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을 잃은 화가 … 손끝에서 탄생한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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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마뉴엘 솔라노(36)의 캔버스는 팽팽하게 당겨지지 않고 나무판에 헐겁게 꿰매여 있다.
그림 옆에는 1990년대 비디오카메라로 촬영된 작가의 유년기가 상영됐다.
작가는 "어릴 때 터치를 통해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작업의 발상은 언제나 나의 개인적 경험(Personality)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사진이나 지인, 영화, 드라마, 음악 같은 나의 조각들을 끄집어내 그리면 작업 속에 내가 투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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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1월까지 페레스프로젝트
멕시코 출신으로 베를린에서 활동하는 작가 마뉴엘 솔라노(36)의 캔버스는 팽팽하게 당겨지지 않고 나무판에 헐겁게 꿰매여 있다. 일정한 간격의 실은 눈금 역할을 한다. 못과 핀과 실을 활용해 간격을 가늠하며 손가락으로 물감을 바른다. 어린 시절의 추억은 사진처럼 기억에 생생하다. 솔라노의 회화는 추억을 화폭에 옮겨 담는 작업이다.
2014년 HIV 합병증으로 시력을 잃은 작가라곤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생생하고 입체적인 대형 회화가 서울 종로구 사간동 페레스프로젝트에 걸렸다. 솔라노는 내년 1월 14일까지 국내 첫 개인전 '파자마'를 연다. 회화, 영상, 퍼포먼스 등 다양한 작업을 하는 그는 뉴욕 솔로몬 구겐하임 미술관에 영구 소장된 작가다.
방한한 작가는 개막일 기자들 앞에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매트에 앉아 기도하는 듯한 자세로 손의 감각만으로 어린 시절 경험한 몬테소리 수업 교구인 입체 블록을 쌓아 올렸다. 그림 옆에는 1990년대 비디오카메라로 촬영된 작가의 유년기가 상영됐다.
작가는 "어릴 때 터치를 통해서도 그림을 그릴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작업의 발상은 언제나 나의 개인적 경험(Personality)이다. 기억에 남아 있는 사진이나 지인, 영화, 드라마, 음악 같은 나의 조각들을 끄집어내 그리면 작업 속에 내가 투영된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추억 속에서 그림 소재를 발굴하고 복원하는 '기억의 아키비스트'인 셈이다.
공룡 옷을 입은 남동생을 사진으로 찍는 엄마를 그린 그림도 있다. 장난감과 사탕이 가득 든 피냐타와 싸우는 장면을 그린 'Big Bird' 또한 영상에서 스쳐 지나간 순간과 겹친다. 촉각에 의지해 유년기의 우정과 사랑, 가족과의 추억 등을 되새기는 그림의 색감은 유난히 따스하다. 20년 이상 지난 옛 기억이지만, 시간으로 인한 빛바램이 느껴지지 않는다.
"늘 웃고 기뻐하려고 노력한다. 나쁜 기억보다는 좋은 기억을 그리는 이유일 것이다. 내 그림의 기준은 언제나 유머이며 나르시시즘까지도 그림에 녹여내려고 한다."
[김슬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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