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자국 인질’ 오인사살 파문
이스라엘 내부에서 휴전 협상 여론 높아져
이스라엘방위군(IDF)이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오인 사격을 해 하마스에 인질로 집혀있던 자국민이 숨졌으며, 숨진 이들은 ‘항복’을 뜻하는 백기까지 들었던 것으로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이스라엘 내부에서조차 군이 공격을 중단하고 인질 석방을 위한 휴전 협상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스라엘군은 16일(현지시각) 군의 오인 사격 사건에 대해 “교전 수칙에 위반된다”라며 가장 높은 수준의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고 밝혔다고 영국 비비시(BBC) 등 외신이 전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이날 성명을 내어 “백기를 들고 항복을 하려는 이에게 총을 쏘는 것은 금지돼 있다”며 “참모총장인 나를 포함한 이스라엘방위군이 모든 일에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군의 초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스라엘인 요탐 하임(28), 사메르 탈랄카(22), 알론 샴리즈(26)는 15일 가자지구 가자시티 셰자이야 지역의 건물에서 상의를 입지 않은 채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 10월7일 하마스가 이스라엘 집단농장(키부츠)을 기습 공격했을 때 인질로 끌려갔는데, 하마스가 이들을 풀어줬는지 아니면 도망쳤는지는 불분명하다.
3명 중 1명이 흰색 천을 매단 막대기를 들고 있었지만, 이스라엘군은 불과 수십 미터 거리에 있는 이들에 대해 “테러리스트들”이라며 총을 쐈다고 한다. 2명은 현장에서 곧바로 사망했다. 남은 1명은 다친 채 건물 안으로 도망쳤다. 이 과정에서 도움을 요청하는 히브리어가 들려왔고 부대 지휘관이 사격 중단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다친 인질 한 명이 다시 등장했을 때, 이스라엘군은 다시 총을 발사했고 그 역시 숨졌다.
이 사건이 발생한 셰자이야 지역은 이스라엘군과 하마스 사이 격렬한 전투가 벌어지는 곳으로, 최근 이스라엘군 최소 9명이 이 지역에서 전투 중 숨졌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 대원들이 민간인 복장을 한 채 이스라엘군을 습격할 가능성 때문에 군이 높은 경계 태세를 유지하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오인 사격으로 숨진 하임은 헤비메탈 밴드에 소속된 드럼 연주자였다. 샴리즈는 조만간 사피르 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공부할 계획이었다. 탈랄카는 베두인(아랍계 유목민)족 출신으로 키부츠 인근의 닭 부화장에서 일하던 중 납치됐다. 내년 여름 결혼을 앞두고 있었다고 전해진다.
이번 사건으로 이스라엘 당국은 인질 구출을 위한 휴전 협상을 다시 모색해야 한다는 더 큰 압박에 직면하게 됐다. 이스라엘은 지난달 하마스와 7일간의 일시 교전 중지를 통해 외국인을 포함해 인질 100여명이 풀려났으나 아직 하마스에 억류되어 있는 인질도 100명 이상 있는 것으로 보인다.
16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인질의 가족을 포함한 수천 명이 거리로 나와 휴전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하지만 네타냐후 총리는 이날 저녁 기자회견을 통해 “가슴이 무너진다”면서도 지상전과 공습 규모를 줄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인질이 사망한) 슬픔에도, (휴전하라는) 국제적 압박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끝까지 계속한다”라며 “무엇도 우리를 막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번 전쟁이 “우리의 실존을 위한 것”이라면서 “군사적 압박은 인질의 귀환과 (전쟁) 승리 둘 다를 위해 필수적이다”라고 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가자지구에서 하마스를 박멸하고 해당 지역을 비무장 지대로 만든다는 목표를 고수하고 있다.
한편, 로이터 통신은 지난달 임시 휴전을 중재했던 카타르가 다시 중재하는 새로운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17일 이 문제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스라엘 대외정보기관 모사드의 다비드 바르니아 국장이 무함마드 빈 압둘라흐만 알사니 카타르 총리와 15일 밤 유럽 지역에서 회동했다는 것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회동 장소를 노르웨이 오슬로라고 지목했다. 16일 기자회견에서 네타냐후 총리는 관련 질문을 피하면서도 자신이 협상팀에게 지침을 줬다는 사실은 확인했다. 하지만 하마스는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모든 공격을 즉각 멈추지 않는 한” 인질 석방을 위한 협상은 없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10월7일 하마스 공격으로 이스라엘인 1천200명이 사망했고 240여명이 인질로 붙잡혔다. 이에 대한 이스라엘군의 보복 공격으로 약 1만9천명(가자 보건 당국 추산)에 달하는 팔레스타인 주민이 숨졌고 수천 명이 여전히 잔해 아래 깔려 있다고 전해진다. 구호 단체에 따르면 가자 지역은 사실상 완전히 파괴됐고 220만명에 달하는 주민 중 다수가 피란 중이며 대부분 텐트와 임시 거처에서 머물고 있지만 음식과 식수가 부족해 인도주의 위기 상태에 있다.
노지원 기자 zo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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