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공짜” 경복궁 담에 낙서… 어떤 처벌 받을까?

이희진 2023. 12. 1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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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시 50분쯤 신원미상의 용의자 A씨가 경복궁 서쪽의 영추문 좌·우측,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주변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낙서를 했다.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를 칠한 용의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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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한복판에 위치한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로 낙서를 하는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했다. 범행 장소가 서울 도심 한복판이라는 점, 역사적 가치가 높은 경복궁에 범행을 했다는 점에서 시민의 충격이 크다. 현행법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시킨 자를 징역 3년 이상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판례를 미뤄볼 때 이번 용의자도 재판에서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17일 경찰 등에 따르면 전날 오전 1시 50분쯤 신원미상의 용의자 A씨가 경복궁 서쪽의 영추문 좌·우측, 국립고궁박물관 주변 쪽문 주변에 스프레이를 이용해 낙서를 했다. 낙서로 인한 훼손 범위는 가로 길이만 44m 이상이다. A씨는 스프레이로 담벼락에 ‘영화공짜’ 등의 문구를 적었다. ‘○○○티비’, ‘△△’ 등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를 뜻하는 것으로 보이는 문구도 반복적으로 적혔다.
17일 서울 종로구 경복궁 영추문 입구 벽이 낙서로 훼손돼있다. 뉴스1
현재 경찰은 용의자를 추적 중이고, 문화재청은 화학 약품 처리와 레이저 세척 등 다양한 방법을 동원해 세척을 진행할 예정이다. 붉은색과 푸른색 스프레이 자국이 굳어 석재 표면에 스며들기 전에 작업을 마칠 수 있도록 영추문 일대와 국립고궁박물관 일대에서 동시에 작업할 계획이다. 스프레이 흔적을 지우는 데는 최소 일주일 정도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경복궁 담벼락에 스프레이를 칠한 용의자는 어떤 처벌을 받게 될까. 경복궁은 사적 117호로 국가지정문화재다. 현행법은 국가지정문화재를 손상시킨 자는 징역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판례를 보더라도 용의자는 실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과 가장 비슷한 사건은 ‘언양읍성 스프레이’ 사건이다. 40대인 B씨는 2017년 8월 울산시 울주군에 위치한 언양읍성 성벽 약 70m 구간에 붉은 스프레이로 의미를 알 수 없는 글귀, 미국을 비하하는 내용과 욕설 등의 낙서를 했다. 당시 B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과 공용물건 손상 등 혐의로 기소됐고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은 특별한 이유 없이 낙서했으며, 특히 국가지정문화재를 훼손한 것은 죄가 무겁다”고 판시했다.
17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경복궁 담벼락에서 문화재청 관계자들이 전날 누군가가 스프레이로 쓴 낙서 제거 작업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2006년엔 덕수궁 안 분수대 물개 조형물을 훼손한 사건도 있었다. 2006년 11월 30대 C씨는 서울 정동 소재 덕수궁 내 미술관 옆 분수대에 있는 청동 물개 조형물 4개를 쇠망치로 때려 훼손했다. C씨는 이 조형물이 해방 전 일제가 우리 민족을 말살하기 위해 설치한 것으로 우리나라 문화재가 아니라고 생각해 철거해달라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의 법정 진술과 훼손된 조형물 사진 등을 볼 때 유죄가 인정된다”면서도 아무런 범죄 전력이 없고 반성하는 점 등을 들어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처럼 국가지정문화재를 훼손하면 문화재보호법 위반으로 처벌받지만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니면 문화재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다. 2012년엔 대구 사찰 동화사에 목사가 침입해 불교서적을 찢고 탱화에 낙서를 하는 사건이 있었다. 목사 D씨는 2012년 8월 동화사 대웅전에 들어가 책장에 있는 법화경 등을 보는 척하다 몰래 찢는 등 불교서적 8권을 훼손하고 탱화에 낙서를 했다. 동화사 서적이나 탱화가 국가지정문화재가 아닌 탓에 D씨에겐 재물손괴 혐의가 적용됐다.

이희진 기자 he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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