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파에 꺾인 의사들의 투쟁심…인원 줄고 대통령실행 가두행진도 취소

이창섭 기자 2023. 12. 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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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의사 총궐기대회' 광화문 일대서 열려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 결사 반대… 사즉생 각오로 모든 걸 다할 것"
주최 측 추산 8000명 참가… 실제 인원 수 1000여명 추산
(서울=뉴스1) 박세연 기자 = 대한의사협회 의사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의대정원 저지를 위한 제1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3.12.1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전국의 1000여명 의사들이 의대정원 확대에 반대하며 광화문 일대에 모였다. 이들은 의료체계 붕괴를 초래한다면 정부의 일방적인 의대증원을 한목소리로 비판했다.

다만 영하 10도에 육박하는 강추위에 대회 참여율은 상대적으로 저조했다. 용산 대통령실 근처까지 예정됐던 길거리 행진도 한파 때문에 취소됐다.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는 17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세종대로 일대에서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했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 위해서다.

이날 대회가 열린 광화문 일대에는 행사 30분 전부터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원들이 모였다. 서울시의사회를 비롯해 부산, 대전, 광주, 전남 등 전국 각지에서 참여했다. 영하 10도 안팎의 강추위에 참가자들은 방한용품으로 중무장한 채 투쟁 구호가 적힌 머리·어깨띠를 착용했다.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제1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의과대학 대학생 5명이 의사 가운을 벗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가운데는 이필수 대한의사협회 회장./사진=이창섭 기자

범대위는 △필수·지역의료 살리는 근본적 대책 마련 △일방적인 의대증원 중단 △9.4 의정합의 이행 △의대생 목소리 반영한 의대정원 정책 추진 등을 요구했다. 참가자들은 '의대정원 졸속확대 의료체계 붕괴된다', '의료계와 협의없는 의대증원 결사반대' 등 연신 구호를 외쳤다.

이필수 범대위 위원장(의협 회장)은 "정부는 의대증원만이 전가의 보도인 것마냥 (언론에) 흘리는데 이게 과연 올바른 정책의 방향이냐"며 "정부는 9.4 의정합의를 준엄히 받아들이고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라"고 말했다. 2020년 문재인 정부가 의대정원 확대와 공공의대 신설을 강행하지 않고 코로나19(COVID-19) 해결 이후 다시 논의하겠다고 의료계와 합의한 게 '9.4 의정합의'다.

정지태 대한의학회 회장은 "의대증원은 가장 효과가 없으면서도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정책이고, 정부는 눈앞의 총선에만 도움이 되고자 의료계를 자기 이익만 생각하는 집단으로 몰고 있다"며 "초저출산으로 앞으로 인구가 1000만명이 줄 것으로 예상되는데 지금보다 2배의 의사가 왜 필요하냐"고 따졌다.

'대한민국 의료붕괴 저지를 위한 범의료계대책특별위원회'(범대위)와 대한의사협회(의협) 회원들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제1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를 개최하고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범대위는 총파업(진료거부 단체행동) 실행 가능성을 거듭 언급했다. 이 위원장은 "정부가 의대증원을 강행하면 의료계는 가장 강력한 최후의 수단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며 "사즉생 생즉사(死卽生 生卽死)의 각오로 정부의 일방적인 추진을 막기 위해 모든 걸 다하겠다"고 말했다.

의협은 지난 11일부터 의사 총파업 찬반을 묻는 투표를 진행했다. 이날 투표가 종료되지만 의협은 결과를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투표 결과를 내부 참고용으로만 두되 대신 강력한 대정부 협상 카드로 이용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대회에서 이정근 의협 상근부회장과 길광채 광주광역시서구 의사회 회장이 머리를 삭발했다. 의대증원으로 대한민국 의료 체계가 무너진 환경에선 더는 진료를 볼 수 없다는 의지를 보이기 위해 의대생 5명이 의사 가운을 벗어 던지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이정근 대한의사협회 상근부회장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제1회 전국의사 총궐기대회에서 삭발식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이창섭 기자

이날 대회 참여 인원은 주최 측 추산 약 8000명이다. 의협 전체 회원 수인 14만명에 비하면 적은 수다. 이마저도 실제 참가자 수는 훨씬 더 적은 1000여명 안팎으로 알려졌다. 강력한 한파가 저조한 참여율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대회 종료 후 용산의 대통령실 인근까지 가두행진이 예정돼 있었으나 주최 측은 한파를 이유로 행진을 서울역까지만 진행했다.

의사들의 강력한 반발에도 여론은 싸늘했다. 이날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가 국회 앞에서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85.6%가 "의협이 진료 거부 또는 집단 휴업에 나서는 것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국민 10명 중 8명 이상이 의사 총파업에 반대하는 것이다.

10명 중 9명 이상인 93.4%는 "필수진료과 의사가 부족한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의대정원 확대에 찬성한다"는 답변은 89.3%였다. 또 응답자의 71.9%는 "정부의 의대증원에 반대하는 의협의 입장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창섭 기자 thrivingfire21@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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