진들은 무소속 출마를 대비하고 있다.
윤심이 김 위원장에게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최근 대통령과 대화한 인사로부터 대통령이 마음 터놓고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은 김한길인데 당내·여론 반응이 좋지 않아 부담감이 있다고 전해 들었다”며 “대통령이 한 장관과 김 위원장 둘 사이에서 결정을 못한 것 같은데 윤핵관들이 한 장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말했다. 김태흠 충남지사는 이날 SNS에 “집을 새로 짓고 간판까지 바꿀 정도의 환골탈태의 비대위원장이 필요하다”고 했다. 김 지사는 다른 언론 통화에서 김 위원장을 비대위원장 후보 중 상책(上策·가장 좋은 대책)으로 언급했다.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은 오는 18일 국회의원·원외 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열어 비대위원장에 대한 의견을 수렴한다. 윤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비대위원장이 한 장관으로 가닥이 잡혔다는 보도에 대해 “어떤 근거인지 알 수 없다”며 “(한 장관에) 긍정적인 입장도, 걱정하는 분도 있는데 모두 녹여 결론을 내겠다”고 말했다. 다양한 의견이 분출하고 있지만 전당대회 때처럼 결국 윤심에 따라 대세가 기울 것이란 전망이 많다. 윤 대행이 비대위원장을 추천하면 상임전국위와 전국위원회 의결을 거쳐 이달 하순 비대위가 출범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미덥 기자 zorro@kyunghyang.com,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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