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최백호, "70이 넘으니 매 순간이 낭만"
‘동생아’는 ‘낭만에 대하여’ 후속타
15년 넘게 SBS FM ‘최백호의 낭만시대’ 진행
개인전 6회 연 화가이자 카매니아‧자동차칼럼니스트
올해 초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 발간
차기작으로 SF소설 써보고 싶어
지금도 만화방 즐겨 찾는 ‘만화광’
“멜로디보다 가사 먼저 써야 표절 나오지 않아”
“K팝 여세 이어지려면 연주인(실연자) 층 탄탄해져야”
“노래 가창은 학교에서 배우면 안 돼”
“건강 허락하는 한 90살에도 노래할 것”
베스트3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낭만에 대하여’, ‘동생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가수일 뿐만 아니라 6차례 개인전을 연 화가, 많은 세단과 스포츠카를 경험했고 여전히 즐기고 있는 스피드매니아, 젊은 후배들과 쉼 없는 콜라보. 그의 삶은 안단테와 알레그로를 오가는, 시간과 취향의 (열린) 다양성 그것이었다.
지난 주에 예고한대로 스포츠한국 '조성진의 가창신공' 코너에서 최백호(73)를 만나 2시간 넘게 많은 얘기를 나누었다. 전혀 꾸밈없는 솔직담백한 스타일이지만 가끔 의외의 지점에서 폭소가 나오는 '색다른 유머'로 즐겁고 편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런 최백호식 유머는 결국 특유의 솔직함에서 나왔던 것 같다.
그간 언론에 공개된 최백호의 사진들은 다소 '쎈' 이미지가 많았다. 그러나 '(음악적으로) 타협하지 않는' 면모가 아니라 후배 음악인들과의 다양한 협업에서 알 수 있듯이 (음악적으로) 충분히 열려 있는, 즉 서로 이해하며 접점을 찾아가는 그러한 '부드러운' 모습도 사진에 담고 싶었다. 인터뷰하면서 최백호란 피사체는 약간 왼쪽에서 셔터를 누르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음악에서만큼은 결코 양보가 없다"는 세간의 평에 대해 "항상 그렇진 않다"고 했다. 오히려 서로 의논하며 하나씩 풀어나가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후배들과 '찰나' 앨범을 발매한 적이 있습니다. 나이 차이가 많이 나다보니 그만큼 세대 간 격차가 있었지만 각자 의견을 충분히 수렴해가며 접점을 찾아갔죠. 수록곡 중에선 타이틀곡 '찰나'가 기억에 남습니다."
"후배들과 많은 콜라보 중에서도 에코브릿지, 박주원, 스웨덴세탁소, 아이유, 알리 등 기억에 남는 후배들이 많아요. 특히 알리는 음악적으로 알리만이 가진 역량이 너무 대단합니다. 그래서 지금보다 더 빛을 발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노래도 잘하고 편곡도 잘하고 전반적으로 음악적 기초 실력이 탄탄한 뮤지션이 바로 알리죠."
최백호는 내년 초 신곡을 발매한다. 이전과는 달리 이번엔 밴드 지향의 거친 질감의 록음악이다. 현 세태를 비판하는 '같은 얼굴'이란 곡이다. 재즈 피아니스트로 많은 연주 활동을 하는 이명근(피아노‧밴드마스터), 김수유(기타) 등 9인조 구성의 최백호밴드가 함께 했다. 그간 최백호는 자신의 밴드와 연 20회 이상 공연을 해왔다.
신곡 '같은 얼굴'은 2020년 후반 최백호가 설립한 1인 기획사 소인뮤직에서 발매된다. 소인뮤직의 '소인(小人)'은 작은 사람, 즉 혼자 하는 1인 기획사라고 해서 그렇게 지은 것이다.
"제 곡만 발표하기 위해 설립한 기획사가 아니라 역량있는 좋은 후배들이 있으면 언제든 이곳에서 제작하려고 합니다. 장르 불문 재능있는 후배들은 언제나 대환영이죠."
최백호는 카매니아들 중에서도 가장 일찍 전기차 출현을 환영한 사례에 속한다. 여전히 정통 카매니아들 사이엔 '가솔린 엔진이 최고'란 시각이 우세하다. 일부는 F1 레이스에서 전기차가 나올 때 인정해주겠다는 식으로.
