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5대 해운사 중 4곳, 홍해 항로 이용 중단 선언…연말 물류 대란 위기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주요 항로인 홍해에서 민간 선박을 겨냥한 예멘 후티 반군의 공격이 증가하면서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잇따라 홍해 항해 이용 중단을 선언하고 있다. 세계 물류 수송에 차질이 빚어져 물류대란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 미 국방부는 해상 안전을 위해 확전 우려에도 불구하고 후티 반군을 직접 공격할지 여부를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세계 최대 해운사인 스위스 MSC는 지중해와 홍해를 잇는 수에즈 운하 대신 아프리카 희망봉을 우회하는 경로로 이동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전날 라이베리아 국적의 MSC 팔라티움3호 선박이 홍해 남쪽 예멘 연안에서 드론 공격을 받은 데 따른 것이다. MSC는 이번 사건으로 부상자가 발생하진 않았지만, 선박이 화재 피해를 입어 운항을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보다 앞서 세계 2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글로벌 해운기업 머스크와 세계 5위이자 독일 최대 컨테이너 해운사인 하파그로이드도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는 항로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들 기업 소속 선박 역시 최근 후티 반군의 공격을 받았다.
세계 3위 해운사인 프랑스의 CMA도 성명을 통해 이 지역의 모든 컨테이너 선박에 “추후 공지가 있을 때까지 즉시 안전한 해역으로 이동하여 (홍해) 항해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고 밝혔다. 세계 5대 해운사 중 4곳이 홍해 항로 이용 중단을 선언한 것이다.
이란의 지원을 받는 후티 반군은 지난 10월7일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발발한 이후 가자지구에서 대규모 사상자가 발생하자 홍해와 바브엘만데브 해협에서 여러 차례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가했다. 처음에는 이스라엘과 연관된 선박에 보복하겠다고 했으나, 최근 들어서는 이스라엘과 아무 관련없는 모든 민간 선박을 상대로 무차별 공격을 자행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지난 9일 “가자지구가 필요한 식량과 의약품을 받지 못한다면, 국적과 무관하게 시오니스트들(이스라엘)의 항구로 가는 홍해상 모든 선박은 우리의 정당한 표적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바 있다.
후티 반군의 무차별적 공격이 이어지면서 이처럼 세계 주요 해운사들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 항로 이용을 중단함에 따라 연말 물류대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중해~수에즈운하~홍해~인도양을 잇는 항로의 중요한 길목에 있는 홍해는 석유와 연료 운송을 위한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경로 중 하나다. 수에즈 운하와 홍해는 세계 해상 컨테이너의 약 30%, 전체 상품 무역량의 12%가 지나는 곳이다. 이 항로가 막히면 완제품, 반제품 국제 교역이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된다. 수에즈를 피하고 희망봉을 돌 경우 이동 거리가 최대 9000㎞ 더 늘어나기 때문에 물류 비용 부담이 그만큼 커지게 된다.
전문가들은 해운사들의 이번 결정으로 인해 막대한 비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BBC는 늘어난 이동 거리에 따른 연료 비용 상승, 배송 시간 지연 등에 따른 부담이 모두 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도 홍해에서 후티 반군의 도발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16일에도 미 중부사령부는 홍해에서 후티 반군이 발사한 드론 14대를 격추했다고 밝혔다. 영국 또한 자국 군함 중 한 척이 상선을 겨냥한 공격용 드론으로 의심되는 물체를 격추했다고 전했다.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기습 공격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이 벌어진 이후 바브엘만데브 해협 주변에서 예멘 반군의 공격을 받은 선박은 최소 8척에 이른다.
이에 따라 미 정부 당국자들이 해상 무역 안전을 위해 후티 반군의 군사 시설을 직접 공격할 지 여부를 저울질 중이라고 미국 매체 세마포르가 다수의 미 당국자를 인용해 이날 보도했다. 물류 흐름을 유지하려면 후티 반군 공격 외에는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것이다. 만약 미국이 후티를 직접 공격한다면 이는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다만 후티를 공격할 경우 서방에 맞선 ‘저항의 축’을 자처하는 연대 무장세력들이 동시다발적 보복에 나설 수 있어 더 큰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는 우려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서은 기자 ciel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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