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선택과목 최고점, 비공개가 답일까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
교육 정책에서 많이 등장하는 단어들, 정확히 어떤 뜻인지 알고 계신가요?
‘김유나의 풀어쓰는 교육 키워드’는 최근 교육 기사에 자주 쓰이는 단어의 의미와 관련 논란에 대해 교육부 출입기자가 설명하는 연재 기사입니다
‘문송합니다.’ 몇 년 전부터 많이 쓰이는 유행어입니다. ‘문과라서 죄송합니다’란 뜻인 이 문장은 이과생보다 취업률 등이 떨어지는 현상을 두고 문과생이 자조적으로 쓰는 말입니다. 주로 구직 현장에서 쓰이던 이 말은 최근 대입 판에서도 종종 등장합니다. 배경에는 대학수학능력시험 ‘선택과목’이 있습니다.
저마다 다른 과목을 보다 보니 과목 선택에 따라 시험 난도와 점수에 차이가 있습니다. 모든 과목의 난도를 똑같이 맞추는 것은 신의 영역이기에 이런 차이는 근본적으로 어쩔 수 없는 문제입니다. 문제는 여기에 ‘표준점수’ 체계가 더해지면서 차이를 키운다는 것입니다. 표준점수는 원점수가 평균으로부터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 수 있는 점수로, 시험이 어려울수록 점수가 높아집니다. A과목은 쉽게, B과목은 어렵게 출제됐다면 두 과목 만점자가 똑같이 100점을 받는 것은 불공평하겠죠.
표준점수 산정에 같은 과목을 선택한 이들의 공통과목 점수도 영향을 미칩니다. 수학 미적분 선택자들이 받은 공통과목 평균점수가 확률과통계 선택자들의 평균점수보다 높으면 미적분 표준점수가 더 올라가는 식입니다. 미적분·기하를 선택한 이과생들은 확률과통계 선택자보다 수학에 익숙한 경우가 많아 미적분 표준점수는 확률과통계보다 높게 형성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수능 미적분 선택 비율은 2022학년도 39.7%에서 올해 51%로 늘었습니다. 적성·진로 때문이 아니라 점수 따기 유리한 과목을 선택하는 것은 선택과목 도입 취지와 맞지 않는다는 목소리가 큽니다. 입시업계에서는 “미적분을 잘해야 인문계열 진학에 유리한 것은 난센스”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문과침공으로 입학했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자퇴하는 현상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교육부는 최근 고액 대입 컨설팅을 단속하고 공공 컨설팅을 강화한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표준점수 최고점 같은 기본적인 정보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공교육을 믿으라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교육부가 숨기는 정보가 사교육업체에서 나오는 상황에서, 공교육을 믿을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교육부가 이야기하는 공교육 신뢰 회복, 선택과목 유불리 문제 해소의 출발점은 문제를 직시하는 것입니다. 정보 공개가 그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김유나 기자 yoo@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3개월 시한부' 암투병 고백한 오은영의 대장암...원인과 예방법은? [건강+]
- “내 성별은 이제 여자” 女 탈의실도 맘대로 이용… 괜찮을까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속도위반 1만9651번+신호위반 1236번… ‘과태료 전국 1위’는 얼마 낼까 [수민이가 궁금해요]
- '발열·오한·근육통' 감기 아니었네… 일주일만에 459명 당한 '이 병' 확산
- “그만하십시오, 딸과 3살 차이밖에 안납니다”…공군서 또 성폭력 의혹
- “효림아, 집 줄테니까 힘들면 이혼해”…김수미 며느리 사랑 ‘먹먹’
- ‘女스태프 성폭행’ 강지환, 항소심 판결 뒤집혔다…“前소속사에 35억 지급하라”
- 사랑 나눈 후 바로 이불 빨래…여친 결벽증 때문에 고민이라는 남성의 사연
- "오피스 남편이 어때서"…男동료와 술·영화 즐긴 아내 '당당'
- 예비신랑과 성관계 2번 만에 성병 감염…“지금도 손이 떨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