젊을 때부터 차를 좋아한 그는 전기차의 합리성에 특히 주목했다. 가격 대비 뛰어난 성능과 유지비 등등. 오죽했으면 평소 친하게 지내는 배철수가 "우리는 마음속으로 항상 생각만 하는 걸 형은 (전기차를) 저지른다"고 말할 정도다.
최백호는 1980년대 초반 '자동차생활' 칼럼니스트로 활동했다. 당시 토요타 렉서스 등 여러 차 현지 시승기를 담당했다. 지금까지 마쓰다(마츠다) 미야타, 도요타 MR2, 로터스, 포르쉐, 페라리, 벤츠 SLR 맥라렌 등등 많은 자동차를 경험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차는 토요타 MR2다.
"자그마한 차가 힘도 좋았지만, 특히 코너링이 남달랐어요. 영국의 로터스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슈퍼카 '벤츠 SLR 맥라렌'도 기억에 남는다.
"유명한 카매니아 중 하나인 최성수가 맥라렌을 샀다며 시승할 기회를 줬습니다. 자유로로 몰고 나가서 드라이빙했는데, 핸들이 너무 무거웠고 전반적으로 탱크 같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메르세데스 벤츠를 끝으로 가솔린차와는 영원히 결별하고 현재 애마는 '테슬라 모델3 스탠더드'다. 이 모델에 이어 다른 테슬라 신형을 사려고 했었다. 그러나 테슬라 직원들이 너무 불친절해서 테슬라 구매를 취소하고 다른 차를 사기로 결심했다. 미국의 전기차 '알파모터스' 디자인에 반한 것도 이유다. 오랜만에 첫눈에 반한 차가 알파모터스였던 것.
자동차를 너무 좋아해서 한때 카레이서도 해보고 싶었다. 그러나 시작하기엔 이미 너무 늦은 나이라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그럼에도 마음 한편엔 여전히 레이서의 열정이 식지 않고 있다.
최백호는 만화광이기도 하다. 얼마 전까지도 홍대 만화방에 단골로 드나들 정도였다. 그러나 이 단골 만화방이 폐업하며 지금은 마땅한 만화방을 찾지 못해 당분간은 주로 웹툰으로 대리만족하고 있다. 신간이 나올 때마다 어김없이 서점에 가서 만화책을 산다.
어릴 때 꿈이 시골학교 미술교사였던 최백호는 초교 3학년 때부터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때 국내 첫 SF만화인 김산호의 '라이파이'를 그렸고 지금도 '라이파이' 팬클럽 회원이다. 여전히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로 김산호 화백을 꼽을 정도. 김산호 '라이파이'를 비롯해 박기정 '도전자', 나가노 마모루 '파이브 스타 스토리', 그리고 이상규 웹툰 '호랑이 형님'이 인생만화다.
최백호는 인터뷰가 있기 며칠 전 부산, 대전 토크콘서트를 끝내고 서울로 올라왔다. 연평균 20~30회 이상 콘서트를 할 만큼 공연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지난 2008년부터 SBS FM '최백호의 낭만시대'를 진행하고 있기도 하다. 벌써 16년 차로 접어든 장수 프로그램이다. 4일은 생방, 나머지는 녹음으로 진행하고 있다. 꾸준히 청취율이 높아지며 방송 시간도 2시간으로 늘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진행하는 게 재미있습니다. 방송 시간대가 하루를 정리하는 저녁 시간이기도 해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깊어요. 방송하면서 술도 덜 마시게 됐죠."
15년이 넘은 프로그램인 만큼 열혈 청취자에서부터 방송 에피소드가 많을 법했다. "아니요. 전혀 없습니다. 방송 듣는 분들이 모두 점잖으세요. (웃음)"
젊을 땐 남 못지않은 주당이기도 했다. 어느 날 차도균과 함께 1차로 소주 20병을 마시고 2차로 캡틴큐, 3차로 호프집에서 맥주를 마셨는데, 다음날 서대문 적십자병원에 실려 갔다.
10년 전 술을 끊었다. 물론 건강이 가장 큰 이유다. 담배도 끊은 지 오래됐다.
