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與비대위원장 둘러싼 ‘갑론을박’…尹心 이번에도 통할까

김기덕 2023. 12. 17.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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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부상에 “여권 차기주자” vs “그 나물에 그밥”
비대위원장 권한은 총선 기구 꾸리는 ‘관리형’ 중론
정부 개각 여부 포함에 촉각…“선대위원장 더 적합”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유력한 후보로 떠오르면서 여권 내부에서 갑론을박이 펼쳐지고 있다. 보수진영의 차기 대선 선두주자인데다 신선함과 전투력을 겸비한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앉혀야 한다는 논리와 결국 윤심(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인물이라는 점에서 한계가 명확하다는 의견이 맞서며 당내 파열음이 커지고 있다.

17일 국민의힘에 따르면 당 조직국은 18일 오후 국회에서 당 소속 국회의원, 원외 시·도당위원장 및 원외 당협위원장 227명이 모두 참석하는 ‘국회의원-당협위원장 연석회의’를 연다. 이 자리에서 지도부 공백을 메우기 위한 비대위원장 인선과 관련한 의견을 수렴할 예정이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사진=연합뉴스)
앞서 지난 15일 국민의힘 비상의원총회에서는 ‘한동훈 비대위’를 두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여의도연구원장인 김성원 의원을 비롯해 김석기 의원, 지성호 의원 등이 “당 위기 극복을 위해 한 장관을 비대위원장으로 모셔야 한다”는 주장했지만, 김웅 의원은 “당이 망가지게 생겼는데 윤 대통령의 아바타인 한 장관을 내세워 어떻게 총선에 이기겠냐”며 강하게 반발했다. 다른 의원들은 중도 확장성이나 정치 경험을 내세워 김한길 국민통합위원장,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 등을 추천하기도 했다.

앞으로 여당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지난달 당헌·당규 개정으로 공천관리위원회 구성 시한(1월 11일)이 한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당 대표 공백이 발생, 이를 대신할 비대위원장은 늦어도 다음 주에는 마무리해야 한다. 앞선 전례를 보면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의 공백 상황으로 출범한 주호영 비대위는 15일, 정진석 비대위는 9일 만에 구성됐다. 여기에 당장 총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상황인 만큼 비대위원장은 공관위 이후엔 선거대책위원장 인선도 서둘러야 당이 총선 모드로 돌입할 수 있게 된다.

당 지도부는 ‘김기현 사퇴 사태’를 조기 진화하고 동요하는 당원들과 민심을 수습하기 위해 총선 준비 작업에 더욱 박차를 가할 방침이다. 이를 고려하면 ‘공동·전권형 비대위원장’보다는 ‘단독·관리형 비대위원장’이 될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당내 중론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비대위원장은 공관위나 선대위를 뛰는 임시적인 역할을 하는 관리형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당을 잘 알고 잡음을 최소화하는 등 수습해야 하는 역할을 해야하기 때문에 한 장관이나 민주당 출신인 김한길 위원장은 적합하지 않아 보인다”고 말했다.

당내에서는 한 장관의 총선 역할론에 대해선 대부분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비대위원장은 적합치 않다는 의견이 적지 않게 나오고 있다. 영남권 중진 중 첫 수도권 험지 출마를 선언한 하태경 의원(부산 해운대구갑·3선)은 이날 본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아직 정치력이 검증되지도 않았는데 온갖 풍상을 다 맞아야 하는 비대위원장 자리는 한 장관을 조기에 소진하고 총선에도 도움이 안 될 수 있다”며 “선대위원장을 맡기는 것이 본인과 당을 위해 더 나은 선택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은 본인 SNS에 “정부의 입장만 대변해서, 김건희 특검이나 채 상병 사건·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등과 관련해서 다른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이 비대위원장으로 오면 수도권 선거는 이기기 어렵다”며 “그 나물에 그 밥으로 구성된 비대위는 또 다른 비상상황을 만들 뿐이고, 선거 실패 후 또 다른 비대위가 들어설 수밖에 없다”고 직격했다.

전문가들은 비대위원장 요건으로 보수 정통성과 리더십을 꼽는다. 엄경영 시대정신연구소장은 “보수 당을 가장 잘 알고 내부 결집에 문제가 없으려면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도 비대위원장으로 나쁘지 않은 카드”라며 “무엇보다 대통령실에 휩쓸리는 모습을 보이지 않고 당을 잘 이끌 수 있는 리더십을 갖추고 대중적 인기가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인요한 전 혁신위원장이나 일부 계파색 없는 중진 의원들이 직접 나서는 것도 좋은 그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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