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사 오너 2~3세 잇단 승진… 신사업·승계구도 발판 속도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 올라
광동·삼진제약도 오너 2세 중용
연말 제약업계에서 오너 일가의 승진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승진한 인사들은 신사업 먹거리를 발굴하거나 성장성이 높은 바이오·헬스케어 분야에 경영 실력을 보여줘야 하는 과제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 3~4세들이 바이오 기업의 주요 임원으로 승진해, 본격적인 경영능력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 최윤정 SK바이오팜 글로벌투자본부 전략투자팀장은 최근 정기 인사에서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지난 2017년 SK바이오팜에 입사한 지 6년 만으로, 그룹 내 최연소 임원이다. 부사장으로 승진해서는 사업 개발 관련 조직을 책임질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2017년 SK바이오팜 경영전략실 전략팀에 선임 매니저로 입사했다.
사업개발본부에서 '세노바메이트'를 이을 두 번째 제품을 발굴하는 역할을 맡을 것으로 전망된다. SK바이오팜은 이번 인사와 함께 사업개발본부 산하로 사업개발팀과 전략투자팀을 통합 편성했다. 앞서 전략투자팀을 이끌었던 최 본부장은 SK라이프사이언스랩스 인수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하는 등 신규 투자와 사업개발 성과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롯데그룹에선 신동빈 회장의 장남인 신유열 롯데케미칼 상무가 전무로 올라섰다. 신 전무는 롯데지주에 신설되는 미래성장실 실장을 맡아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 신사업을 관리하고, 롯데바이오로직스 글로벌전략실장도 겸직하며 바이오 사업 경영에 직접 참여할 예정이다.
신 전무의 승진과 관련해 롯데바이오로직스 측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주도하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 전무는 지난 2020년 일본 롯데에 첫 입사한 후 지난해 5월 롯데케미칼 일본지사에 상무보로 합류했다. 8월 일본 롯데파이낸셜 최대 주주인 롯데스트레티직인베스트먼트(LSI) 공동대표로 선임된 데 이어 12월에 상무로 승진했다.
광동제약은 오너 2세인 최성원 대표가 회장으로 승진했다. 부친인 광동제약 창업주 고(故) 최수부 회장이 별세한 지 약 10년 만이다. 최 회장은 1992년 광동제약에 입사해 2000년 영업본부장, 2004년 부사장, 2013년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2015년 부회장이 됐다.
승진과 함께 최 회장은 최근 신사업인 건강기능식품 사업 확장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광동제약은 지난 5일 코넥스 상장사인 건강기능식품 제조기업 비엘헬스케어의 주식 인수 계약을 위해 모회사 비엘팜텍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광동제약이 최근 설립한 케이디헬스바이오에서 건기식을 판매할 가능성이 높다.
삼진제약은 오너 2세인 조규석 경영관리·생산 총괄 부사장과 최지현 영업 마케팅 총괄 부사장이 사장으로 승진했다. 삼진제약은 1941년생 동갑내기인 최승주 회장과 조의환 회장이 1968년 공동 창업해 오랜 기간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온 제약사다. 승진과 함께 최지현 사장은 기존 업무에 더해 R&D(연구개발) 총괄 업무도 맡게 됐다. 두 사장은 사내이사로서 최용주 대표이사 사장과 함께 삼진제약의 경영을 이끌 예정이다. 최 부사장과 조 부사장은 각 2009년과 2011년 삼진제약에 입사한 후 2015년말 이사, 2017년말 상무, 2019년말 전무로 나란히 승진한 바 있다. 이번 승진 인사에서 각각 차남, 차녀인 영업 총괄본부장인 조규형 전무와 경영지원·기획·마케팅 커뮤니케이션 담당 최지선 전무도 부사장이 됐다.
백인영 대원제약 이사는 최근 상무로 승진했다. 대원제약은 승진 인사와 함께 백 상무가 총괄하는 헬스케어사업본부에도 힘을 싣고 있다. 이번 승진 인사에서 백 상무가 이끄는 헬스케어사업본부에 속한 OTC사업부와 컨슈머헬스케어(CHC)부 모두 승진 인사가 있었다.
업계에서는 대원제약 창업주인 고(故) 백부현 선대 회장의 장남과 차남에 이어 3세 승계구도의 틀을 갖추는 모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대원제약은 창업주인 고 백부현 회장의 장남인 백승호 회장과 차남인 백승열 부회장이 함께 경영하고 있는데, 백인영 이사는 백승열 부회장의 장남이고 올 초 경영총괄 사장으로 승진한 백인환 사장은 백승호 회장의 장남이다.
강민성기자 kms@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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