"오래전 작가 최인호 씨가 시가(여송연)를 피워보라고 건네주길래 한 대 피웠는데 너무 좋았어요. 당시 한 개에 몇만 원 하던 고급 쿠바산 시가였죠. 이후 시가를 피우게 됐고 이 때문에 일반 담배엔 손이 가지 않았어요. 시간이 지나며 담배가 없으면 피지 않게 되고 이렇게 하면서 자연스럽게 담배를 끊게 됐습니다."
BTS 뷔는 최백호가 2017년 발매한 '바다 끝'을 팬들에게 추천하며 "힘이 들 때 위로를 받는 곡"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뷔의 이 한마디에 '바다 끝'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최백호의 낭만시대' 작가도 "이제 선생님은 월드스타가 되셨네요"라고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로.
최백호 대표곡인 '낭만에 대하여'는 1995년 11월 18일부터 96년 9월 1일까지 방영된 KBS2 드라마 '목욕탕집 남자들'에 삽입되며 선풍적 인기를 얻었다. 따라서 이 음악을 드라마에 삽입한 작가 김수현에 대한 고마움도 남다르다.
"김수현 작가는 내 생명의 은인. 전성기 만들어준 장본인이죠. 그분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저도 없었으니까요."
'낭만에 대하여'는 유명세만큼 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했다.
"나훈아 리메이크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저하곤 전혀 다른 리메이크였어요. 그만의 특징을 잘 살린 탁월한 가창, 정말로 능숙하게 노래를 잘했죠. 아이유도 맛을 잘 냈어요. 여기에서 '맛'이란 제가 부른 '낭만에 대하여'와는 전혀 다른 또 다른 맛을 의미합니다. 신선한 해석이랄까. 린도 잘했죠. 린은 워낙 노래를 잘하는 가수이기도 하지만."
'낭만에 대하여 2'는 언제쯤 나올까?
"'낭만에 대하여'를 뛰어넘는 곡을 만들어 보고 싶어 쓴 게 '동생아'였어요. 스스로도 정말 잘 만든 노래라고 생각할 정도로 자신있게 만든 곡이었는데 반응이 별로였어요. 그래서 많이 아쉬웠습니다."
최백호가 생각하는 '낭만'이란
"나이가 70이 넘으니 이제 매일 매일의 시간 순간이 내겐 모두 낭만입니다. 나이를 먹으니 더 현명해지는 것 같고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고. 죽음이 현실화되니까 오히려 마음도 편해져요. 따라서 나이가 드는 매 순간이 낭만입니다."
자신의 베스트3를 꼽는다면
"내 마음 갈 곳을 잃어, 낭만에 대하여, 동생아"
그는 지금도 거의 매일 곡 작업을 한다. 아침에 일어나 6시쯤 곡 작업을 하는 스타일이다. 그때그때 영감이 떠오르면 피아노나 기타로 간단하게 정리해 놓는다. 다 써놓고 아직 발표하지 않은 게 40~50여 곡이나 된다.
"곡을 만들 때 가사부터 먼저 써야 합니다. 그래야 표절이 나오지 않아요. 그러나 현시대는 멜로디를 먼저 쓰고 거기에 가사를 붙이는 식이죠. 음악을 많이 들은 사람이 멜로디부터 곡을 쓰면 자신도 모르게 표절이 나오게 됩니다. 곡 쓰기에 시인들이 많이 참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봅니다."
트로트는 물론 발라드, 록 등등 다양한 장르를 써 놓은 상태다. 이 곡 중 가끔 후배에게 곡을 주기도. 최근 황영익에게 '인천행 열차'를 써서 줬다. 최백호는 황영익이란 이름이 발음하기 쉽지 않아 '황필익'으로 개명할 것을 권했다.
"대중의 사랑을 받는 가수 이름은 발음할 때 일단 흐름이 좋아야 해요. 나훈아, 조용필, 송창식, 패티김, 이미자, 인순이 등 모두 흐름이 좋은 이름이죠."
최백호의 '백호'란 이름은 소설가 김동리의 사촌 형인 동양철학자 김범부가 지어준 것이다. '쎈 듯' 하면서도 흐름이 좋은 이름이라고 했다.
