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벤더가 1차벤더에 "납품 중단" 압박... 대법원 '을의 갑질'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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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업체와의 분쟁 과정에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했더라도, 이 합의가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상대 회사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면 취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 A사가 2차 협력업체 B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B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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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의문엔 '소송 제기 않겠다' 문구 명시
대법원 "강압에 의한 합의" 파기환송
협력업체와의 분쟁 과정에서 '민·형사 소송을 제기하지 않겠다'고 합의를 했더라도, 이 합의가 '납품을 중단하겠다'는 상대 회사의 압박에 의한 것이라면 취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노태악 대법관)는 현대·기아차 1차 협력업체 A사가 2차 협력업체 B사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소송에서, B사의 손을 들어준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1심 법원으로 돌려보냈다.
자동차 부품을 공급하는 A사는 2018년 9월 협력업체 B사와 단가 조정 분쟁을 겪었다. 이에 A사는 같은 해 11월 B사에 공급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대여해줬던 금형 등 생산기계의 반환을 요구했다. 하지만 도리어 B사는 금형 반환을 거부한 뒤, 예정됐던 부품 공급까지 중단하며 정산금을 포함한 거액의 합의금을 요구했다. 현대·기아로의 납품에 차질이 생긴 A사는 결국 이듬해 1월 B사에 투자금, 손실비용 등 명목으로 24억2,000만 원을 지급하고 금형 등 생산기계를 돌려받기로 합의했다. 합의문에는 '향후 어떤 소송도 제기하지 않는다'는 조항도 넣었다.
급한 불을 끈 A사는 "당시 합의가 B사의 강압에 의한 것이었다"고 주장하며 합의금 반환 소송을 냈다. 그러나 1·2심은 A사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급심은 "합의가 강박에 의한 것이라고 하려면 상대방이 불법으로 어떤 해악을 고지함으로써 공포를 느꼈어야 한다"며 "법질서에 위배될 정도의 강박 수단이 합의 과정에서 사용됐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B사의 부품공급 중단으로 A사가 곤란한 처지에 놓였고, 이로 인해 B사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합의서가 작성된 점 등을 고려할 때, 이 사건 합의서를 강압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B사가 부품 생산에 필요한 금형 등을 반환하지 않은 채 부품 공급을 지연하거나 중단한 결과, A사는 정산금 세부내역 자료도 제공받지 못한 채 합의금을 지급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A사는 소송 등 정당한 권리행사를 포기하고 소송을 제기할 시 막대한 손해배상액까지 지급하기로 약정했다"며 "1·2심은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최동순 기자 dosool@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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