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쪼개기’탓 단시간 노동자 확산…22년 동안 3배 증가

조해람 기자 2023. 12. 17.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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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부터 올해까지 22년 동안 비정규직 중 단시간 노동자의 비중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불안정한 ‘쪼개기 노동’이 계속 확산해온 영향으로 분석된다. 사회보험과 노조 조직률 등 비정규직 처우 개선 관련 지표는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나타났는데, 국민의힘 계열 정부에서 후퇴하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2001~2023년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를 분석한 결과 이같이 나타났다고 17일 밝혔다.

전체 고용형태 중 단시간 노동자 비율은 2001년 4.3%에서 꾸준히 상승해 2017년 10.7%를 기록했다. 이어 2023년 13.4%까지 올랐다. 같은 기간 임시직이 38.3%(2001년)에서 18.6%(2023년)로 줄어든 것과 대조적이다. 단시간 노동자란 1주 동안의 소정근로시간이 해당 사업장에서 같은 업무에 종사하는 통상 노동자의 소정근로시간보다 짧은 이를 뜻한다.

단시간 노동자 규모는 모든 정부에서 40%가량 증가했는데 이명박 정부에서 가장 크게 늘었다. 이명박 정부 집권 전인 2007년 81만2235명에서 집권 말기인 2012년 134만75명으로 65.0% 증가했다. 같은 시기 주 15시간 미만 일하며 근로기준법상 주요 조항들을 적용받지 못하는 초단시간 노동자 규모도 2007년 23.4%에서 2011년 31.3%로 늘었다.

조돈문 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고용률 70%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상용형 시간제 일자리 확대’ 정책이 추진됐으나, 고용률 증대엔 실패하고 전일제 정규직 일자리를 단시간 일자리로 쪼개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했다.

단시간 노동자의 급증은 정규직과 비정규직 임금 격차에도 영향을 미쳤다. 2001년부터 2023년까지 정규직 시간당 임금 대비 비정규직 시간당 임금 비율은 56.9%에서 66.8%로 크게 올랐지만, 같은 기간 월 평균 임금 기준으로는 53.5%에서 53.7%로 큰 변화가 없었다. 노동시간이 길지 않아 월 평균 수입이 적은 단시간 노동자가 늘어난 탓으로 분석된다.

경제활동인구 부가조사 자료상 비정규직 규모는 2001년 55.2%에서 2023년 41.0%로 줄었다. 다만 한국비정규노동센터는 자영업자로 분류된 특수고용 비정규직, 협력업체 정규직으로 분류된 간접고용 비정규직, 비경제활동 인구로 분류된 학업 수행 비정규직 등의 규모를 감안하면 41.0%는 과소 추정치일 수 있다고 했다.

비정규직 처우 개선을 위한 제도 개선은 정부 정책에 큰 영향을 받았다. 비정규직의 고용보험 가입률은 2001년 20.9%에서 2016년 38.7%까지 늘었는데, ‘전국민 고용보험’을 추진한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2022년 51.7%까지 올랐다.

비정규직 노조 조직률은 민주당 계열 정부에서는 상승하고 국민의힘 계열 정부에서는 하락하는 경향을 보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2022년 3.11%에서 2023년 2.77%로 하락했다.

조 대표는 “정규직 노동자들이 노사간 임금교섭에 따른 임금상승 혜택을 누리는 반면 비정규직은 임금교섭의 혜택을 누릴 수 없다”며 “최저임금제 등 노동시장에 대한 정책적 개입이 없으면 정규직-비정규직 임금격차는 확대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조해람 기자 lenn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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