그는 작명에만 관심이 있는 게 아니라 풍수에도 민감하다. 직접 배우진 않았지만, 특정 장소에 가면 금세 몸으로 느낄 정도다. 풍수가 좋지 않은 곳에 가면 앉아 있어도 몸이 불편하다고. 이러한 경향은 젊을 때부터 그랬다. 90년대쯤 목동의 아파트를 보러 간 적이 있다. 약 24~27평 규모의 아파트였는데, 문에 들어서는 순간 느낌이 너무 좋았다. 그래서 현관에서 신발도 벗지 않고 계약하자고 했다. 바로 이 집에서 '낭만에 대하여'가 나왔다.
최백호는 같은 곡이라도 노래할 때마다 다르게 부른다. 한번 했던 곡을 다시 똑같이 부르는 게 너무 힘들기 때문이다. 립싱크를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저는 기초적으로 음악을 배운 사람이 아닙니다. (아마도) 악보대로 부르지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해요. 그때의 내 감정대로 부르기 때문에 매번 달라요. 그래서 반주하는 친구들이 힘들어하죠. (웃음)"
"얼마 전 JTBC '싱어게인'에 출연한 여가수 2명이 노래하는 걸 유튜브에서 본 적이 있어요. 노래가 너무 좋아 어떤 곡인지 궁금했죠. 어디서 많이 들은 노래란 생각이 들었는데, 나중에 알고 보니 이 곡이 '나를 떠나가는 것들'이란 제 노래였어요. 레코딩할 때만 부르고 한 번도 부르지 않았던 곡이라 기억을 못 했던 것 같아요. 내가 내 노래를 모른다는 사실이 코미디 아닌가요?(웃음)"
최백호가 꼽는 최고의 가수는 송창식과 나훈아다. 송창식은 현재 건강이 좋지 않아 걱정된다고 했다. 나훈아도 "진짜 대가"라며 엄지척을 아끼지 않았다. TV에 출연해 송창식의 '딩동댕 지난 여름'을 부른 적이 있다. 이후 송창식을 만나게 됐는데 최백호에게 "야, 그 노래는 그렇게 부르면 안 돼"라고 핀잔을 준 적이 있다고.
노래 가창은 학교에서 배우면 안 된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누구한테 배우면 그 사람을 따라 가게 됩니다. 사람마다 호흡도 다르고 구조도 다른데 말이죠. 기악은 실용음악학교에서 배우는 게 당연하지만, 보컬은 혼자 해야 한다고 봐요. 특히 음색 등 몇몇 부분에선 무엇보다 타고나야 해요."
"K팝이 계속 이 여세를 이어가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선 연주인(실연자) 층이 탄탄해져야 합니다. 일본은 실연자 씬이 탄탄해요. 음악적 토대가 그만큼 견고하다는 것이죠. 연주하는 사람들이 먹고살아야 합니다. 적어도 생계 걱정은 하지 않는 환경이 돼야 해요. 홍대 라이브클럽이 활성화돼야 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죠. 코로나 때 연주인의 절반 이상이 이직을 했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최백호는 2023년 초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를 발간했다. 그는 이미 몇몇 신문 칼럼도 많이 쓴 바 있다. 그러던 중 출판사 측의 제의를 받아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를 쓰게 된 것.
"저는 글쓰기에 관해 정통적인 공부를 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러나 음악을 하는 사람으로서 제 글만의 리듬이 있는데 신문사는 교열에서 바로 이걸 끊어놓는 겁니다. 그러니 저로선 맥이 빠질 수밖에요. 내 글에 손을 너무 많이 대는 게 불쾌해서 신문 칼럼도 그만 쓰게 된 것이죠. 만일 손을 댄다면 제게 먼저 양해를 구하고 수정했다면 충분히 수긍할 수도 있었을 겁니다. 이번 단행본을 낼 때도 절대 내 글에 손을 대면 안 된다는 전제 조건을 달았고 출판사에서 그렇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고 집필했어요. 따라서 이 책은 100% 제가 쓴 글입니다."
"산문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에 이어 차기작은 SF소설을 써보고 싶어요.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시공 초월 판타지적 드라마 형태의 스토리죠."
최백호는 1950년 4월 부산에서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많은 땅을 보유한 그 지역 최고의 '부농'이었고 아버지(최원봉)는 2대 국회의원을 지냈다. 어머니도 시골 초등학교 선생님이었다. 그러나 최백호가 태어난 지 불과 5개월 만에 아버지가 타계하며 급격히 가정형편이 기울었다.
최백호는 어릴 때부터 글짓기에 두각을 보였다. 초교 4학년 때 이승만 대통령 관련 글짓기 대회에서 동래군(현 기장군) 우승을 차지했고 그 외에 몇몇 글짓기 대회에서 돋보이는 성적을 거두었다. 이에 대해 최백호는 "글을 잘 쓴 어머니의 영향을 받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글쓰기 외에 축구도 잘했다. 인터넷에선 최백호가 마라톤 유망주였다고 나오는데, 이에 대해 그는 "마라톤의 '마'자도 한 적이 없다"며 "왜 그런 얘기가 나왔는지 도저히 이해되지 않는다"고 강력하게 부인했다.
글 쓰고 축구하는 것 외에 어린 최백호를 사로잡은 또 하나가 그림이다. 만화를 좋아해서 그걸 흉내 내는 그림을 자주 그렸고 중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미술부에 가입해 사생대회 우승을 할 만큼 미술에도 재능을 발휘했다. 대학에서 미술을 전공하고 본격적으로 화가의 길로 가고 싶었지만, 가정형편이 갈수록 어려워져 결국 대학 진학을 포기하고 생계 전선에 뛰어들었다. 20살이 되던 해 어머니마저 췌장암으로 타계하며 한동안 망연자실하게 된다. 당시 어머니에 대한 그리움을 가사로 담은 게 데뷔곡 '내 마음 갈 곳을 잃어'다.
최백호는 30대 중반경 재혼해 딸 하나를 두고 있다. 딸(38)은 현재 미국 영화계에서 활동하고 있다.
"손주 둘이 있는데 그중 18개월 된 손주 녀석 흥이 대단합니다. 음악만 나오면 마구 몸을 흔들어대서 향후 아이돌로 한번 키워볼까 고민 중이죠. (웃음)"
스포츠를 좋아하는 그는 지금도 축구 경기는 빼놓지 않고 본다. EPL(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 리그) 시즌엔 경기 보느라 밤을 새우기도 한다. 특히 손홍민을 좋아한다. 기회가 된다면 축구감독도 해보고 싶을 만큼. 어릴 때도 축구를 좋아했지만, 성인이 돼 가수 활동을 하며 본격적으로 축구를 한 건 1979년부터다. 포지션은 센터포워드(CF). 축구를 함께 하며 배철수, 구창모와도 친해졌다.
"저와 배철수가 투톱 스트라이커였어요. 그래서 공 안 준다고 서로 많이 다투기도 했죠. (웃음)"
최백호는 방송인 배철수와도 친분이 남다르다. 건강관리 차원에서 1주일에 한 번 골프를 치는데 배철수, 구창모 등이 멤버다. 최백호의 골프 실력은 40대 중반까진 싱글 수준이었지만 지금은 85~90수준.
"골프는 배철수가 잘 쳐요. 골프라는 스포츠는 무엇보다 암기력이 좋아야 하는데 배철수는 암기력이 탁월해요. 머리가 비상한 친구죠. 기억하기 쉽지 않은 어려운 외국 뮤지션 이름들도 줄줄 언급할 정도로 머리가 좋아요. (웃음)"
골프 외에 여의도공원에서 '맨발로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 매일 이 운동을 했지만, 요즘은 추워서 못하고 있다고.
자신의 에세이집 '잃어버린 것에 대하여'에서 최백호는 "훌륭한 어른은 못되더라도 부끄러운 어른은 되지 말자"고 했다. "뉴스를 봐도 부끄러운 어른들이 넘쳐나는 세상입니다. 부끄러움을 모르는 건 교육의 문제이기도 해요. 부끄러움을 가르쳐야 하는데 그렇게 하질 않은 것이죠."
"젊은 후배들과의 작업(콜라보)은 가수로서 굉장히 운이 좋은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건이 허락하는 한 후배들과의 교류는 물론 90살에도 노래할 겁니다. 토니 베넷은 96살에 타계할 때까지 노래 부르는 걸 쉬지 않았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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